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다 못한 친한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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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다 못한 친한사이
  • 2019.12.09 10:00
친하기 때문에 많은 것을 바라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 상처도 크다. 세상에 당연하게 유지되는 관계는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조금은 더 편해질 수 있을까?

행복의 원천, 친밀한 관계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대표적인 요인 중 하나가 정서적 유대가 깊은 친밀한 관계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의 소망이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른 사람과의 긴밀한 상호작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삶의 만족과 행복은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의 질에 달려있다는 것을 많은 심리학자들이 입증해 왔다.

이처럼 친밀한 관계는 우리 삶의 행복과 만족의 원천이지만, 동시에 우리의 삶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 역시 친밀한 관계에서 경험하는 정서적인 어려움이나 고통, 혹은 상처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관계는 왜 우리에게 이러한 역설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일까

두 소녀가 껴앉고 앉아서 책을 읽고 있다. 무척 가까워보이지만 입체회화가 주는 공간적 분리와 심한 색체의 대조로 인해 뭔가 거리감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Pablo Picasso (1881~1971), 'Two Girls Reading', 1934, oil on canvas, 110.17 cm x 89.38, University of Michigan Museum of Art, USA.

친하기 때문에 바랄 수 있는 것들

흔히 사람들은 친밀한 관계의 사람들에 대해서 나와 마음이 통하는, 때로는 나에게 위로를 제공하고, 나에게 여러 도구적 지지를 제공해 주는 사람이라 인식할 것이다. 이는 사실 아주 타당한 기대이다. 실제로 친밀한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적 지지는 우리에게 필요한 여러 현실적인 도움이나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해 주기고 하고, 따뜻한 위로나 격려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정서적인 지지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Feeney & Collins, 2018.

하지만 친밀한 관계에서 이러한 지지의 제공을 당연하게 인식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것이 상처로 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령, 다른 사람에게는 기대하지 않는 것을 친밀한 가족, 연인, 배우자, 친구에게는 기대를 하게 되고 그 기대만큼 반응이 없을 때 우리는 낙심하거나 상처를 받게 된다. , 지나친 기대는 그것이 충족되지 못했을 때 우리의 마음을 힘들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친하기 때문에 드러낼 수 있는 것들

또 다른 이유로, 우리가 유독 친밀한 관계에서 자신의 욕구나 특성을 여과 없이 표현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좋은 점만 보여주거나 사회적 기준에 맞게 예의 바른 행동을 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야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그래서 자신을 거부하지 않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상대방과 점점 더 친밀해주고 여러 비밀들도 함께 공유하면서, 우리는 그 상대방에게 편안함을 느낀다. , 내가 숨기고 있던 좋지 않은 특성이나 욕구도 그 사람에게는 드러낼 수 있게 된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도 상대방이 나를 거부해서 떠날 것 같지 않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이 상대방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편하다고 해서 상대방의 지나치거나 함부로 하는 행동을 좋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흔한 말로 '편하니까', '친하니까' 저지르는 실수이다. 친밀한 관계이기 때문에 우리가 오히려 드러내는 우리의 욕구와 무절제로 인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들을 너무 쉽게 할 수 있다. 심지어는 그런 행동으로 인해 우리의 관계가 되돌릴 수 없이 서로 공격을 주고받으며 파국을 맞이하기도 한다.

인간관계에서의 자기조절

자기조절self-regulation’은 우리가 흔히 눈앞에 놓인 순간의 만족을 지연하면서 미래에 맞이할 더 큰 기쁨을 위해 스스로를 절제하고 통제하는 것이라 알고 있지만, 이것은 한 개인의 목표행동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맥락에서도 매우 중요한 특성이다.

친밀한 관계는 상대방, 그리고 관계의 이익을 위해서 자신의 개인적인 욕구를 희생할 수 있을 때, 그리고 희생할 의지가 있을 때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단기적인 측면에서는 이러한 탈자기 행동selfless act이 불이익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이러한 희생과 헌신이 오히려 자신에게 되돌아옴으로써 더 나은 관계 만족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Rawn & Vohs, 2006.

또한, 상대방이 실수를 했을 때 우리가 감정적으로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관련이 된다는 측면에서도 자기조절은 중요하다. 특질적으로 낮은 자기통제력을 가졌든, 아니면 일시적으로 자기조절 능력이 감소했든 이러한 낮은 자기조절은 상대방의 과실을 받아들이고 그러한 상황에 스스로를 조절하는 능력을 낮추게 하며Finkel & Cmapbell, 2001, 궁극적으로는 관계의 개선을 어렵게 만든다.

친밀한 관계에도 절제가 필요하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관계에서 우리는 자신의 욕구를 드러내고, 때로는 그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상대방을 비난하기도 하며, 남이라면 표현하지 않았을 많은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들에 대해서 아무런 통제 없이 내뱉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에 당연한 것이 있을까? 우리의 관계는 아무런 노력 없이 당연하게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절제와 통제를 통해서 서로에게 자유롭고 평화로운 관계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을 매 순간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mind

    <참고문헌>

  • Feeney, B., & Collins, N. (2018). Social Support in Close Relationships. In A. L. Vangelisti, & D. Perlman (eds). The Cambridge handbook of personal relationships(pp. 282-310), Cambridge university press.
  • Finkel, E. J., & Campbell, W. K. (2001). Self-control and accommodation in close relationships: An interdependence analysi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1, 263-277.
  • Rawn, C., & Vohs, K. (2006). The Importance of Self-Regulation for Interpersonal Functioning. In K. D. Vohs, & E. J. Finkel (eds.), Self and Relationships: Connecting Intrapersonal and Interpersonal Processes(pp. 15-31), NewYork: The Guilford Press.
장민희 중앙대학교 심리서비스 연구소 사회및문화심리 Ph.D.
중앙대 심리학과에서 사회 및 문화 심리학을 전공하였으며, 자아존중감의 기존 개념을 비판하면서 자기초월성의 개념적 확장을 제안하는 논문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중앙대 부설 연구소에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면서 심리학 기반의 교육콘텐츠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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