고통이 없다면 좋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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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이 없다면 좋은 것인가
  • 2019.11.11 08:00
순간의 기쁨이 파멸적인 결과로 이끌 수도 있고, 순간의 고통이 나에게 이익으로 다가오는 때도 있다. 고통과 기쁨의 순환고리 그 안에서 사는 것이 인간이리니...

냄비 속 개구리, 고통없었지만 죽었다!

'냄비 속 개구리'라는 표현이 요즘 우리 사회에서 자주 사용되는 것 같다. 조금씩 나빠져 가는 경제 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처 부족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자주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냄비 속 개구리'에 대한 심리학적 실험의 원조는 지금으로부터 120여년 전 예일 대학의 첫 번째 심리학 실험실의 책임자였던 에드워드 스크립쳐의 실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Scripture, 1895. 이 실험에서 스크립쳐는 개구리를 상온의 물이 담긴 비커에 넣고 일초 당 0.002 도씩 물 온도를 높여 나갔는데, 두 시간 삼십 분 뒤 높아진 온도 때문에 개구리는 죽게 되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물의 온도가 죽음에 이르는 정도까지 올라갔으나 개구리가 그 시간 동안 전혀 움직이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 아주 조금씩 상승하는 온도 때문에 개구리가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는 것이 한편 좋은 것이었을 수도 있었으나, 결국 죽었다는 것은 개구리에게 좋은 일이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고통으로 인한 이득

우리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많은 고통을 느낀다. 어떤 특정 상황이나 사건 때문에 직접적으로 고통을 느끼기도 하며, 또 어떤 경우에는 무엇인가 '부족함'이 있을 때 이 부족함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기도 한다. 한 여름의 덥고 습한 기온이나 한 겨울의 매서운 추위에, 혹은 충분한 음식이나 수면이 부족할 때 사람들은 고통스러워한다. 시험 준비가 덜 된 학생들의 불안감도 학생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충분한 사회적 관계가 부족한 사람들은 외로움이라는 고통을 느낄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사람들은 늘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고통이란 사람들이 좋아할 수 없는 회피의 대상이 되는 ‘나쁜 일’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은 고통은 그 자체로서는 우리가 좋아할 수도 즐길 수도 없는 나쁜 것이지만, 기능적 측면에서는 좋은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냄비 속 개구리가 고통을 느꼈더라면, 그 고통은 개구리로 하여금 냄비에서 뛰쳐나오도록 하여 죽음에 이르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고통을 느낄 때 그 고통을 즐길 수는 없지만 고통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해주는 행동을 하게 함으로써 스스로에게 도움을 주게 된다.

미국 팝아트 운동의 대표적 화가인 로이 릭텐스타인은 유독 눈물 흘리는 여인을 많이 그렸다. 그는 만화를 페러디하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이 그림도 DC 코믹스의 'Secret Hearts'(1962)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것이다. Roy Lichtenstein(1923~1997), 'Hopeless', 1963, Oil and acrylic paint on canvas, 111.8 × 111.8 cm, Kunstmuseum, Basel. 

 

배고픔의 고통은 음식을 먹게 함으로써 우리가 생존할 수 있게 해준다. 추위나 더위에 의한 고통 또한 옷을 입거나 벗는 것과 같이 상황에 적합한 행동을 하게 함으로써 우리 신체를 보호할 수 있게 해준다. 시험 준비가 덜 된 학생들의 불안감은 공부를 하게함으로써 낙제를 면하게 해줄 수 있게 해준다. 즉, 고통은 우리가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쁜 것만은 아니며, 오히려 우리가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순간의 기쁨이 가져오는 파멸

한편, 고통의 반대인 쾌락pleasure는 우리가 좋아하거나 즐길 수 있지만 모두 좋은 것만은 아니다. 스키너는 그의 저서 Beyond Freedom and Dignity에서 정적 강화positive reinforcement에 의해 나타나게 되는 행동들이 만들어 내게 되는 부정적 결과에 대해 경고한 적이 있다Skinner, 1971. 우리가 좋아하는 것, 즐길 수 있는 결과를 가져다주는 행동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들이 순간적으로는 우리가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지만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에는 오히려 나쁜 결과를 가져올 때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단맛이 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주지만, 장기적으로는 비만이라는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술을 마시면 마시는 순간에는 즐거울 수 있지만 다음 날 숙취 때문에 괴로울 수도 있다. 재미있는 소설책을 읽는 재미에 밤을 새울 수도 있으나, 그다음 날 심한 피로감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마약은 순간의 쾌락을 가져다주지만, 파멸적 결과가 뒤따르게 된다.

고통의 혜택 vs. 즐거움의 비용

고통이나 즐거움에 대한 몇몇 정서emotion 심리학자들의 견해 또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반대 과정 이론Opponent Process Theory에 따르면, 우리 인간의 뇌는 정서적 중립성을 유지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Solomon, 1980. 사람들이 어떤 특정한 정서 상태에 있게 되면, 이것은 뇌의 정서적 중립 상태를 훼손하게 되는 것이고, 이에 뇌는 다시 정서적 중립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본래 정서 상태에 반대되는 정서적 반응을 활성화시키게 된다고 한다. 이를테면, 고통을 느끼는 상태에 있는 사람의 뇌는 정서적 중립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고통과 반대인 즐거움이라는 정서 반응을 활성화시키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이유에서든 고통이 사라지게 되는 시점이 되면 고통에 뒤따라 활성화되었던 즐거움이 남아있게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고통의 끝은 단지 고통이 없는 상태가 아닌 그 반대인 '즐거움'의 상태일 수 있다. 반대로, 즐거움의 끝은 단지 즐거움이 끝난 상태가 아닌 '고통'의 상태일 수도 있는 것이다. 마라톤은 고통스러운 레이스가 끝날 때 느끼는 희열감으로 마무리되며, 번지점프 또한 공포감 뒤 느끼게 되는 희열감으로 마무리된다. 역으로, 즐거웠던 휴가의 끝은 허무함으로 마무리될 수 있고, 마약을 통해 얻게 되는 쾌락은 곧 허탈감으로 변하게 될 수 있다. 이것을 솔로몬은 '고통의 혜택'benefits of pain 그리고 '즐거움의 비용'costs of pleasure이라고 표현하였다.

삶이란 냄비 속 개구리의 운명에서 볼 수 있듯 고통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삶이란 또한 즐거움 없이 유지될 수도 없다. 이 모든 것이 말해주는 것은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서 순간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고통이나 즐거움에는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있다는 사실이다. 고통은 고통스럽되 고통만이 있는 것은 아니며 즐거움은 즐겁되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명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란 고통스러울 때 고통만을 생각하지 않으며, 즐거움이 있을 때 즐거움만 생각하지는 않는 사람이다. mind

* [편집자주] '냄비 속 개구리'는 많이 사용되는 표현이며, 이를 실험적으로 검증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2002년 동물학자인 빅터 허친슨V. Hutchison은 동물마다 생존 가능한 최대온도Critical Thermal Maxima가 있어서 뚜껑이 열려져 있었다면 탈출했을 것이라며 이 실험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참고문헌>

  • Scripture, E. W. (1895). Thinking, feeling, doing. Meadville, PA: Flood and Vincent.
  • Skinner, B. F. (1971). Beyond freedom and dignity. New York, NY, US.
  • Solomon, R. L. (1980). The opponent processes in acquired motivation: The costs of pleasure and the benefits of pain. American Psychologist, 35, 691-171.
오세진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산업및조직심리 Ph.D.
오세진 교수는 Western Michigan University에서 박사학위(학위 논문: The Effects of Linear and Accelerated Performance-Pay Function on Worker Productivity in Individual Monetary Incentive Systems)를 취득하였다. 안전관리를 포함한 조직 수행 관리와 관련된 주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번역서로서 “직무수행관리”, 저서로는 “행동을 경영하라” 등이 있다. 특히 현장 연구를 통해 심리학적 지식을 조직 환경에서 실용적으로 적용시키는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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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2019-11-12 13:37:59
아 하루의 시작이 좋은글이어서 행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