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으로 본 한국인과 일본인의 대인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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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으로 본 한국인과 일본인의 대인관계
  • 2019.11.21 12:00
한국과 일본은 가까운 이웃이지만 무척 다르다. 두 나라의 전통극인 한국의 탈춤과 일본의 노오를 비교해 보면 두 나라의 차이가 드러난다.

서로 다른 이웃 나라

많은 외국인들이 대인관계에 있어 한국과 일본 사람들의 차이를 이야기하고 있다. 일본인들이 깍듯하고 예의바르지만 다소 조용하고 소극적이라면, 한국인들은 훨씬 적극적이고 감정표현이 많다는 것이다.

하회탈
하회탈

한국의 대표적인 탈 하회탈이다. 한국의 탈은 그 표정이 매우 크다. 심지어 얼굴과 턱을 따로 만들어서 고개를 젖히면 턱이 더 벌어진다. 표정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탈춤에서 등장인물들은 자신들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반면, 일본의 대표적 탈은 가면극 노오의 탈, 노멘이다. 노멘의 특징은 희로애락의 감정을 거의 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대신 노오는 탈의 미세한 각도나 탈을 쓴 인물의 동작에 따라 등장인물의 감정을 표현한다.

성격은 가면에서 나왔다

이러한 한국과 일본의 탈들은 두 나라의 대인관계를 가장 잘 요약해준다고 생각된다. 탈, 즉 가면이란 성격personality의 속성과 같다. 성격을 뜻하는 'personality'는 그리스어 'persona'에서 왔는데, 이는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의미하는 단어다.

다시 말해, 성격이란 '개인이 뒤집어쓰고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또 다른 얼굴'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성격의 심리학적 정의로 봐도 탈을 한일 두 나라 사람들의 성격을 이해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하겠다.

물론 내성적이고 조용한 한국인들이 없는 것도 아니고 외향적이고 잘 노는 일본인이 없는 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개인차가 아닌 문화 유형의 차이로 이해되어야 한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제3자의 눈으로 분명히 구분되는 행동 유형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은 두 나라 사람들의 대인관계에 대한 생각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일본인들의 대인관계는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혼네는 말 그대로 어떤 사람의 본심本心을 말한다. 다테마에는 세울 건에 앞 전, 즉 '앞에 세운다'는 뜻으로 혼네와는 별개로 다른 사람들 앞에 세우는 '대인관계용'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인들이 항상 예의바르고 깍듯한 모습을 보이고 다른 사람들의 기분이 상할 만한 일을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은 이 다테마에의 역할이다. 일본인들의 다테마에는 사회적으로 주어진 자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구성되어 있고 또 작동된다.

일본인의 혼네

반면, 일본인들의 본심, 즉 혼네를 파악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이는 수십 년이나 살 맞대고 살아온 부부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을 일본인들의 본 마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류를 불러올 수 있다.

사실 한국인들로서는 혼네와 다테마에의 개념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인들은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표리부동하다고 하여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인들은 자기의 생각이나 느낌을 있는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는 것을 선호한다.

한국인들이 자기 생각과 감정을 잘 표현한다는 것이 잘 안 와닿으실 분들이 계실 지도 모르겠다. 한국인들은 자신들이 무슨 생각과 느낌을 가졌는지도 모르고 더군다나 그것을 남들에게 표현하는 것은 더더욱 서툰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한국인의 자기표현

한국은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문화에서 자기 의견은 묵살되기 일쑤이며 암기주입식 교육의 폐해로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키고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자기객관화가 덜 된 생각이다. 한국 사람들은 우리 생각보다 상당히 주관이 뚜렷하고, 자기표현이 강한 사람들이다.

특히 일본인들이 보기에 그렇다. 그들의 시각에서 한국인들은 깜짝 놀랄 정도로 자기 생각을 마음대로 말해 버리는 사람들이다. 일본인들은 다른 사람들 기분 상할까 봐 외모품평이나 집단 간의 알력 같은 민감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절대 하지 않는 반면, 한국 사람들은 쉽게쉽게 꺼낸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표현이 억제돼 있다는 생각은, 역으로 강한 표현욕구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내가 나를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내 표현을 가로막는 사회적 조건들(예, 권위주의적 문화나 획일적인 교육)을 인식할 수 있을까?

한국인들은 강한 표현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직설적이고 과감한 자기표현을 하는 사람들이다. 적어도 일본인들과 비교해서 말이다.

자신의 속마음을 감추고 상대방을 위한 또 다른 모습을 내세우는 일본인과,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비교적) 솔직하게 드러내는 한국인. 이러한 차이는 한국과 일본의 '나와 타인에 대한 생각'에서 비롯된다.

나와 타인에 대한 생각 차이

짧게 말하자면, 한국인들은 나와 다른 사람들 사이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반면, 일본인들은 나와 다른 사람들 사이에 뚜렷한 선을 긋는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나와 다른 이가 철저히 구분되는 존재라는 생각 때문에 혼네와 다테마에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나와 다른 이들 사이의 구분을 확실히 짓지 않는다. '네 마음이 내 마음이고 내 마음이 네 마음'이다. 한국인들은 친구가 되려면 그야말로 '너와 나' 구분이 없어야 한다. 친구 사이에 조그만 것이라도 숨기는 것이 있다면 '너는 나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구나'라며 섭섭해할 것이다.

한국인들은 서로 속내를 털어놓았다고 생각하면 금방 친해진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는 상당히 깊은 수준의 정서적 교감이 오간다. 한국에서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데는 하루 밤 정도면 충분하다. 그러나 일본인과 친해지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며칠 동안의 짧은 우정으로 그의 혼네를 파악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실수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 일본의 극 중 경계

사람 사이의 '경계'에 대한 생각은 한국과 일본 문화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다. 이 생각은 두 나라의 전통극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탈 이야기를 시작한 김에 두 나라의 전통극에 나타나는 '경계'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가 보자.

한국의 탈춤같은 전통극에는 무대와 관객의 구분이 거의 없다.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관객들도 배우들에게 농담을 하는 일이 흔하다. 노래나 춤 같은 건 아예 배우와 관객 구분 없이 어우러지는 경우도 많고 관객 중 한 명이 무대로 불려나가 즉석 연기를 하기도 한다.

한국의 전통극에서 무대(마당)는 극과 관객을 구분하는 최소한의 경계에 그치고, 관객과 배우는 그 경계를 넘나들며 극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특징을 보인다. 물론 극의 큰 틀이야 짜여져 있지만서도 말이다.

그러나 일본의 극노오能에서 관객은 무대와 철저히 분리된다. 노오의 무대는 극이 펼쳐지는 무대와 배우가 무대로 등장하는 길, 하시가카리橋懸로 이루어진다. 노오의 배우들은 하시가카리를 통해 현실과는 전혀 별개의 세계인 극의 세계로 들어가고, 일단 극이 펼쳐지면 그곳은 관객들이 앉아있는 현실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되는 것이다. 한국 탈춤처럼 배우가 관객에게 말을 걸거나 관객석으로 들어가는 일 같은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전통극으로 엿보는 대인관계 문법

연극, 특히 전통극은 그 나라의 전통적 대인관계에 대한 가정들이 반영되어 있다. 그 차이가 극명한 한국과 일본 전통극의 배우와 관객에 대한 생각에서 두 나라 사람들의 전통적 대인관계에 대한 생각을 읽어내는 것은 충분히 해 볼만한 생각이 아닐까.

일본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신과 타인이 명확히 구분되는 존재라는 전제에서 관계를 맺는다. 일본인들이 서로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을 꺼려하고(메이와쿠) 사회적으로 규정지어진 행동반경 안에서 행동하는 것을 편안해 하는 것은 이러한 전제에서 비롯되는 문화다.

반면, 한국인들은 기본적으로 자신과 타인의 입장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는 전제에서 대인관계를 맺는다. 한국인들이 말하지 않아도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고(이심전심), 때로는 상대방의 영역에 지나치게 깊게 들어가거나(참견) 상대가 원치 않는 오지랖을 부리는 것 또한 이러한 전제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대인관계에 피로감을 느끼는 최근의 한국 젊은이들 중에는 이러한 '오지랖 문화'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깔끔한 일본식 인간관계가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 같지만, 문화는 그렇게 단편적으로 이해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관심과 오지랖을 통해서 한국인들이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정서적 지지의 효과나 깔끔하고 예의바르게 보이는 그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일본인들의 심리적 압박은, 한 문화에서 태어나 거기에 익숙한 사람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mind

한민 심리학 작가 사회및문화심리 Ph.D.
토종 문화심리학자(멸종위기종), 문화와 마음에 관한 모든 주제를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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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2020-07-14 00:10:51
언뜻 논리적으로 잘 쓴 글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팔이 안으로굽는 아주 편협한 논리를 길게도 쓰셨네요. 인간이 사는 것은 다 똑같습니다. 다만 표출되는 방식이 다를 뿐이지요. 외국생활을 제대로 해보신 적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흑백논리식으로 누가 낫냐 나열하는건 구시대적 착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