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남자와 어떻게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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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남자와 어떻게 다른가?
  • 2019.07.10 09:00
남자와 여자는 많은 점에서 다르다. 성적인 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성심리학을 주도하고 있는 윤가현 교수가 그 차이점을 하나씩 알려줄 것이다. 그 첫번째 글이다.
클림트 Judith_1.
오스트리아의 상징주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Gustav Klimt, 1862~1918는 여성의 에로티시즘과 주도성을 표현함으로써 전통적 여성상을 해체한 것으로 유명하다. '유디트Judith'란 제목의 이 그림은 적 장수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들고 있는 이스라엘의 여걸 유디트를 에로틱하게 묘사했다. '유디트1901. 캔버스 유화. 84ⅹ42cm.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미술관 소장. 

인간은 동물과 어떻게 다를까.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영역이 성행위일 것이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오직 종족보존을 위해 교미를 한다. 그러나 인간의 성행위는 종족보존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다. 하등동물은 발정기에 수컷의 교미 시도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이 먼저 수컷을 찾아가서 교미를 유도하기도 한다. 교미가 이루어지면 곧바로 수태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발정기가 아닌 시기에 암컷은 수컷의 교미 시도를 대체로 거부한다. 종족보존과 상관없기 때문이다.

반면 인간의 독특함은 종족보존 이외의 이유로 성행위를 추구한다. 그 이유가 다양하기는 하지만, 한 마디로 묶어 표현한다면 ‘쾌락추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진화를 거치면서 발정기가 사라진 대신 배란기가 발달했다. 게다가 배란기에 성관계를 맺더라도 임신이 될 가능성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인간의 쾌락추구

과학자들의 고민은 인간의 쾌락추구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각 개인마다 살아온 배경이나 경험의 차이가 워낙 큰 까닭에 쾌락추구 성향의 성행위를 예측하거나 설명하는 일은 그리 쉽지가 않다. 그러다보니 가장 일반적인 범주인 남성과 여성의 성별 차이를 밝히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재 연구는 남성이 여성보다 성적으로 더 쉽게 흥분한다는 사실을 규정한데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즉 어떤 요소가 그러한 차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서, 단지 선천적 요인과 후천적 요인의 조합으로 그 성차를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먼저 선천성 이론을 살펴보자. 선천성 이론에서는 남녀의 유전인자가 다르고, 그로 인해 취하게 되는 종족번식을 위한 남녀의 전략 차이에 주목한다. 예컨대 여성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임신하여 출산할 경우 자신과 아이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최선의 남성 한 명을 제대로 선택하는 것이 종족보존에 유리하다. 여러 남성으로부터 성교 제안을 받더라도 여성에게 남성의 숫자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 하지만 남성의 입장에서 자신의 흔적(씨앗)을 생존시키는 최선의 종족보존 전략은 가능한 많은 여성과 성행위를 시도하는 것이다. 그래야 자신의 씨앗을 많이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남성이 성적 자극에 더 쉽게 흥분하고, 어떤 여성을 만나더라도 적절한 상대인지 고려하지 않고서도 성행위를 갈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진화생물학적 설명과 유사하다.

다음으로 사회문화적 요인으로 성의 차이를 설명하는 후천성 이론을 보자. 후천성 이론은 선천성 이론보다 훨씬 다양하고 복잡하다. 부모 관계에서부터 삶의 체험과 환경이 개인마다 다 다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나고 자란 형제나 자매들도 그 조건이 다른 까닭에 성에 대한 행동ㆍ태도가 다르게 나타나곤 한다. 한국의 경우, 성관계를 금기시하는 전통사회의 잔재가 남아 있기 때문에 아직도 일부 여성들은 성적 자극을 회피하려고 하거나, 자극 받더라도 성적 흥분을 자제하려고 애쓴다. 그들이 성적 자극에 대해서 머리와 몸이 마치 분리되는 것처럼 반응하는 이유는 한국사회의 문화적 특성에서 기인한 것이다.

여성, 몸 따로 마음 따로

남성과 여성은 성적 흥분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 성행위에서 심리적인 만족이나 쾌감을 느끼는 것은 주관적 성적 흥분SSA: subjective sexual arousal이라 한다. 이와 달리 성적 자극에 노출되었을 때 나타나는 성기 부위의 생리 변화와 같은 것을 객관적 성적 흥분OSA: objective sexual arousal이라 한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남성의 경우 SSA와 OSA가 거의 일치하는 편이었다. 성적 자극에 대해 남성들이 흥분을 느끼지 않을 경우 성기 부위에서도 특별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는 달랐다. 성생활에서 만족을 얻지 못하는 상당수의 여성들은 성적 자극에 노출되었을 때, 성기 부위의 생리 변화가 두드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흥분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SSA와 OSA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성을 죄의식, 혐오 등과 연결시키는 여성들에게서 이 같은 불일치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들은 남녀의 성차가 존재함을 증명하며, 한발 더 나아가 그 성차는 주로 후천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를 가지고서는 선천성과 후천성 요인의 상대적 크기 또는 중요성이 어느 정도인지, 또한 선천성이나 후천성 요인에 의한 성차가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성적 흥분도 실험

필자는 남녀간의 선천성과 후천성에 의한 성적 차이를 가늠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실험을 실시한 바 있다. 남녀 대학생들을 포르노 동영상에 노출시킨 후, 이들에게 성적으로 흥분된 수준을 주관적으로 평가토록 하는 실험을 실시한 바 있다. 실험 참가자가 동영상을 보기 시작한 지 1분, 4분, 7분, 10분이 될 때마다 그 순간의 흥분 상태를 0에서 100 사이의 수치로 표현하면 되는 것이었다.

사회적·문화적 환경의 효과를 파악하기 위해 실험대상을 두 집단으로 나누었다. A 집단에는 가능하면 편안하게 성을 바라볼 수 있도록 조건을 조성하였다. 남녀를 막론하고 성욕은 본능이므로 청소년기 이후에 가지는 성적 환상이나 자위행위는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며, 성행위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가볍게 주고 받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든 것이다. B 집단에는 동영상에 노출시키기 전 성과 관련된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도록 조건을 부여하였다. 이를 위하여 간단한 암산 문제[765-7=?]를 3분간 실시하였다. 암산 문답이 끝나고 이 집단의 실험 참가자들은 곧바로 동영상에 노출되었다.

실험 결과 두 집단의 남녀 모두 시간이 지날수록 성적 흥분을 평가하는 지수가 7분에 이를 때까지 지속적으로 높아졌고, 이후에는 커다란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조건에 따라 확인할 수 있는 남녀의 차이는 흥미로웠다.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우선 남성은 두 조건에서 반응 차이가 크지 않았다. 10분 경과 시점에서 A집단의 성적 흥분은 55점 수준인데 비해, B 집단의 경우 50점 내외였다. 사회적 환경 변화가 성적 흥분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두 조건에서 모두 여성보다 더 높은 흥분 상태를 보고하였다. 남성이 선천적으로 성적 자극에 민감하다는 통념에 부합하는 결과다.

조건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여성

반면 여성은 주어진 조건에 따른 차이가 확연했다. 성을 편안하게 바라보도록 했던 조건에서 성적 흥분이 훨씬 더 높다고 답했던 것이다. 7분 경과 시점에서 여성 A집단의 성적 흥분은 40점을 넘어섰지만, B집단은 30점에 머물렀다. 더욱이 시간이 경과할수록 성적 흥분이 줄어드는 경향까지 보였다.

실험 결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남성의 경우 선천적으로 여성에 비해 성적 자극에 민감하며, 사회적 환경에 관계없이 일관된 성적 흥분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여성은 남성보다 후천적인 사회적 조건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이다. 즉 여성에 대한 성적 억압이 줄어든다면, 그리하여 남성처럼 성을 편안하게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다면, 성차도 훨씬 줄어들 게 분명하다. mind

윤가현 전남대 심리학과 교수 발달심리 Ph.D.
전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성심리 및 노년심리 분야에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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