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 부모가 갈등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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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부모가 갈등하는 이유
  • 2019.07.17 12:00
자녀와 부모는 가장 가깝고 친밀한 관계이지만 때로는 여러 이유 때문에 갈등하고 불편한 사이이기도 하다. 그 이유를 제대로 파악한다면 부모-자녀 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부모님과 말이 안 통해요!' 적지 않은 사람들이 토로하는 이야기다. 젊은 세대부터 나이가 지긋하게 드신 분들까지, 부모와 대화하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부모 역시 다 큰 성인 자녀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푸념하기도 한다. '내가 키운 자식이 어떻게 저럴 수가!'라는 반응을 보인다.

모든 경우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야기를 듣다 보면 서로에 대해 잘 몰라 대화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태어나면서부터 함께 해 온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잘 모른다는 것이 무슨 이야기인가 하겠지만, 실제로 대화의 어려움을 겪는 부모와 자녀의 상당수는 서로에 대하여 잘 모른다. 왜일까?

자크루이 다비드Jacques-Louis David(1767–1824),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 Le Serment des Horaces,1786, 캔버스에 오일, 130.2 x 166.2 cm, 톨레도 미술관 소장. Toledo Museum of Art
전투에 나가기 전 아버지 앞에서 결의를 다지는 호라티투우스의 아들의 모습이다. 동서양을 떠나 고전시대 부모는 자신의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존재였다. 자크 루이 다비드Jacques-Louis David, 1767~1824.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Le Serment des Horaces.1786. 캔버스에 오일. 130.2 x 166.2cm. 스페인 톨레도 미술관 소장.

대화가 필요해!!!

자녀가 어렸을 때 부모와 나눈 대화가 별로 없으면 공통 관심사가 생기지 않고, 서로에 대하여 잘 알 수 없다. 아마 부모들은 자녀와 셀 수 없이 많은 대화를 했다고 항변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밤늦게 일을 끝내고 파김치가 되어 집에 돌아와서 졸린 중에도 자녀와 오랫동안 대화를 했다거나, 늦게까지 같이 책을 읽어주었다고 하고, 또 주말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 동산도 다녀오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말한다.

물론 부모의 삶 역시 하루하루가 고단하기 마련이다. 직장 생활 여부와 상관없이 성인이 되어서 가정 생활을 꾸리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일들이 부모 역시 처음 해보는 일이기에 서투르고 정신이 없다. 만약, 부모 역시도 자기 부모와 대화가 단절되고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다면, 좋은 롤모델이 없어 부모의 역할을 하는 것이 더욱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자녀의 기분이나 의견을 물어볼 틈도 없이 지시하거나 단답형으로 대화를 하면서 지낼 수 있다. 이러한 대화 패턴이 일상화되면 서로에 대해 점차 알기 어렵게 된다.

공유하는 기억이 없더라도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남보다 더 가깝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종종 사람들은 혈연끼리는 굳이 대화를 하지 않아도 이해하는 부분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해외 입양인들이 한국으로 돌아올 때 겪는 충격과 어려움을 볼 때, 대화가 불충분해도 단순히 혈연이기 때문에 부모와 자녀는 서로 이해한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은 것 같다. 해외에서도 입양인들이 생물학적 부모와 재회를 할 때 겪는 어려움을 보면, 생물학적인 부모 여부가 성장하면서 공유해온 이야기들을 대체할 수 없음을 반증한다. 『가디언』의 기사에도 있듯이 재회한 입양인과 부모 사이의 공백 기간을 채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자녀가 성장하는 동안 혹은 그 뒤의 기간, 부모와 자녀의 대화가 중요하다.

가족이라는 관계는 비즈니스를 하는 관계가 아니라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관계여야 한다. 물론 보호를 해주는 관계라고 해서 모든 것을 용인하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무조건적으로 다 들어주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진실한 태도가 아니다. 다만,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것에 대해 사려 깊게 같이 고민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과도한 입시, 취업 스트레스

한국에서 입시와 취직은 자녀와 부모 모두에게 큰 스트레스이다. 오죽하면 대학 입시에 관한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선풍적 인기를 끌었을까. 분명한 것은 현재 한국에서 입시와 관련하여 받는 스트레스는 부모와 자녀가 보내는 시간을 부정적인 내용으로 물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입시와 취직이라는 불확실성, 스트레스 요인을 마주하였을 때, 자녀는 누구와 이야기를 할까? 물론 부모도 아마 대부분의 경우 답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부모와 함께 고민을 하고 갈등을 경험한 자녀라면 성인이 되어서 겪는 고민에 대하여 최소한 부모와 대화하면서 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반대로 부모와의 대화 경험이 없는 자녀는 성인이 되어서 마주하는 어려움을 부모와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낯설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에서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 응당 겪어야 하는 고민과 갈등은 모두 ‘대학에 입학하고 난 뒤’로 미뤄진다. 그러한 갈등은 적절한 시점에 해결되거나 마주쳐야 하는 것인데도, 그것을 대학 입학 이후로 미룬다는 것 자체가 자녀의 정신적 성장을 미루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부모와 자녀가 스스로 독립적인 삶을 추구할수록 대화가 잘 이루어지는 것 같다. 서로에게 종속되어 있을수록 의미 있는 대화 주제는 줄어든다. 부모가 시키는 대로 살아온 자녀가 부모에게 달리 할 이야기가 있을까?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측면이 바뀌어야 하고 개인 수준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결론 내리곤 한다. 물론 교육에 대한 사회적, 제도적 측면의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 변화의 시작은 개개인의 변화에서 시작한다. 보통 부모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경우, 부모가 아이 교육에 강박적으로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미래가 불안하고 불확실하기에 자신의 자녀에게는 무언가 더 준비를 해주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빠져드는 것이다. 그 사슬을 끊으려면 먼저 부모 스스로가 불안감을 극복해야 한다. 아울러 성인이 된 자녀 역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결국 이 부분은 ‘실수’와 ‘실패’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와 결부된다. 실패하더라도 고민하면서 자신의 삶의 길을 가겠느냐가 관건이다. 부모 역시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자녀를 믿고 볼 것이냐가 핵심적인 부분이다. 인생이라는 것이 완벽하게 깔린 철로 같지는 않다.

부모자녀 관계도 변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부모도 변하고 자녀도 변한다. 자녀와 부모의 관계는 끊임없는 변화의 과정이고, 자녀-부모 관계는 통합과 분리의 연속선 상에서 자녀가 서서히 독립한다. 따라서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 그 눈높이는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닌 성장한 성인으로서 관점을 가지게 된다. 이 경우 부모나 성인이 된 자녀가 그 변화를 인식하지 못할 경우 대화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부모와 떨어져 지내더니 변했다더라, 결혼하더니 변했다더라는 이야기는 바꾸어 말하면 각자 처한 삶을 살아가면서 그에 맞추어 변화하고 독립하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결혼을 해서 변한 것이 아니라, 결혼을 하고 독립하여 살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하고 있다는 의미에 가까울 것 같다. 그 변화의 방향이 좋은 방향이냐 아니냐를 부모 입장에서 혹은 자녀 입장에서 판단하기란 어렵다. 일단 본인의 관점과 다른 방향일 경우, 무언가 어색하고 불편하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렵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변화가 나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부모와 자녀 역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새로운 역할을 맡아야 한다. 단순히 직업이나 하는 일로서의 변화가 아니라, 나이가 들어가면서 신체와 정신의 변화에 따라 받아들여야 할 부분들이 있는 것이다. 30-40대 중년층의 부모가 바라보는 관점과 60-70대에 다다른 부모가 바라보는 삶의 관점은 다르다. 에릭슨Erik H Erikson이 삶의 단계에 따라 수행하여야 할 과제들이 총 8개가 있다고 말한 바와 같이 각각의 연령대에 완수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자녀들이 부모의 집에서 독립하는 시기는 과거보다 늦어지기는 했지만, 보통 20대 후반 내지 30대 중반 정도에 분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1세에서 39세 사이에 찾아오는 분가 시기의 가장 큰 과업이 '친밀감 대 고립감'이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서 분가하거나 독립을 하게 된다면, 대략 부모의 나이 50-60대 무렵에 공간적으로 분리되어서 지내는 것이다. 실질적으로는 청소년기부터 나이가 들어갈수록 부모와 대화는 적어진다. 서로 나이가 들어가면서 해야 할 역할이 달라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달라지는데, 그에 반비례해서 서로 대화와 소통하는 시간은 적어지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질 수 밖에 없다.

가족 간의 세대차이

자녀들이 흔히 착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다른 부모들은 몰라도 우리 부모님은 이러이러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부모도 사회 생활을 하고 있고, 어울려 지내는 것이 당연하고 건강한 삶이다. 대체적으로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끼리 어울리게 되는 것은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게 되는 일들에 대하여 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비슷한 가치관을 공유하게 된다.

문제는 비슷한 연령대끼리만 소통을 함으로 인하여 세대간의 소통은 단절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사회는 변화의 속도가 빨랐던 만큼 사회 변화에 따른 세대 간의 인식 차이가 커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실제로도 2010년대에 나온 보고서들에서도 세대간의 갈등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보고서들은 주로 경제적인 관점에 기초한 세대차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경제적인 측면 이외에도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세대 간의 관점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서로 다른 입장일 수 밖에 없음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부모 나이 또래 사람들이 좋아하는 행동을 단순히 나이든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라고 폄하하면서 우리 부모님은 그렇지 않을거야라던지, 그런 행동을 하지 말라고 말리기만 하는 행동이 과연 좋은 반응일까? 나이가 들수록 신체 건강에 대해 걱정이 많아지는 것은 그 연배의 부모들이 가지는 공통 관심일 것이다. 보통 잘못된 정보를 접하여 여러 명이 따라 가는 경우도 많다. 그런 관심사를 가지는 모습을 자녀들이 단순히 야단을 치거나 무시하는 행동은 대화의 단절을 가져올 뿐이다.

부모 세대의 사람이면 가질 수 있는 공통 관심사이자 고민거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이해를 하고 접근하는 것이 대화를 보다 생산적이고 의미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부모가 바라보는 성인 자녀들의 모습도 때로는 이해가 안 될 수 있다. 흔히 부딪치는 부분이 양육 방식에 대한 견해 차이다. 요즘은 왜 그리 요란스럽게 아이들을 키우는지 모르겠다라고 이야기를 하며, 다른 집 자녀들이 아이들을 키우는 방식에 대하여 폄하를 하다가 문득 본인 자녀들이 손자 손녀를 키우는 방식이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그런 자녀들의 행동을 단순히 요즘 애들은 왜 그리 유난이냐라는 식으로 대한다면 이 역시 의미 있는 대화가 이어지기는 어렵다. 양육 방식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고민을 같이 나누는 것이 더 적합한 대화일 것이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여느 관계가 다 그렇듯, 부모와 자녀 관계는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단순히 태어나서 성인이 될 때까지 키워주었다고 해서 그 부모-자녀 관계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관계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부모의 노화와 자녀의 성장에 따라 변화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관계에 관련된 변화에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면서 부모와 자녀 모두 노력할 필요가 있다. 영향 요인들은 결국 부모-자녀의 관심사를 통해 알 수 있게 되고, 그것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가능한 것이다. 표현되지 않은 생각이나 느낌을 상대방이 알기는 어렵다. 물론 말이 아닌 방식으로 표현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대화가 이루어져야 그 비언어적인 표현 방식도 힘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아울러 본인 스스로도 언어적인 표현을 함으로써 본인의 생각과 느낌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mind

 

최순호 순마음의원 & 일상임상심리연구소 의학 M.D.
울산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 의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레지던트, 울산대 임상조교수를 역임하였다. 현재는 순마음의원 & 일상일상심리연구소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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