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할 때와 가르쳐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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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할 때와 가르쳐야 할 때
  • 2019.07.09 11:00
아이가 거친 태도와 말투를 보일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육아 상담 전문가 조선미 교수는 태도와 내용을 구분할 것을 강조한다. 내용이 타당하더라도 태도가 나쁘면 바른 행동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딸 아이가 초등학교 일학년입니다. 다행히 학교도 친구도 선생님도 모두 좋다고 하는데 나름 스트레스도 있는지 요즘 들어 부쩍 대드는 것 같은 말투와 행동을 보입니다. 1학년인 점을 감안해서 그러려니 하다가도 어떤 때에는 아이가 너무 격하게 반응한다 싶습니다.

네가 기분 나쁠 수 있기는 한데 그게 이렇게 격하게 할 만큼인지 잘 모르겠다”고 하면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라 합니다. 제가 끝까지 본인의 감정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 생각해서 그러는 것 같기는 한데 어디까지 받아줘야 하는지, 아니면 제가 요새 새로 시작한 일들로 인한 부담감으로 아이에게 좀 너그러이 반응을 못하는 건지 참 어렵습니다. 후자의 경우라면 제가 정말 어찌 해야 할지요? 저도 나름 받아준다 하는데 모자라는 건가요? 참고로 딸아이는 생각이 많고, 어린이집에서나 학교에선 예의 바르고 야무진 아이라고 들었습니다. - 팟캐스트 조우심 사연(2018)

초등학교 일학년이라니 이제는 무조건 돌봐주어야 하는 나이를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네요. 엄마 입장에서는 대견하기도 하지만 아이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무엇을 더 도와주어야 할까 하는 걱정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민감한 시기이다 보니 달라진 아이의 행동에 대해서 더불어 고민도 많을 것 같습니다.

태도와 내용의 분리

이 문제의 핵심은 태도와 내용을 분리해서 다루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이가 어떤 이유로 무슨 말을 하는지, 그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 들어주어야 하는지 아닌지를 이차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네가 기분 나쁠 수 있지’ 하면서도 개운치 않은 것은 아이의 태도 때문입니다. 아무리 맞는 말이라도 반발하고 따지는 듯한 태도로 말한다면 초등학생이 아니라 더 어린 아이라 해도 듣는 사람은 마음이 상하게 됩니다. 그럴 수도 있다며 넘어가는 것은 자제력을 발휘한 결과일 뿐 전혀 기분 나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요.

브리튼 리비에르  Briton Riviere Sympathy
브리튼 리비에르(Briton Riviere, 1840~1920). 동정(Sympathy, 1878). 74.8*66.8cm. 영국 테이트미술관 소장. 

지금 아이의 태도가 초등학교 일학년으로서 맞지 않다고 느꼈다면 이 상황은 어머니가 부모로서 태도에 대해 가르쳐야 할 순간입니다. 엄마의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은 채 자기 주장만 한다면 일단 하고 있는 말을 중단시키세요. 그리고 “그런 태도로 말하면 엄마는 네 말을 들어줄 수가 없다”고 하세요. 아이는 말하려고 했던 내용에 몰입해 있기 때문에 주의를 태도로 환기시키기 위해서 어깨를 가볍게 잡는 것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엄마가 화가 나서 그런 게 아니라는 점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윽박지르거나 소리치지 않으면서 아이의 감정을 가라앉혀야 합니다. 심호흡을 하고 ‘지금은 아이와 대화를 할 때가 아니고 태도에 대해 가르쳐야 할 때야’라고 스스로에게 말해보세요.

역할 혼란

사회학에서 가장 유명한 저서 중 하나인 <문명화 과정>(1939)을 저술한 노베르트 엘리아스Norbert Elias는 요즘 부모들이 '역할 혼란'으로 고통 받는다고 기술합니다. 역할 혼란은 부모에게서 아이에게로 권위가 이동한 현상을 설명하는 용어입니다. 좋은 부모가 되고자 하는 사람일수록 아이에게 무엇을 허용하고 무엇은 허용하지 않을지를 결정하기 힘들어합니다. 특히 어떤 영역에서 어느 정도의 권위를 가질지에 대해서는 양 극단의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바움린드D. Baumrind는 부모의 양육태도를 민주적, 허용적, 방임적, 독재적 유형 등 네 가지로 나누었습니다. 방임형과 독재적인 방식이 좋지 않다는 것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민주적 유형과 허용적 유형을 구별하는데 있습니다. 허용적 양육태도는 애정을 많이 주고, 통제는 하지 않는데 비해 민주적 양육태도는 애정도 많이 주지만 통제도 하는 방식입니다. 민주적이라는 용어는 “권위 있는”과 같은 의미이며, 독재적인 유형을 의미하는 “권위적인” 태도와는 다른 것입니다. 민주적인 방식이 바람직한 것이라는 생각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서 부모는 권위를 갖고 아이를 키우는 방식이 혹시 권위적인 것은 아닐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의식주를 충족시켜주는 데서 멈추지 않으며, 사회에서 필요한 기술과 태도를 가르치는 것이 오히려 핵심입니다. 따라서 세상에서 통용되는 규칙은 당연히 가정에서도 실천되어야 합니다.

아이에게 좋은 태도를 가르치기로 결심했다면 “그렇게 말하면 엄마는 네 말을 들어줄 수가 없어. 차분하게 다시 말해봐.”라고 하세요. 혹은 “엄마는 지금 네 말을 들어주기 어려우니 차분하게 말할 수 있을 때 다시 하자.”라고 해도 됩니다. 초등학교 일학년이면 엄마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습니다.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것이 좋은 태도라는 것을 학교에서 이미 배웠기 때문입니다.

나쁜 태도는 바로잡아야

또한 아이는 태도를 고쳐주려는 부모의 지시에 순응해야 합니다. 태도를 바꿔서 말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같은 말이 대답이 되기도 하고, 말대답이 되기도 하는 것은 전적으로 태도에 따른 것입니다. 좋은 태도는 가정에서 학교로, 사회로 나아가면서 성장의 지표이자 성숙의 결과로 갖게 되는 자원입니다. 말대답하지 말라고 윽박지르거나 그 말이 맞는 것 같아 좋지 않은 태도를 그냥 넘어간다면 부모로서 가르쳐야 하는 중요한 점을 놓치는 셈이 됩니다. 아이의 말대답을 대답으로 바꿔주는 것은 어른의 책임입니다.

두서없이 쓴 글이지만 양육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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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미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임상심리 Ph.D.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아주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임상심리전문가로, 심리평가 업무와 다양한 치료프로그램의 운영 및 개발에 힘쓰고 있으며, 특히 아동치료프로그램의 다양화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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