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후회로 잠 못 드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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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후회로 잠 못 드는 이유
  • 2019.11.14 09:16
‘했더라면’ 혹은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후회하며 살아가는게 인생이다. 사람은 어떨 때 더 후회하는 것일까? 그리고 시간의 경과와 함께 어떻게 달라질까?

흔들리는 이불 속에서 네 창피함이 느껴진 거야

몇 년 전부터 인터넷 상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신조어 중 ‘이불킥’이라는 단어가 있다. 네이버 어학사전에 따르면, ‘자려고 누웠을 때, 부끄럽거나 창피스러운 일이 불현듯 생각나 이불을 걷어차는 일’을 의미한다. 술에 잔뜩 취해 직장 동료들 앞에서 추태를 보인 일, 직업정신이 투철한 알바생의 친절을 ‘작업’으로 오해하고 넘겨 짚었다가 망신을 당한 일, 발표 불안을 이겨내고자 팀 발표에 자원했다가 다른 학생들 앞에서 얼어붙어 발표를 망친 일 등, 우리를 잠 못 들게 하고 기어이 이불을 차게 만드는 일은 수없이 많다. 문제의 그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우리는 이처럼 어떤 행동을 ‘했기’ 때문에 후회를 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어떤 행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후회를 하기도 한다. ‘공부를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이라도 해볼 걸’, ‘돼지꿈을 꾼 그 날 복권을 샀어야 하는 건데’처럼, 행동을 취하지 않은 결과가 좋지 않을 때에도 후회는 우리를 잠 못 들게 한다.

이 사나이는 무엇을 후회하는 것일까? 에드바르드 뭉크의 작품이다. Edvard Munch  (1863–1944), 'Evening, Melancholy', 	1891, oil, pastel and pencil on canvas,  73 * 101 cm, Munch Museum, Norway.
이 사나이는 무엇을 후회하는 것일까? 에드바르드 뭉크의 작품이다. Edvard Munch(1863–1944), 'Evening, Melancholy', 1891, oil, pastel and pencil on canvas, 73 * 101 cm, Munch Museum, Oslo.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  

그렇다면, 행동을 해서 잘못된 경우와 행동을 하지 않아서 잘못된 경우 중, 사람들은 언제 더 강하게 후회를 경험할까? 예를 들어, A는 갖고 있던 주식을 파는 바람에 금전적인 손해를 보게 되었고, B는 갖고 있던 주식을 팔지 않고 두는 바람에 마찬가지의 손해를 보게 되었다. 두 사람 중 누가 더 후회를 많이 할까?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Kahneman과 Tversky에 의해 이미 제시되었다1982. 두 연구자들은 ‘행동’한 A가 ‘행동하지 않은’ B보다 더 큰 후회를 경험할 것이라고 예상하였고, 실제로 예상과 일치하는 결과를 발견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이들은 행동을 한 사람이 ‘하지 않았더라면’이라고 상상하는 것이 행동을 하지 않은 사람이 ‘만약 했더라면’이라고 상상하는 것보다 더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경우를 상상하려면, 다른 모든 상황 조건들은 그대로 두고, 이 행동과 그로 인한 결과만 머리 속에서 들어내면 된다. 반면에, 어떤 행동을 ‘했을’ 경우를 상상하려면, 시도해보지 않은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상상해내기가 더 어렵다는 것이다.

행동하는 것이 강한 후회와 연결된다는 증거를 제시한 또 다른 연구가 있다. Feldman과 Chen2019은 연구 참가자들에게 주인공이 후회하고 있는 내용의 글을 읽게 하거나, 후회하지 않고 있는 내용의 글을 읽게 한 후, 이 감정이 행동을 했기 때문인지, 또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결과인지 생각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후회하는 사람의 글을 읽은 참가자들은 후회하지 않는 글을 읽은 참가자들에 비해 후회의 감정을 ‘행동’한 결과로 보는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즉, 사람들은 타인이 경험하는 후회의 이유를 추측할 때에도 어떤 행동을 ‘했기’ 때문에 후회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최근의 연구 결과는 Kahneman과 Tversky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행동한 것에 더욱 민감한 이유 

그런데 우리는 왜 유독 ‘행동’한 것에 대해서 ‘이불킥’을 하는 것일까? 단지 그 경우에 더 큰 후회를 경험하기 때문일까? 행동으로 인한 후회와 행동하지 않음으로 인한 후회 간에는 단순히 강도나 양의 차이만 존재하는 것일까? 상상해보라. 행동하지 못해서 잘못된 경우, 당신은 아마 자꾸만 한숨을 내쉬게 되고, 끙끙 앓는 소리를 내고, 몸을 뒤척이겠지만, 불현듯 참지 못하고 이불을 차는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연구자들이 이불킥 행동을 연구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 제시하는 한 연구가 이러한 반응 차이를 설명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Kedia와 Hilton2011은 행동하거나 행동하지 않은 경우에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후회의 이면에는, 보다 구체적인 정서 경험에서의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구자들이 예상한대로, 행동한 결과가 잘못되었을 때 사람들은 죄책감, 수치심, 부끄러움, 회한, 자기-분노처럼 자신 때문에 경험하는 부정적이면서도 뜨거운hot 정서들을 더 많이 경험하였고, 행동하지 않은 결과가 잘못되었을 때에는 좌절감처럼 비활성화된 정서를 더 많이 경험하였다. 또한, 행동으로 인한 후회를 경험할 때 행동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결과에 대해 더 강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보고했다. 결국, ‘내가 왜 그랬을까’ ‘내 잘못이야’라는 자책과 함께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감정들 때문에 우리는 발을 동동거리다 못해 이불을 있는 힘껏 걷어차게 되는 모양이다.

어쨌거나 우리는 행동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들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후회를 덜 하기 위해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할까? 사실, 일부 연구자들은 앞에서 제시한 ‘행동하는 것이 행동하지 않는 것보다 더 큰 후회를 낳는다’라는 메시지에 조건이 붙는다고 주장한다.

실패에 대한 후회가 덜한 경우

한 연구에 따르면,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행동 이후 따르는 실패에 대한 후회를 덜 경험한다고 한다. Itzkin, Van Dijk, Azar는 사람들의 개인 특성 중에서 ‘조절 초점'regulatory focus이라는 특성이 행동 또는 비-행동 이후 실패에 따른 후회 경험에 미치는 효과를 연구하였다Itzkin et al., 2016. 조절 초점이란 개인이 어떤 목표를 성취하려고 동기화되는 두 가지의 방식을 의미하는데, '향상 초점'promotion focus을 가진 사람은 목표를 성취했을 경우 얻게 되는 이득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예방 초점'prevention focus을 가진 사람은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경우 겪게 되는 손해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경향에 따라 향상 초점의 사람은 얻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변화나 위험 부담이 있는 선택을 추구하는 반면, 예방 초점의 사람은 잃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하고, 손해가 따를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을 피하는 특성을 보인다.

Itzkin 등의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의 조절 초점을 측정한 후 행동을 한 경우와 행동을 하지 않은 경우 결과가 실패로 나타났을 때 어떤 경우에 더 후회를 많이 경험하는지 알아보았다. 그 결과, 행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를 경험한 경우에는 향상 초점과 예방 초점의 참가자들 간에 후회 경험에서의 차이가 없었지만, 행동한 결과로 실패를 경험한 경우에는 향상 초점을 가진 사람들이 예방 초점의 사람들보다 후회를 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인식한 경우, 사람들은 행동의 결과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후회를 덜 느꼈다.

후회에 대한 시간의 효과

한편, Gilovich와 Medvec1994은 행동하는 것과 행동하지 않는 것이 사람들의 후회 경험에 미치는 효과가 시간적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Kahneman과 Tversky의 주장처럼 행동을 하는 경우가 행동하지 않는 경우보다 더 강한 후회를 이끌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행동하지 않은 경우에 더 많은 후회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이 단기적인 관점에서 후회되는 일을 생각할 때에는 행동을 한 경우에 더 후회한다고 보고했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볼 때) 후회되는 사건들을 생각해본 경우 행동을 하지 않은 경우에 더 후회한다고 보고하였다. (이 연구에서 직접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지만) 연구자들은 이 결과에 대해, 행동한 결과가 잘못된 경우에는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든 취해보고 노력해볼 수 있지만, 행동하지 않은 결과가 잘못된 경우에는 행동을 취하지 못한 그 상태에 계속 머물러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후회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하였다.

어차피 후회할 것이라면 

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행동 때문에 이불킥을 하게 되는 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덜 찾아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민 끝에 끝내 행동하지 못한 날의 기억은, 한참 후에도 문득 찾아와 당신을 잠 못 들게 할 수도 있다. 만약 당신이 실패를 두려워하기 보다 도전하기를 원한다면, 현재의 자신보다 변하고 싶다면, 행동하는 쪽을 선택하는 것은 어떨까. 어차피 후회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니. mind

   <참고문헌>

  • Feldman, G., & Chen, J. (2019). Regret-action effect: Action-inaction asymmetries in inferences drawn from perceived regret.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84, 103821, ISSN 0022-1031, https://doi.org/10.1016/j.jesp.2019.103821.
  • Gilvich, T., & Medvec, V. H. (1994). The temporal pattern to the experience of regret.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7(3), 357-365.
  • Itzkin, A., Van Dijk, D., & Azar, O. H. (2016). At least I tried: The relationship between regulatory focus and regret following action vs. inaction. Frontiers in Psychology. 7, 1684, doi: 10.3389/fpsyg.2016.01684.
  • Kahneman, D., & Tversky, A. (1982). The psychology of preferences. Scientific American, 246, 160-173.
  • Kedia, G., & Hilton, D. J. (2011). Hot as hell! The self-conscious nature of action regrets.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47, 490-493.
권영미 성균관대 심리학과 초빙교수 사회심리 Ph.D
따뜻한 시각과 냉철한 사고를 갖춘 심리학자로 살아가기 위해 고심 중이다. 성균관대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후 미국 Washington State University에서 사회심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성균관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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