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흔적을 따라 함께 걷다
상태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의 흔적을 따라 함께 걷다
  • 2019.11.26 11:10
그녀의 동생이 가고 첫해를 이렇게 함께 보냈다. 우리는 동생의 죽음의 이야기로 시작하여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말을 아는 동생의 시간들을 함께 되짚어 함께 걸으며 슬픔의 시간들을 함께 했다.

20181019, 한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혼절하는 부모님을 대신하여 몇 살 터울 누나가 장례를 맡아 치렀다. 사진첩을 뒤적이며 영정사진을 골라야 했고 조문객 식사를 몇 인분을 해야 할지 결정했으며 비용을 치렀다. 장례식장에 온 친척이 "누구는 *** 때문에 죽었다"며 동생의 죽음의 이유를 단정 지어 다른 조문객에게 말하는 것을 보고 화가 치밀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당신이 뭘 알아!"

그 때까지 동생이 어떻게 죽었는지 듣지 못했고 차마 부모님께 물어볼 수도 없었다. 사람들은 이 죽음에 대해 자신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해주길 원하지만 동생의 죽음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Jules Charles Boquet, 'Mourning', 1900.
Jules Charles Boquet, 'Mourning', 1900.

가족 납골당 맨 아랫줄 한 자리에 동생을 안치할 수 있게 되었다. 원래 순서를 따지자면 동생은 그곳에 갈 수 없는 그런 이른 나이었다. 입관식에서 시신을 처음 보았다.  시신은 깨끗했고 동생의 표정은 편안해 보였지만 무섭기도 했다. 장례지도사가 동생에게 하고 싶은 마지막 말을 하라고 했다. 무슨 말을 했어야 했을까. 관 뚜껑이 닫히고 번쩍거리는 리무진에 실려 서울 추모공원에 도착했다. 서울에, 집이랑 가까운 곳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수많은 죽음의 육체가 불살라지는 곳.

동생의 관을 맞으러 나온 캐리어 실려 관은 통째로 화장터로 들어갔다. 그 앞에서 엄마는 다시 실신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유족 대기실에서는 동생이 몸이 사라지는 상황이 실시간으로 중계한다. [이름 *** 화로 * , 진행율 %] 약 두어 시간이 흐른 후 완료 표시가 뜨고 안내에 따라 수골실로 내려갔다. 몇 개의 뼛조각이 가족들에게 보여졌고 확인된 뼛조각은 가루가 되어 유골함에 담겨 나왔다. 그 유골함이 참 따뜻했다고 나의 내담자는 말했다.

201912, 자기 몸 보다 훨씬 큰 검정색 롱패딩에 묻혀 그 동생의 누나가 상담실로 들어왔다. 밤늦게까지 동생의 채팅창과 이메일을 살펴본다고 했다. 동생이 왜 죽었는지 알고 싶어서, 알아내야 한다고 했다.

동생의 죽음을 해석해야 해요

그녀의 엄마는 왜 자신이 살아야 하는지 매일 그녀에게 물었고, 한 동안은 그녀가 곁에 있어야만 잠을 잘 수 있었다. 아버지는 말을 잃었다. 동생은 죽었지만 살아있었고 나의 내담자는 누가 죽고 누가 살아 있는지 헷갈린다고 했다. 우리는 동생의 죽음의 이야기로 시작하여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말을 아는 동생의 시간들을 함께 되짚어 함께 걸으며 슬픔의 시간들을 함께 했다.

동생이 떠났던 그 날에 멈춰 있던 동생의 방이 치워졌고 나의 내담자는 이제 드디어 동생을 괴롭히던 병으로부터 동생을 해방시켜준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여전히 엄마는 '내가 왜 살아야 하느냐'고 묻지만 엄마의 고통을 대신 짊어 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일 년의 시간이 흘렀다. 10월이 되고 그 때의 날씨가 되자 내담자는 다시 힘들어했다.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숨쉬기가 힘들어요, 선생님

기일을 함께 추모하기 위해 서울 추모 공원에서 만났다. 그곳에서의 시간은 내담자에게 무섭고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 곳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그 날의 순서를 다시 밟아갔다. 동생이 꿈에 나타났다고 했다. 자기는 괜찮다며, 그래도 누나에게 고마운 것이 많았다고 했다며 내담자는 많이 울었다.

그녀의 동생이 가고 첫해를 이렇게 함께 보냈다. 내10월이 되면 그녀는 또 다시 흔들리겠지만 고통스럽게 아파하지 않기를 바란다. 애도 상담 중 참 많이 불렀던 이름 YH씨, 그곳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길 바란다. mind

 

고선규 mindworks 대표 임상심리 Ph.D.
임상심리전문가그룹 마인드웍스 대표이자 고려대 KU마음건강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중인 임상심리학자이다. 죽음으로 인한 상실과 애도가 관심 분야이며 자살 사별자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와 상담을 하고 있다. 인간이 만들어 내는 모든 아름다운 것을 탐미하며 그 속에서 심리학적 이야기를 관찰하고 나누고자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