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작가상'은 한국 현대미술의 가능성과 창의적 역량을 보여주는 작가들을 선정하고 후원하기 위해 국립현대미술과과 SBS 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대표적인 미술시상 전시이다. 1차 심사를 통해 선정된 올해의 작가는 김아영, 박혜수, 이주요, 홍영인 등이며, 작품 전시는 2019년 10월 12일부터 2020년 3월 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다.
당신의 우리는 누구인가?
네 명의 작가 중 가장 많은 관객이 오래 머물렀던 작품은 박혜수 작가의 <당신의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의 당신은 누구인가>였다. 다른 전시에 비해 관객 참여형 작업이 있기도 했지만 작가가 선정한 ‘우리’라는 관계의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공통적으로 통과하는 이슈이기 때문일 것이다.
박혜수(1974~)는 우리 사회와 집단에 내재된 보편적 가치와 무의식에 대해 물음을 던지면서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재구성하여 시각화하는 아카이브형 작가로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당신의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우리'에 대한 인식을 주제로 표본 집단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설문에는 ‘우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범위를 답하도록 하거나 우리나라, 우리민족, 우리가족, 우리회사(학교) 사분면에서 각각에 대해 5점 척도로 친밀도를 평정하여 도해하도록 하기도 한다. 그 밖에 참여자가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참여자를 가장 잘 이해하는 ‘우리’는 누구이며 ‘우리’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만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들을 던진다. 설문의 결과는 성별과 나이로 재분류하여 다양한 컬러의 실로 감아 전시하며 이렇게 제시된 결과는 관객들에게 매우 직관적이고 명료하게 다가온다.
고독사에 관한 전시
이어지는 전시에서는 고독사로 처리되었던 개인의 유품을 전시한 공간과, 고독사한 시신과 유품을 처리하는 사람들이나 무연고자 장례를 치르는 단체 관계자와의 인터뷰 영상인 <후손들에게>를 상영한다. 전시 초입에 나의 ‘우리’에 대한 설문조사에 참여하여 자신의 우리를 돌아봤던 관객들은 이어진 고독사에 관한 전시에서 상당한 몰입을 보인다.
혼자 쓸쓸하게 죽어간 삶의 끝, 그 순간 그 어떤 ‘우리’에도 속하지 못했던 사람들. 그들의 남루한 유품은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겨 소각되고 한 번도 만난 적 없던 사람들의 추모 속에 이승에서의 삶을 마감하는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접하는 관객들은 그 순간 나의 우리에 대해 더욱 더 절절하게 생각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해 서울시 복지재단과 함께 고독사 위험 1인 중년 독거 남성을 심층 인터뷰했던 경험 있던 나는 고독사라는 결과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맺거나 망쳤던 여러 관계들의 이야기들을 생각하며 좀 더 복잡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같은 공간에 전시된 <퍼펙트 패밀리>는 위트 있는 멘트로 가상의 휴먼렌탈 서비스를 광고한다. 그때 그때 나에게 필요한 관계의 인간을 렌탈 해 주는 회사 퍼펙트 패밀리의 홍보 브로셔와 보험약관 등을 살펴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생각하는 완벽한 가족에 대한 묘한 비꼼과 돈만 있다면 이런 관계들을 구입하며서 최소한 고독사는 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메시지 보다 질문 던지는 일
박혜수 작가의 인터뷰 영상에서 자신은 메시지를 던지기보다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을 통해 선정한 주제를 명료하고 직관적으로 풀어낸 작업을 통해 작가가 던지는 질문은 작가가 원하는 대로 전시장 밖을 나간 관객의 마음속에 꽤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이번 전시를 본 후 개인적으로 매우 애정하는 배우 에즈라 밀러의 말 “Life is disaster but we have each other" 가 다시 생각난다. 결국 삶의 고통을 견딜 수 있는 것은 우리 각자가 맺고 있는 관계일텐데 당신의 우리는 나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가 아니면 고통을 더하는가.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