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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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이 없네♬
  • 2019.12.23 14:00
'나'라는 깔때기를 씌워서 모든 일을 자기와 연관지어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평소에 '자기'에 대한 생각에 깊게 빠져 있을까요? 혹시 이것이 타인과 단절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요?

'나'라는 깔대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시인과 촌장, 『가시나무』

우리는 '나'라는 깔때기를 씌워서 모든 이야기를 자기와 연관 지어 이야기하는 이들과 이야기해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몇 시간 동안 상대에게 이야기를 할 기회를 주지 않고 쉬지 않고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쏟아내는 사람을 본 적 있습니다. 우리는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은' 이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반대의 경험도 있습니다. 내 마음의 모든 감각들과 생각의 흐름들이 온통 나를 향해 있어서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집중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가시나무』라는 노래의 유명한 노랫말은 두 가지 중요한 점을 말하고 있습니다. 내 안에는 내가 너무 많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로 인해 타인과 연결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정말 당신의 쉴 곳이 없어지는 것인지, 사회신경과학자 메간 메이어Meghan Meyer의 최신 연구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쉬지 않고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들

왜 사람들은 언제나 자기 생각만 하고 있을까?』Why People Are Always Thinking about Themselves?라는 제목의 논문에서는 사람들의 뇌를 촬영하면서 간단한 실험을 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아래와 같은 화면을 띄우면서 물어봅니다. 화면 위에 표시된 대상(나 / 타인 / 사람이 아닌 단어)의 특징(차분하다, 친절하다 등)이 일치하는지 판단하도록 합니다. 그리고는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뇌에서의 활성화 신호를 촬영합니다. 그리고 이 판단을 하는 사이사이에 애매하게 쉬는 시간(6~9초)을 주고 평소에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방식이 유도했습니다.

자신과 타인의 특징에 대해 판단하도록 하며 뇌를 촬영하며 실험이 진행됩니다.

첫 번째로 연구자들은 '자기'와 관련된 특징을 판단하도록 했을 때, 내측 전전두피질이라는 구조물에서 차지하고 있는 작은 뇌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부위의 일부는 '자기'와 관련된 정보를 처리할 때 특별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자기'에 대한 정보를 주요하게 처리하는 뇌 부위. 뇌를 반으로 쪼갰을 때, 앞쪽 가운데에 작은 부위를 차지합니다 

흥미롭게도 짧게 쉬는 6~9초의 시간 동안 내측 전전두피질의 이 영역이 다른 사람보다 많이 활성화되는 사람들은, 그 직후에 '자신'의 특징에 대한 판단을 하도록 했을 때 남들보다 더 빠르게(!) 반응했습니다. 만약 자기와 관련이 없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면 사람들은 자신의 특징에 대해 재빠르게 응답하기 어려웠겠지만, 그 짧은 시간마저도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사람들은 아마도 굉장히 준비되어 있던 것처럼 반응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쉬는 동안에 자기와 관련된 생각을 쉴 수 없습니다. 세상의 온갖 정보들이 '자신'과 중요하게 관련된 것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이 연구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자기'가 지시를 잘 숙지한 실험 참가자인지 판단하고, 실험이 끝난 이후에 '자신'이 중요시하는 저녁 식사를 먹으러 갈 것인지 고민해야 했을 것입니다. 분명히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보다 더 열심히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같이 있다고 같이 있는게 아니다.  인상주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랑스 화가 에ㅏㅡ 마네의 작품. Édouard Manet  (1832–1883), 'The Balcony', 1868-1869, oil on canvas, 170 * 124.5 cm, Musée d'Orsay, Paris.
같이 있다고 같이 있는게 아니다. 인상주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작품. Édouard Manet (1832–1883), 'The Balcony', 1868-1869, oil on canvas, 170 * 124.5 cm, Musée d'Orsay, Paris.

자기 안에 갇힌 사람들

자기에 대한 생각을 하는 방식은 타인과 교감하고 관계 맺지 못하도록 방해할 수 있습니다. 커트니Courtney와 메이어Meyer는 『사회적 뇌의 자기-타인은 사회적 연결성을 반영한다』는 제목의 preprint(출판 전 논문)을 게재했습니다. 여기서도 앞선 연구와 비슷한 실험을 했습니다. 뇌를 촬영하는 동안 사람들에게 자신, 친한 친구(5명), 지인(5명), 연예인(5명)의 특징이 제시된 단어와 일치하는 것 같은지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실험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응답하며 생각할 것입니다.
'내 친구 철수? 차분한 성격이지.' '나? 외향적이진 않지.'

여기서 연구자들은 앞선 연구에서 관찰했던 뇌 영역을 집중적으로 살폈습니다. '자기'에 대한 정보 처리에 특화된 뇌 영역(내측 전전두피질)의 활성화 패턴이 자신/타인/연예인들의 특징을 판단할 때 얼마나 유사한 방식으로 활성화되는지 보았습니다. 그리고 고독감을 느끼고 있는, 즉 다른 사람들과 단절되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자기'와 '타인들'에 대한 정보를 뇌에서 처리하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알고자 했습니다.

고독한 사람들의 '자기'

흥미로운 결과는 역시 '자기'와 관련된 정보를 처리하는 뇌 영역(내측 전전두피질의 일부)을 활성화시킨 방식에서 관찰됩니다.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해당하는 뇌 영역이 타인에 대해 생각할 때에 적게 활동했습니다. 자기의 것과 타인의 것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요? 더 나아가서 이 뇌 영역이 활성화되는 복잡한 패턴에서도 고독했던 이들은 '자기'를 판단할 때와 '타인들'을 판단할 때가 확연하게 달랐습니다. 고독한 사람들의 뇌는 타인을 생각할 때의 뇌조차도 타인과 멀었던 것입니다.

이를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고독감을 거의 느끼지 않는 사람들, 타인들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때와 타인에 대해 생각할 때 비슷한 방식으로 활성화시켰으며, '타인'을 볼 때에도 '자기'와 관련된 정보처럼 뇌를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 결과만으로는 이러한 뇌의 특징이 오랜 고독감의 결과물인지, 고립으로 이어지는 시작점이 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연구에서 보여준 것은, 고독한 사람들이 '자기'와 관련된 것으로부터 벗어나있지 못한 상태에 놓여있다는 사실입니다.

타인과 연결되기

내 주변의 사람들은 사실 나와 함께 있는 것이 아니다

위는 주관적인 고독감의 수준을 측정하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여러분은 이 문장에 얼마나 동의하나요?

우리는 '내 주변의 사람'이 다가와 함께해주는 것 말고도, '사실 나'에서 조금 벗어나 보는 것으로도 타인과 연결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많은 이들이 오늘도 고독하지 않은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mind

    <참고문헌>

  • Courtney, A. L., & Meyer, M. L. (2019). Self-other representation in the social brain reflects social connection. bioRxiv, 856856.
  • Meyer, M. L., & Lieberman, M. D. (2018). Why people are always thinking about themselves: medial prefrontal cortex activity during rest primes self-referential processing. Journal of cognitive neuroscience, 30(5), 714-721.
곽세열 서울대 심리학과 임상심리 박사수료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임상심리학 전공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최진영 교수님이 운영하는 임상신경과학 연구실에서 어떤 노인이 인지기능과 건강한 뇌를 잘 유지할 수 있는지, 어떤 요인으로 치매의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 뇌과학이 정신병리와 만나는 지점에 대해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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