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셴 미소, 행복의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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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셴 미소, 행복의 증상
  • 2019.11.21 18:45
행복한 사람은 웃음을 감추기 어렵다.그러나 모든 웃음이 다 행복해서 웃는 것일까. 진짜 행복한 웃음을 지는 사람은 어떻게 다를까.

감기철이 돌아왔다. 아직 겨울을 맞이할 몸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갑작스레 환절기의 찬 공기를 마시니 주위에 감기에 걸려 콜록거리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코가 막혀 맹맹한 목소리, 기침과 재채기, 흐르는 콧물 등 다양한 감기 증상들이 눈에 띈다. 이런 감기의 증상들 때문에 감기에 걸린 사람은 티가 난다. 감기의 증상을 나타내는 사람을 보고 사람들은 ‘저 사람은 감기에 걸렸으니 옮지 않게 주의하자’ 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행복의 증상

그런데 감기에 걸린 사람처럼 행복한 사람도 티가 난다. 행복에도 증상이 있기 때문이다(행복이 병은 아니지만). 감기에 걸린 사람에게서 콧물이 나듯, 행복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감출 수 없는 여러 가지 상태나 모양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행복의 증상을 나타내는 사람을 보고 사람들은 그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행복의 증상 중 하나가 바로 웃음이다. 사람들은 행복할 때 웃고, 행복한 사람들은 웃음을 감추기 어렵다. 따라서 웃음은 행복의 증상이다. 감기 환자가 기침을 참기 어렵듯, 행복한 사람은 웃음을 참기 어렵다. 

그런데 웃음이 행복의 증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행복할 때 웃는 것은 확실히 맞다. 하지만, 행복하지 않을 때에도 사람들은 웃는다. 휴일에 의외의 장소에서 반갑지 않은 직장 동료를 만나 억지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기도 하고, 때로는 슬픈 마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애써 얼굴에서 슬픈 표정을 지우고 웃는 얼굴을 하기도 한다. 누군가가 농담을 했을 때 웃기지 않더라도 예의상 웃어 주는 일도 허다하다. 이처럼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을 때에도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수도 없이 웃는다.

코를 풀고 있는 사람이 콧물을 흘리는 이유는 감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알러지 때문일 수도 있다. 웃고 있는 사람도 행복해서일 수도 있지만 행복과 상관 없는 다른 이유에서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행복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웃음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이 정도의 웃음이면 뒤셴의 미소라 할 수 있을까. Gerrit van Honthorst, The Laughing Violinist (1624),  ©Johnny van Haeften Ltd., London. The Bridgeman Art Library.
이 정도의 웃음이면 진짜 행복한 웃음이라 할 수 있을까. Gerrit van Honthorst, The Laughing Violinist (1624), ©Johnny van Haeften Ltd., London. The Bridgeman Art Library.

뒤셴 미소와 팬암 미소

진정한 웃음, 진정한 미소인지를 살피면 된다. 진짜 행복할 때 짓는 웃음은 '뒤셴 미소'Duchenne’s smile라고 한다. 뒤셴 미소는 눈이 가늘어지며 눈가에 웃음 주름이 생기고, 볼이 당겨져 올라가는 얼굴이다. 쉽게 말하면 '광대 승천 눈웃음'이다. 이런 표정은 진짜 행복할 때에만 지어지는 웃음이다. 진정한 행복의 증상이자 행복을 구분하는 지표이다. 반면, 행복하지 않아도 지을 수 있는 웃음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만 방긋 웃는 '이쁜' 웃음이다. 사람들이 셀카 찍을 때 많이 나오는 표정이다. 눈은 여전히 크게 뜬 상태에서 입만 웃기 때문에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표정, 행복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지을 수 있는 미소이다.

이런 웃음을 '팬앰 미소'Pan Am Smile라고 한다. 현재는 없어진 미국의 항공사인 '팬 아메리칸 항공'Pan American World Airways을 줄여서 팬암Pan Am이라 부르는데, 이 팬암 항공사를 배경으로 한 미국 드라마의 제목도 『팬암』이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인, 극 중 팬암 승무원들이 행복하지 않을 때에도 지을 수 있는, 눈을 크게 뜬 예쁜 미소를 짓고 있었기에 이러한 미소가 팬암 미소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행복한 미소의 효과 

즉, 팬암 미소가 아닌 뒤셴 미소만이 진정한 행복의 증상이라고 볼 수 있다. 행복해서 뒤셴 미소를 짓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결과가 따라올까?

미국의 심리학자 하커Harker와 켈트너Keltner는 1958년과 1960년에 미국의 밀스 컬리지Mills College의 여대생들이 찍은 졸업사진을 입수했다. 연구자들은 20~21살 정도의 이 여학생들 사진을 보고, 누가 뒤셴 미소를 짓고 있는지 평가했다. 연구자들은 이 사진이 찍힌 때로부터 30년이 지난 후, 즉, 사진 속 여성들이 51세가 되어 있을 때 그들을 찾아갔다. 그리고 이제 중년이 된, 사진 속 그녀들에게 결혼 생활이 얼마나 행복한지 물었다. 그 결과, 30년 전 사진 속에서 뒤셴 미소를 짓고 있었던 여성들이 중년이 되었을 때 남편과의 관계에 더 만족하고 있다고 답했다. 30년 전에 찍은 사진 속에서 뒤셴 미소를 통해 드러난 행복은 30년 후의 행복한 결혼 생활의 예표였던 것이다.

웃으면 오래 산다 

결혼 만족도뿐만이 아니다. 미국 웨인주립대학교의 심리학자인 에이벨Abel과 크루거Kruger는 1950년 이전에 데뷰한 메이저리그 야구선수들의 얼굴 사진을 분석했다. 연구자들은 메이저리거들의 사진 속 표정을 보고 이 선수들을 (1) 전혀 웃지 않는 선수, (2)입만 웃는(팬엠 미소를 지은) 선수, (3)입과 눈을 모두 활짝 웃는(뒤셴 미소를 지은) 선수의 3단계로 구분했다. 그리고 이렇게 평가한 미소의 강도, 즉 진정한 웃음인 뒤셴 웃음을 짓고 있는지 여부와 야구선수들의 수명 간의 관계를 살펴 봤더니 사진 속에서 웃지 않고 있는 선수들보다 뒤셴 미소를 지은 선수들은 7년이나 평균 수명이 길었다. 사진 속에서 전혀 웃지 않은 선수들의 평균 수명은 72.9세였는데 뒤셴 웃음을 지은 선수들의 평균 수명은 79.9세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 장의 사진 속에서 더 환하게 웃고 있었을 뿐인데 평균 수명이 7년이나 길어졌다니 참 놀라운 결과이다.

단지 한 장의 사진 속에서 짓고 있는 뒤셴 미소가 이처럼 몇 십 년이 지난 후의 행복이나 수명 등까지도 예측할 수 있는 이유는, 뒤셴 웃음이 꾸밈 없는 진정한 행복의 증상이기 때문이다.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말은 “뒤셴의 미소로 웃으면 복이 와요”로 바꾸어 표현하는 것이 좀 더 심리학적으로 정확한 표현이 될 것 같다. mind

   <참고문헌>

  • Harker, L., & Keltner, D. (2001). Expressions of positive emotion in women’s college yearbook pictures and their relationship to personality and life outcomes across adulthood.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0, 112–124.
  • Abel, E. L., & Kruger, M. L. (2010). Smile intensity in photographs predicts longevity. Psychological Science, 21(4), 542-544.
임낭연 경성대 심리학과 교수 성격및사회심리 Ph.D.
연세대에서 사회 및 성격 심리학을 전공하였으며, 행복에 관한 주제로 박사학위를 하였다. 현재 경성대 심리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2015년에 한국심리학회에서 수여하는 김재일 소장학자 논문상을 수상하였다. 행복 및 긍정적 정서 연구를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저서로는 범죄피해 진술조력(2018), 범죄피해 조사론(2018), 심리학개론(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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