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지혜로와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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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지혜로와지는가?
  • 2019.11.08 16:00
나이든 어른이 지혜로울 것이라고 통념이 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의하면 나이가 든다고 지혜로와지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심리학, 지혜를 탐구하다

지혜의 역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가 중요시하고 강조한 개념이다. 철학을 의미하는 philosophy의 어원은 지혜sophy를 사랑philo한다는 뜻이며, 성경의 잠언과 불교의 반야심경은 지혜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심리학에서는 지혜를 어떻게 정의하고 연구해 왔을까?

서구 신화세계에서 지혜는 여성으로 표현되었으며 사랑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이해했다. 프랑스 고전주의 화가 Charles Meynier의 이 그림은 지혜의 여신 아테네가 사랑의 화살로부터 젊은이를 보호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Charles Meynier (1763~1832), 'Wisdom defending Youth against Love', 1810, oil on canvas,  242 * 206 cm.
서구 신화세계에서 지혜는 여성으로 표현되었으며 사랑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이해했다. 프랑스 고전주의 화가 Charles Meynier의 이 그림은 지혜의 여신 아테네가 사랑의 화살로부터 젊은이를 보호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Charles Meynier (1763~1832), 'Wisdom defending Youth against Love', 1810, oil on canvas, 242 * 206 cm.

심리학계에서는 스텐리 홀Stanley Hall이 그의 나이 76세가 되었을 때에 처음으로 지혜에 대해 언급했고, 1970년대에 들어서야 지혜에 관한 실증적 연구가 진행되었다. 지혜는 복잡 미묘하고 추상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심리학자들마다 강조하는 부분이 달랐고, 이에 따라 지혜의 정의도 조금씩 다른 양상을 보였다. 심리학에서는 크게 지혜의 요소를 개인적 지혜와 일반적 지혜로 구분하여 접근한다Staudinger & Glück, 2011. 개인적 지혜는 개인의 삶에 대한 내면의 통찰력과 성장을 의미하며 일반적 지혜는 삶에 대한 전반적인 통찰과 타인의 관점에서 숙고하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적 지혜와 일반적 지혜

개인적 지혜는 흔히 자기보고식 방법을 사용했으며, 대표적으로 모니카 아덜트Monika Ardelt는 인지적, 성찰적, 감정적 요소가 지혜의 핵심 요소이며,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은 자아의 통합을 지혜라고 여겼으며, 캐롤 리프Carol Ryff는 지혜를 심리적 웰빙의 한 부분으로 개인적 성장이라고 정의했다.

반면 일반적 지혜는 주로 제 3자가 지혜를 평가하는 성과 측정 방법을 사용했다. 대표적으로 베를린 위스덤 프로젝트에서는 인생에 있어 기본적인 통찰력과 판단에 대한 전문성을 지혜라고 정의했으며, 로버트 스턴버그Robert Sternberg는 지혜를 자기와의 직면이 아닌 자신, 타인, 사회 간의 균형이라고 정의했고, 유디트 글뤼크Judith Glück는 인생의 근본적인 주제들에 대한 깊고 넓은 지식이라고 지혜를 정의했다. 이처럼 어떠한 측면의 지혜에 초점을 맞추어 정의하느냐에 따라 지혜로운 사람의 정의가 달라질 수 있다.

한편 지혜의 두 가지 구분은 정의와 측정 방법뿐만 아니라 나이와의 연관성을 살펴보는 데에도 중요한 접근이다. 우리는 흔히 지혜로운 사람을 생각할 때에는 수염이 많은 현자, 안경을 낀 랍비와 같이 나이가 많은 노인을 떠올리기 쉽다. 또한 젊은 사람을 명철하거나 총명하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지혜롭다고 말하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랑니를 영어에서도 wisdom tooth라고 부르는데, 이는 사랑니가 뒤늦게 나오는 것처럼 지혜도 어른이 되어서 발생한다고 해서 붙여진 어원이다. 스텐리 홀과 에릭 에릭슨도 마찬가지로 지혜는 노년기 발달의 마지막 단계에 발생한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지혜가 정말로 나이듦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젊은 사람보다 노인에게 많이 나타나는 것일까?

나이 들면 지혜로워질까?

이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Mickler와 Staudinger독일의 드레스덴(Dresden) 지역에서 지혜의 유형에 따른 나이와의 관련성을 조사하였다Mickler & Staudinger, 2008. 이들은 20~40세인 83명과 60~80세인 78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지능(유동적, 결정적 지능), 개인적 지혜, 일반적 지혜를 측정하였다.

개인적 지혜를 측정하기 위해서 “당신이 친구가 되었다고 가정해보고 자신을 생각해 보십시오. 이 때 당신의 전형적인 행동이 무엇인지,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 자신의 장단점과 변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요?”에 대해 질문하였다. 일반적 지혜에 대한 물음으로는 “사람들은 때때로 그들이 계획한 것을 달성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이 때에 사람들은 어떤 것을 해야 하며 무엇을 고려해야 합니까?”와 같은 삶의 딜레마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후 심사위원들은 응답을 바탕으로 지혜 점수를 산출하였다.

그 결과 개인적 지혜와 일반적 지혜는 나이와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통상적으로 노인이 더 지혜롭다라는 생각을 뒤집은 놀라운 결과를 보고했다. 일반적 지혜는 젊은 집단과 노인 집단 모두 비슷하게 보였으며, 일부 개인적 지혜에 해당하는 기준에서는 젊은 집단의 지혜 점수가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

지혜에는 연령 하한선이 없나니

한편 젊은 집단이 지혜의 속성 중의 하나인 개방성과 유동적 지능이 높을 수 있기에 이를 통제한 결과에서도, 위와 동일한 결과가 보고되었다. 연구자들은 노인이 자기에 대해 긍정적인 편향을 하기 쉽기 때문에, 자기 비판적 사고와 같이 자신을 부정적으로 인지하는데 어려움이 있거나 자기 성찰보다는 안정성을 추구하려는 성향 때문에 젊은 사람과 노인의 지혜 점수가 큰 차이가 없었다고 본 결과를 해석하였다.

또한 지혜는 삶의 중대한 사건에도 영향을 받는 만큼, 코호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과거 노인들이 보다 권위적인 사고방식으로 자라왔기에 개인적 지혜의 측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한편 본 연구는 나이를 비연속적으로 구분하여 피험자를 산출하였기 때문에 연속적인 나이에 따른 지혜를 파악할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닌다. 그럼에도 본 연구결과는 나이와 지혜가 서로 관련이 없으며 일부 지혜 영역에서는 청년이 더 높은 지혜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본 연구 결과는 지혜는 나이든 사람들만이 가지는 특성이 아니라 전생애적으로 발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기에 의의가 있다. 이는 지혜의 속성을 알고 꾸준히 계발한다면 누구나 지혜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혜 심리학자 유디트 글뤼크Judith Glück는 지혜가 발달하는 데 촉매 역할을 하는 것은 인간의 삶에 대한 태도와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모든 경험을 뜻하는 ‘삶의 위기’라고 말했다. 즉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삶의 위기를 상대적으로 많이 겪을 수 있기에 지혜가 많이 보이는 것일 뿐, 꼭 모든 노인이 지혜롭지는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그의 저서 『지혜를 읽는 시간』에서 개방성, 감정 조절, 공감하기, 성찰하기, 통제 불능 환상을 극복하는 능력을 통해 지혜를 가질 수 있다고 소개한다. 뿐만 아니라 지혜를 얻고 발전시키기 위한 실증적인 심리학 연구결과에 따르면, 명상, 종교적 행위, 지혜와 관련된 문헌 읽기, 마음챙김, 지혜로운 멘토 삼기, 리더십 기르기 등이 지혜를 키우는 것에 도움이 된다고 소개한다. 이를 통해 더 이상 지혜가 추상적이며 어려운 개념이 아니길 바라며, 지식과 정보만 쫓지 말고 내 안의 지혜를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감수: 중앙대 심리학과 김기연 교수] mind

<참고문헌>

  • Mickler, C., & Staudinger, U. M. (2008). Personal wisdom: Validation and age-related differences of a performance measure. Psychology and aging, 23(4), 787.
  • Staudinger, U. M., & Glück, J. (2011). Psychological wisdom research: Commonalities and differences in a growing field. Annual review of psychology, 62, 215-241.
최명진 중앙대 심리학과 노년심리 석사과정
노인 심리, 노인 상담, 노인 복지를 중점으로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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