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의 심리적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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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의 심리적 효과
  • 2019.12.10 14:26
직장 생활은 우리의 삶의 꽤 큰 부분을 차지한다. 돈을 버는 수단이 될 뿐 아니라, 일상을 구조화해주고, 사회적 관계를 맺게 하며, 정체성을 완성해준다. 퇴사를 고민하는가? 실직이 심리적 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내가 누구인지 소개를 할 때 자신의 직업이나 하는 일을 제외하고 설명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직업이나 일을 자신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직업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정의하는데 핵심 역할을 한다.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가 삶의 방식뿐만 아니라, 인식, 신념 및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즉 자신의 정체성과 자기 개념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일이다. 그리고 우리는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가장 건강한 시기에 일을 하고 수면시간을 제외하면 가정보다 일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우리의 삶의 전체적인 행복에 있어서 일과 직장이 매우 중요한 요인임을 알 수 있다.

일의 중요성

이외에도 일은 여러 가지 다양한 이유로 우리에게 중요하다Cartwright & Cooper, 1997. 첫째는 우리가 삶의 살아가는데 필요한 돈을 버는 수단이 된다. 두 번째는 일은 개인 스케줄을 결정해준다. 즉, 기상시간, 점심시간, 퇴근 시간 등이 일을 함으로써 구조화 된다. 실업을 하게 되면 이러한 구조는 무너지게 되고, 하루 스케줄을 어떻게 짜야할 지 방향을 잃게 된다. 세 번째는 직업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게 하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학습 기회가 제공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성장하기 어렵고 정체되고 지루해질 수 있다. 네 번째는 가족, 친구 이외의 타인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해 준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어느 정도 사회적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일은 공통의 관심사와 기술을 가진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 이뤄지게 할 뿐만 아니라 공통성이 없는 사람과도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즉, 직장에서 우리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다섯째 일은 경력개발과 같은 장기목표를 제시해 준다. 즉, 우리 삶의 목적을 부여해준다. 목적의식 없다면 인생이 쳇바퀴 도는 삶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일을 통해 삶의 의미를 느끼고 심지어 명성을 얻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개인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루거나, 사회적으로 명성과 권력을 얻을 수 있다. 즉, 이러한 정체감은 개인의 행복과 웰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영국화가 데이빗 루이스가 그린 대공황 시기에 모습이다. David Lewis (1912~1955), 'The Great Depression', oil in canvas, Cynon Valley Museum, UK.
영국화가 데이빗 루이스가 그린 대공황 시기 실업자들의 모습이다. David Lewis (1912~1955), 'The Great Depression', oil in canvas, Cynon Valley Museum, UK.

실직, 10대 스트레스 사건 중 하나

그렇기 때문에 실직은 당사자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으로 인생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발생시키는 10대 사건 중 하나로 보고되었다Maysent & Spera, 1995. 실직은 건강 문제를 예측할 수 있는 주요 생활 스트레스 원인Strully, 2009이고 우울, 자살, 반사회적 행동, 약물 남용과 관련되어 있었으며Goldman-Mellor, Saxton,& Catalano, 2010, 사망, 자살과도 관련이 있다Eliason & Storrie, 2009. 일부 사람들은 실직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만큼의 큰 스트레스라고 보고 하였다.

구체적으로 McKee-Ryan, Song, Wanberg 및 Kinicki의 메타분석 연구에는 실업자들이 재직자들에 비해 정신건강, 생애 만족, 가정 만족, 그리고 주관적인 신체 건강 점수가 모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McKee-Ryan, Song, Wanberg 및 Kinicki, 2005. 그리고 실직 상태였다가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은 정신건강, 생애만족, 그리고 주관적 신체 건강 모두 향상되었다. 하지만 취업상태에서 실직한 사람들은 정신건강이 유의미하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유사하게 Paul과 Moser의 연구에서도 심리적 문제를 가진 비율이 재직자는 16%였지만 실직자의 경우 34%로 두 배 이상 높았다Paul & Moser, 2009. 그리고 취업상태에서 실직하게 된 경우 정신건강이 나빠졌고, 반대로 실직상태에서 취업에 성공한 경우 정신건강이 좋아졌다.

실직자의 정신건강

국내 연구 결과도 유사하다. 탁진국은 실직자들의 정신건강이 고용 상태 및 시간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6개월 간격으로 3차례 온라인 조사를 실시하였다. 연구 결과, 실직으로 인해 정신건강이 나빠지는 경향이 확인되었고 재취업을 통해 정신건강이 좋아지는 경향이 있었다탁진국, 2010. 다시 실직했을 경우 정신건강이 다시 나빠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일반 정신건강, 불안, 우울, 및 신체화 등 모든 변인에서 유사하게 나타났다.

남편의 실직에 대한 아내의 경험에 대한 질적인 연구류경희, 2005에서는 실직한 남편의 힘겨운 적응과정에서 겪는 분노와 무기력 등을 지켜보면서 아내들도 심리적으로 괴로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실직 전 사회적 연결망이 상당 부분 끊어지면서 부부가 ‘가족 안으로 더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이고, 가족 안에서 부부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내가 실직의 고통을 분담하게 되면서 인생의 고달픔을 경험한다고 하였다.

실직의 불안감의 영향

특히 구조조정과 이로 인한 정리해고가 일상화된 현재의 기업 환경에서, 근로자들은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것 이상으로 실직을 염려하고 있고 이러한 실직에 대한 불안감은 긴 기간 동안 지속되었다Rudisill & Edwards, 2002. 특히 정리해고 된 근로자는 우울, 실직에 대한 반추, 불안과 같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리해고에서 살아남은 직원의 후유증도 크다. 살아남은 직원의 생산성, 조직 신뢰는 낮아지고, 미래에 대한 분노와 불안이 많아져 사기가 저하되며 직무만족도 역시 낮아졌다Grunberg, Anderson-Connolly, & Greenberg, 2000.

퇴사를 고려하고 있다면

우리는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만 일이 우리에게 주는 긍정적인 기능도 많다는 것을 상기해보면 좋을 것 같다. 어떤 직장인의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회사는 “전쟁터”지만, 실직 이후 회사 밖은 '지옥'이다. mind

<참고문헌>

  • 탁진국(2010). 실직상태 지속여부에 따른 정신건강 변화: 종단적 연구. 한국심리학회지: 건강, 15(4), 687-698.
  • 류경희 (2005). 남편의 실직에 대한 아내의 경험 연구. 한국가정관리학회지, 23(1), 65-84.
  • Cartwright, S., & Cooper, C. L. (1997). Managing workplace stress. Thousand Oaks, CA: Sage.
  • Eliason, M., & Storrie, D. (2009). Does job loss shorten life? Journal of Human Resources, 44(2), 277−302.
  • Goldman-Mellor, S. J., Saxton, K. B., & Catalano, R. C. (2010). Economic contraction and mental health: A review of the evidence, 1990−2009. International Journal of Mental Health, 39(2), 6−31.
  • Grunberg, L., Anderson-Connolly, R., & Greenberg, E. S. (2000). Surviving layoffs: The effects of organizational commitment and job performance. Work and Occupations, 27(1), 7–31.
  • Maysent, M., & Spera, S. (1995). Coping with job loss and career stress: Effectiveness of stress management training with outplaced employees. In L. R. Murphy, J. J. Hurrell, Jr., S. L. Sauter, & G. P. Keita (Eds.), Job stress interventions (pp. 159–170). Washington, DC: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 McKee-Ryan, F. M., Song, Z., Wanberg, C. R., & Kinicki, A. J. (2005). Psychological and physical well-being during unemployment: A meta-analytic study.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90, 53-76.
  • Paul, K. I., & Moser, K. (2009). Unemployment impairs mental health: Meta- analyses. Journal of Vocational Behavior. 74, 264-282.
  • Rudisill, J. R., & Edwards, J. M. (2002). Coping with job transitions. Consulting Psychology Journal: Practice and Research, 54(1), 55–64.
  • Strully, K. W. (2009). Job loss and health in the US labor Market. Demography, 46(2), 221−246.
문광수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산업및조직심리 Ph.D.
산업 및 조직 심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하고, 현재 중앙대 심리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산업 및 조직 심리학을 기초로, 직무 수행관리, 직업 건강/안전 심리, 임금관리 분야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기업 강연이나 컨설팅에도 참여하고 있다. 역서로는 「산업 및 조직 심리학」(2018), 「직무수행관리」(201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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