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프로그램은 그저 예능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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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프로그램은 그저 예능일 뿐
  • 2019.12.03 14:00
수많은 종편 프로그램이 온갖 건강식품과 건강행동들에 대한 정보를 쏟아내고 있지만 막상 이를 꼬박꼬박 지키고 영양제와 필요한 약물을 챙기는 사람들의 비율은 현저히 낮다. 건강행동을 지연시키거나 심지어 처방약물을 복용하지 않게 만드는 심리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질병에 걸리는 것을 싫어하고 두려워한다. 건강염려증, 즉 질병불안장애를 가지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이다. 질병에 걸린 사람들도 병에서 치유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건강 관련 종편 프로그램은 상당히 높은 시청률을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건강행동을 실천하거나 질병 치료 목적으로 처방된 여러 사항들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건강관련 TV프로그램 중 일부는 꽤 괜찮은 정보를 전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이를 예능으로 소비하는 것이지 정말 정보를 얻어 이를 실천하려는 것 같지는 않아보인다.

약, 먹겠다고 해놓고
질병 예방이나 치료를 위한 처방을 준수하지 않는 비율은 의사들이 예상하는 수준 이상이다. 환자들이 금연이나 신체활동 실천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처방약을 복용하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경우도 많다. 각 가정의 약보관함에 복용하다가 남은 처방약들이 수두룩한 것만 보아도 알 일이다. 

장기적으로 복용하도록 권고되는 골다공증 약을 환자분들이 얼마나 잘 복약하는지 그  복약 순응도에 대해 살펴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본인이 해당 약물을 잘 복용하고 있다고 스스로 답한 비율은 63%에 달했지만, 약을 복용해야 했던 기간의 반 이상, 즉 실제로 장기적으로 복용할 수 있는 용량을 구입한 환자들은 겨우 15% 정도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나머지 75%는, 복용이 권고된 기간의 반 이상을 아무 약물도 먹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박은자, 외, 2014.  

약 먹는 일은 얘나 어른이나 다 힘들기 마련이다.  미국인의 일상생활을 즐겨 그렸던 노먼 록웰의 작품이다. Norman Rockwell (1894~1978), 'Take Your Medicine'. (c)Marmont Hill.
약 먹는 일은 얘나 어른이나 다 힘들기 마련이다. 미국인의 일상생활을 즐겨 그렸던 노먼 록웰의 작품이다. Norman Rockwell (1894~1978), 'Take Your Medicine'. (c)Marmont Hill.

내 마음이 안 그래

그렇다면 어떤 심리가 건강행동 실천이나 의료적 처방에 대한 개개인의 태도를 다르게 만드는 것일까?  우선 건강심리학자들은 질병, 건강행동 혹은 처방에 대한 개인의 신념이 중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나는 이러이러한 특정 질병에 취약하다는 신념, 그 질병이 정말 심각한 질환이라 생각하는지 혹은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신념, 건강행동을 한다고 해서 혹은 의료적 처방을 준수한다고 해서 그 질병을 얼마나 막아주거나 치료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신념 등이 개개인의 행동을 좌우하는 것이다 Becker & Rosenstock, 1984. 건강행동이나 의료적 처방을 준수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준수행동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Ajzen, 2002즉, 실제 질병의 본질이나 처방의 효과성보다는 개인이 어떻게 지각하고 있는지가 건강행동 여부에 중요한 요소였다.

나는 괜찮을거야
준수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또 다른 심리 중에는 낙관적 편향optimistic bias이라는 개념도 있다. 낙관적 편향이 있는 사람은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지지 않거나 의료적 처방을 준수하지 않으면 건강 상에 위험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단, 이런 문제는 다른 사람에게만 발생하는 일이지 본인의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진다 Weinstein & William, 1996. 그런 사람은 자동차 안전벨트를 매지 않는 등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을 더 자주 하고 건강을 위협하는 행동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다보니 낙관적 편향이 있는 사람은 건강행동에 대한 조언이나 의료적 처방을 굳이 따르지 않는다. 

약 먹어도 뭐 별 거 없던데?
현재편향present bias이라는 것 역시 작용한다. 조언이나 처방을 따르지 않았을 때의 결과가 바로 나타난다면 준수행동의 가능성이 크지만, 그 결과가 시간이 오래 지나 나타난다면 준수행동의 가능성은 낮다 Fields et al., 2015. 그래서 조류독감이나 메르스MERS: 중독호흡기증후군 등과 같이 그 결과가 즉각적으로 눈앞에 나타나는 전염병에 대한 예방책들은 모두가 따르려 하는 것이다. 사실 흡연이 조류독감이나 메르스보다 더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지만 그 치명적인 결과는 아주 오래 시간이 지난 후에야 나타나기 때문에 위험지각이 줄어드는 지연할인이 나타난다.

이제 100세 시대에 접어들었다고들 한다. 노년기에 건강을 유지하여 질 높은 삶을 살기 위해서 건강행동을 실천하고 의료적 처방을 준수해야 한다. 건강을 돌보는 것을 게을리하는 개개인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은 의료인이나 건강전문가에게 우선적으로 중요한 일이겠으나 우리 스스로도 우리의 마음을 살필 필요가 있다.

오늘은 어떤 건강행동을 실천하셨습니까? mind

    <참고문헌>

  • 박은자, 이예슬, 이정아, 권진원 (2014). 생활습관병 치료순응 현황 및 개선방안. 세종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 Ajzen, I (2002). Perceived behavioral control, self-efficacy, locus of control, and the theory of planned behavior. Journal of Applied Social Psychology, 32, 665?683. 
  • Becker, M. H., & Rosenstock, I. M. (1984). Compliance with medical advice. In A. Steptoe & A. Mathews (Eds.), Health care and human behavior. London: Academic Press.
  • Fields, S. A, Ramos, A., & Reynolds, B. A. (2015). Delay discounting and health risk behaviors: the potential role of stress. Current Opinion in Psychology, 5, 101-105.
  • Weinstein, N. D., & William M. K. (1996). Unrealistic Optimism: Present and Future. Journal of Social and Clinical Psychology, 15(1), 1-8.


 

서경현 삼육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상담심리 Ph.D.
현재 삼육대 상담심리학과에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건강심리학회장을 역임한 글쓴이는 데이트 폭력 외에도 건강심리나 중독심리를 연구하고 긍정심리를 주제로 강연하며 주위사람들이 앞으로 더 건강하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돕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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