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경험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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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경험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 2019.11.12 16:00
다양한 해외 경험, 긍정적이기만 할까요? 여러 나라에서 살아본 경험은 창의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만, 도덕적 옳고 그름이 절대적이기보다 상대적이라는 믿음을 증가시킨다고 합니다.

금요일 퇴근 후 대만으로 떠나는 도깨비 여행, 한 달간 스페인 산티아고로 떠나는 여행, 해외 유학, 해외 봉사, 해외에서의 직장 생활..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이러한 해외 경험은 꿈꾸는 것조차 쉽지 않았죠. 하지만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국내를 떠나 자유롭게 여러 나라를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야흐로 세계화의 시대입니다! 

해외 경험의 긍정적 효과

이렇게 세계가 좁아지고 여러 문화를 접할 수 있게 되면서 해외 경험은 점점 더 그 가치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해외여행, 유학, 해외 연수의 기회를 잡으려 하고, 학교나 회사에서도 이러한 해외 프로그램 참여를 적극적으로 장려합니다. 해외에서의 경험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에서죠. 그렇다면 과연 실제로 해외 경험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그간 해외 경험을 다룬 연구들은 주로 그 긍정적인 효과를 밝혀왔습니다. 연구들에 따르면, 해외에서의 경험은 인지적 유연성cognitive flexibility을 높여 다양한 관점을 통합할 수 있도록 돕고, 창의력 향상에 도움을 줍니다. 이뿐 아니라 사람들은 해외에서 낯선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인간 본성이 자애롭다는 믿음을 갖게 되고, 타인을 더 신뢰하며, 차별적인 편견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습니다.

예술가들에게 파리는 모든 구속과 억압을 피해 예술적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해방구였다. 그 중심에 무랭루즈가 있다. 그곳을 즐겨 찾았던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뚜르즈로트렉의 작품이다. Henri de Toulouse-Lautrec (1864~1901), 'At the Moulin Rouge', 1892-1895, Oil on canvas, 123  × 140 cm, Art Institute of Chicago.
예술가들에게 파리는 모든 구속과 억압에서 벗어나 예술적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해방구였다. 그 중심에 무랭루즈가 있었다. 그곳을 즐겨 찾았던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뚜르즈로트렉의 작품이다. Henri de Toulouse-Lautrec (1864~1901), 'At the Moulin Rouge', 1892-1895, Oil on canvas, 123 × 140 cm, Art Institute of Chicago.

유학갔다 온 학생들의 부정행위

그렇다면 해외 경험이 인간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있을까요? Jackson과 동료들8개의 연구를 통해 해외 경험이 인간의 비도덕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밝힘으로써 해외 경험에 부정적인 영향이 잠재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오늘은 그중 몇 개의 연구를 소개할까 합니다Jackon et al, 2017. 먼저, 연구자들은 해외 경험이 비도덕적 행동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예로, 연구진은 iPad를 상품으로 걸고 해외 유학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프랑스어권 고등학생들에게 단어 과제를 순서대로 풀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과제에서 세 번째 문제는 풀 수 없는 문제였으므로 세 개 이상 풀었다고 응답한 학생은 부정행위를 한 것이었죠. 학생들은 유학 가기 한 달 전, 유학 6개월 후, 12개월 후에 각각 단어 과제에 참여하였고, 유학 전보다 6개월 후에 부정행위가 유의미하게 증가하였음을 발견하였습니다. (다만, 해외에서 6개월을 더 산다고 해서 부정행위를 더 많이 하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실행한 실험 연구에서도 위의 종단연구와 마찬가지로 해외 경험이 비도덕적 행동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검증해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해외 경험의 어떤 측면이 비도덕적 행동을 증가시키는 걸까요?

여러 나라에서 살아본 경우

우리는 같은 기간 동안 여러나라에서 해외 경험(경험의 폭)을 할 수 있는 한편, 한 나라에서 오랜해외 경험(경험의 깊이)을 할 수도 있습니다. 연구진들은 일련의 연구를 통해 한 나라에서 오랜 경험을 하는 것보다 여러 나라에서의 다양한 해외 경험이 비도덕적 행동 증가를 더 많이 예측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예로, 한 실험에서 5분 동안 한 나라에서의 해외 경험을 쓴 집단보다 여러 나라에서의 경험을 써 내려간 집단이 보너스를 받기 위해 해결할 수 없는 단어 과제를 해결했다고 보고하는 경우가 더 많았으며,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비도덕적인 행동(기차 무임승차 등)을 용인할 의도가 더 높았습니다. 연구진들은 영어권, 프랑스어권, 대학원생, 중년 등을 대상으로 한 나머지 3개의 연구에서도 경험의 깊이가 아니라 경험의 폭이 비도덕적 행동 증가를 예측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폭넓은 경험에 따른 도덕적 상대주의

이제 우리는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Jackson과 동료들은 다양한 국가에서의 폭넓은 경험들이 도덕적 상대주의(도덕적 옳고 그름이 절대적이기보다 상대적이라는 믿음)를 증가시키고 이로 인해 비도덕적 행동이 증가한다고 예측하였습니다Jackon et al, 2017. 이러한 예측을 검증하기 위해 진행한 연구에서,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외국 방문 횟수와 체류 기간, 도덕적 상대주의와 나이, 교육수준, 성격특성 등의 통제 변인을 측정하고 회귀분석 한 결과, 외국 방문 횟수만이 유의하게 도덕적 상대주의를 예측하였으며, 도덕적 상대주의는 비도덕적으로 행동할 의도를 정적으로 예측하였습니다. 창의성이나 감각추구 성향과 같은 변인을 통제한 다른 실험 연구에서도 이러한 결과는 반복 검증되었습니다.

이를 쉽게 풀어 이야기하자면, 사람들은 여러 나라에서의 다양한 해외 경험을 통해 도덕 규칙과 원칙의 옳음그름이 분명한 선으로 나뉘지 않으며, 오히려 문화와 시대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고 여기게 되고(도덕적 상대주의), 이러한 도덕적 상대주의로 인해 비도덕적인 행동을 정당화하고 무시하기 더 쉬워지고 따라서 비도덕적 행동이 더 일어나기 쉬운 것입니다. , 해외 경험이 인지적 유연성cognitive flexibility뿐 아니라 도덕적 유연성moral flexibility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Jackson과 동료들의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우리는 여러 국가에서의 경험이 많은 사람이 창의적인 사람일 수는 있지만, 더 도덕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개인이 다양한 문화에 노출되면, 그들의 도덕적 나침반은 그 정확성을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전혀 다른 세계에서의 경험과 다양한 문화에 노출되기 쉬워진 세계화 시대를 사는 우리는 도덕적 행동을 하기 위해 과거의 사람들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mind

<참고문헌>

  • Jackson et al. (2017). The dark side of going aborad: How broad foreign experiences increase immoral behavior.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12(1), 1-16.
안정민 중앙대 심리학과 사회및문화심리 박사 수료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한국 사회를 꿈꾸며, 사회변화를 위한 개인의 태도 및 인식 변화와 실천에 관심이 있다. 중앙대학교에서 사회 및 문화심리학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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