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들으면서 공부해도 될까요?
상태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해도 될까요?
  • 2019.07.08 10:00
동시에 두 가지 일을 못하는 아버지는 이어폰을 끼고 공부하는 아들이 늘 불만이다. 그러나 아들은 오히려 집중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어느 말이 옳은 것일까.
한때 '모차르트 효과'라는 말이 유행했다.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이론이었다. 그러나 최근 심리학 연구에서는 '모차르트 효과' 자체를 그리 신뢰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분 좋은 음악을 들으면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상식이 부정된 것은 아니다. 그림은 요한 델라 크로체(J. N. della Croce)가 1780년경 그린 모차르트 가족 초상화다. 가운데 20대 초반의 모차르트가 있고 좌측 누나 마리아 안나, 우측에는 부친 레오폴드가 있다. 그림 가운데 둥근 액자 속 인물은 어머니 안나 마리아다.
한때 '모차르트 효과'라는 말이 유행했다.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이론이었다. 그러나 최근 심리학 연구에서는 '모차르트 효과' 자체를 그리 신뢰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분 좋은 음악을 들으면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상식이 부정된 것은 아니다. 그림은 요한 델라 크로체(J. N. della Croce)가 1780년경 그린 모차르트 가족 초상화다. 가운데 20대 초반의 모차르트가 있고 좌측 누나 마리아 안나, 우측에는 부친 레오폴드가 있다. 그림 가운데 둥근 액자 속 인물은 어머니 안나 마리아다.

“귀에 이어폰 꽂고 공부가 되겠니?”

중, 고등학교 시절 어머니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던 이야기다. 아마 나만의 경험은 아닐 듯하다. 그 시절부터 그렇게 잔소리를 들었지만,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하는 버릇은 상당히 오래 지속됐다. 그러던 내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느새인가 나도 모르게 음악을 찾지 않게 되었다. 과거에는 음악이 나의 집중력을 높여 준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음악이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이 진실일까? 공부하면서 듣는 음악, 좋을까 아니면 나쁠까?

많은 학생들이 궁금해 할 이 질문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교육학과 음악학은 물론이고 심리학의 영역에서도 수행되어 왔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결론은 나지 않았다. 일부의 연구는 음악이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주장을, 일부의 연구는 반대로 음악이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음악이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주장의 가장 기본적인 이론적 근거는 인간의 정신 활동, 즉 인지 능력은 무한한 용량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그 유명한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는 바로 눈앞에 커다란 고릴라가 양팔을 흔들며 지나가도 그 고릴라에 직접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고릴라가 있었는지조차 지각할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은 눈앞에 있는 모든 자극에 주의를 일일이 기울여서 처리하기에는 인간의 인지 능력이 제한적이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에만 주의를 기울이고 나머지 것들에 대해서는 처리를 포기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공부를 할 때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작업 기억working memory도 제한된 능력을 가지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매직 넘버 7’이라는 표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말은 우리가 한 번에 저장할 수 있는 작업 기억의 용량이 7개 정도에 해당함을 의미한다. 우리가 친구의 전화번호를 쉽게 외울 수 있는 것도 전화번호가 ‘010’을 제외하면 8개의 숫자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달리, 친구의 은행 계좌 번호는 쉽게 외울 수 없는데, 이는 그 숫자들의 정보량이 우리의 작업 기억 용량을 훨씬 웃돌기 때문이다.

작업 기억도 제한된 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내가 지금 수행해야 할 과제 이외의 다른 과제도 함께 해야 한다면, 그 과제 수행이 저하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즉, 음악을 들으면서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은 정해진 작업 기억의 용량 속에서 음악을 듣는 일과 수학 문제를 푸는 일 모두를 한꺼번에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오롯이 수학 문제에만 집중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음운루프와 시공간 집기장

얼핏 듣기에는 당연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그리 간단한 이야기는 아니다.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 보면, 작업 기억은 단일 구조로 되어 있지 않다. 언어와 관련된 정보들을 위한 음운 루프phonological loop와 시각적 이미지와 관련된 정보를 위한 시공간 잡기장visuospatial sketchpad이라는 하위 조직으로 구성된 복합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각각 두 개의 방인 셈이다. 이 방들은 서로 독립적이라, 서로의 용량에 간섭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그림을 그리면서 음악을 듣는 것은 책을 읽으면서 음악을 듣는 것에 비해서는 훨씬 쉽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주로 시공간 잡기장에서 이루어지는 일인 반면, 음악을 듣는 것은 음운 루프에서 담당하는 일이라 충돌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우리가 책에 씌어져 있는 글을 읽으면, 글자 자체의 시각적인 형태는 시공간 잡기장으로 가지만, 그 글의 의미나 내용은 음운 루프에서 처리된다. 이 때 음운 루프로 보내진 음악의 처리와 책의 내용이 같은 방에 놓이게 되면서 충돌이 생기기 때문에, 음악을 들으면 책 읽기에 방해가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공부를 할 때는 대부분의 의미처리를 음운 루프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를 하면 부정적인 효과가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일부의 연구자들은 글을 읽는 일과 음악을 듣는 일이 항상 충돌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노래 가사와 같은 정보는 책을 읽을 때와 동일하게 처리되어 충돌을 야기하지만, 멜로디 자체는 다소 다른 방식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두 과제가 심각하게 충돌하지는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가사가 있는 노래를 들으면서 글을 읽는 것은 어렵지만, 가사가 없는 연주곡을 들으면 글 읽기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역시 개인차가 중요하지 않을까

어떤 연구자들은 개인차에 집중하기도 한다. 사람마다 작업 기억 용량에는 차이가 나는데, 큰 용량의 작업 기억을 가진 사람의 경우에는 음악을 듣는 것이 크게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으며, 스트레스나 지겨움을 줄여주기 때문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작은 용량의 작업 기억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에는 음악을 듣는 것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가 음악이 공부에 항상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전제는 인간의 인지 능력에 분명히 한계가 있고, 아무리 음악에 집중하지 않는다하더라도 음악을 듣는 행위 자체는 이 능력의 일부를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부의 효율이 감소한다는 점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음악이 주는 부정적인 효과가 적어질 수는 있지만, 음악을 듣는 것이 도움을 줄 수는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은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과는 정반대의 주장이 나타나서 전 세계를 강타한 사실이 있으니, 바로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우리의 인지 능력이 크게 좋아진다고 알려진 '모차르트 효과Mozart effect'이다. 물론 모차르트 음악으로 국한되어 있긴 해도, 음악을 들으면 인지 능력이 좋아지니,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며 공부를 하면 당연히 공부가 잘 될 수 있다고 가정할 수 있을 것이다.

모차르트 효과는 1993년 Rauscher와 그 연구진이 세계적인 학술잡지인 Nature에 매우 흥미로운 연구를 발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쉽게 말하면,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면 IQ가 좋아진다는 것이다. 정확한 연구 내용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세 개의 집단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는데, 한 집단에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두 대를 위한 소나타 D장조Sonata in D major for Two Pianos k.448’를 10분 동안 들려주었다. 다른 한 집단에게는 10분 동안 안정을 취하라는 지시를 말로 지속적으로 하였으며, 다른 한 집단은 10분 동안 아무런 소리를 들려주지 않고 침묵의 시간을 갖게 했다. 그 이후 이 세 집단을 대상으로 스탠포드-비넷 지능검사 중 공간추리력에 해당하는 문제들을 풀게 했다. 그 결과,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려준 집단에서 유의하게 높은 점수가 나왔다.

 

문제는 이 효과가 지속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모차르트 음악의 청취 효과로 상승된 공간추리력이 15분 정도만 지속이 되고, 그 이후에는 다시 원상복귀 한다는 점이었다. 이처럼 비록 일시적인 효과였지만, 청각 자극인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려준 결과로 시각 과제라고 할 수 있는 공간추리력에서 더 좋은 수행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학술적으로 꽤 의미있는 결과였다. 이 연구가 대중 매체에 의해 소개되면서 꽤나 과장되었다.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IQ가 높아진다고.

모차르트 효과

이 후에 모차르트 효과는 말 그대로 가장 핫한 이슈가 되었다. 음악만 들으면 IQ가 높아진다는 사실은 일반 대중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주장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1997년에 Campbell이 “The Mozart Effect”라는 책을 펴내면서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여러 가지 인지 기능은 물론 스트레스, 우울증 등에 효과가 있는 정신 기능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며, 더 나아가 주의력 결핍, 자폐증과 같은 문제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면서, 모차르트 효과에 대한 미신은 더 커져갔다. 특히 태어나기 전 아이에게 음악을 들려주었을 때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들과 합쳐지면서 태교 음악으로도 매우 큰 인기를 얻었다. 모차르트 음악으로 구성된 태교 음악 CD가 불티나게 팔리기도 했다.

이와 같은 모차르트 효과의 대중적 인기는 다양한 후속 연구들을 가능하게 했다. 특히 일부의 연구자들은 모차르트 이외의 음악도 이와 유사한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지에 주목하게 된다.  최초 연구자인 Rauscher가 왜 그 수많은 클래식 음악 중에서 하필 모차르트의 소나타를 선택하여 실험을 했을까? 젊은 나이에 요절한 음악의 천재라고 알려진 모차르트이기에 그가 작곡한 음악에 대한 환상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Rauscher가 모차르트 효과 연구를 발표하기 전에도 이와 비슷한 주장이 있었다. 1991년에 Tomas는 ‘왜 모차르트?’라는 자신의 책에서 모차르트의 음악을 서로 다른 주파수로 들으면 정신적인 치유를 받고,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소나타'는 고전시대부터 많이 사용된 형식이긴 하나 모차르트가 원숙한 구조로 발전시켰다. 특히 Rauscher의 연구에 사용된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의 경우에는 카논과 푸가의 기법을 사용하여 매우 다채로운 구성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복잡성이 Rauscher의 관심을 끌었고, 실제로 Rauscher는 모차르트의 효과가 그 곡이 갖는 복잡성이 주는 영향일 것 같다고 주장했었다.

슈베르트와 스티븐 킹

하지만, 많은 후속 연구자들은 모차르트 효과가 모차르트의 곡이 아니어도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모차르트의 다른 곡인 ‘피아노 협주곡 A장조 23번piano concerto No. 23 in A major’나 슈베르트의 ‘피아노와 네 손을 위한 F단조 환상곡fantasia for piano and 4 hands in F minor’를 들려주어도 공간추리력에서 수행이 좋아졌다.

이 뿐만 아니었다. Rideout은 비교적 현대 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 뉴에이지 장르인 야니Yanni의 음악을 들려주었을 때도 모차르트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야니의 음악을 선택한 이유는 야니가 심리학을 전공했다는 측면도 작용을 했겠지만, 그 보다는 그의 음악이 템포, 구조 등을 고려했을 때 모차르트 음악과 유사한 점이 많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비록 모차르트의 곡과 유사한 점이 많았다고는 하지만, 클래식 음악이 아닌 현대 음악이 이와 같은 효과를 보였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모차르트 효과와 관련된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은 음악이 아니어도, 비슷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Nantis와 Schellenberg(1999)는 모차르트 효과가 미국의 매우 저명한 대중 소설가인 스티븐 킹의 소설을 소리 내어 읽어 주었을 때도 발견되었다고 보고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모차르트 음악을 들려주는 대신,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어 주었는데도 공간추리력이 향상되었다. 향상 정도도 모차르트 음악을 들려주었을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단, 모든 참가자들에게 이런 현상이 발견된 것은 아니었고, 스티븐 킹의 소설 읽기를 즐겨하는 참가자들에 한해서 발견되었다. 이와 같은 결과와 함께, 모차르트 효과에 대해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는 연구자들이 증가하게 되었다. 최근의 몇 몇의 연구자들은 모차르트 효과를 보고했던 모든 연구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모차르트 효과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세간에는 모차르트 효과의 전지전능함(?)이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지만, 심리학의 분야에서는 최근 모차르트 효과 자체에 대해서 신뢰하지 않는다. 모차르트 음악을 듣기만 해도 내가 똑똑해 질 수 있다는 꿈은 깨졌지만, 여전히 음악이 나의 공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은 존재한다. 위에서 언급했던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어 주었을 때, 그 소설을 좋아했던 사람의 공간추리력이 좋아졌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이처럼 내가 좋아하는 것에 노출 되면 나의 기분이 좋아지고, 각성 수준이 상승하게 된다. 이와 같은 내적 변화가 나의 수행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이를 조금 더 확장하면, 모차르트 효과에서 주장했듯이 마법처럼 나의 머리를 똑똑하게 만들어주는 음악은 존재하지 않지만, 내가 공부할 때 나의 내적 상태를  각성 수준을 높이고 기분을 좋게 해주는 방식으로 변화시켜, 공부를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음악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각성수준의 효과

실제로 음악은 우리의 각성 수준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굳이 가사가 존재하지 않는 음악의 경우에도, 그 음악의 빠르기에 따라 각성 수준이 높아질 수도 있고, 낮아질 수도 있다. 이렇게 변화된 각성 수준은 전반적인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데, 심리학 분야에서는 각성과 행동의 문제를 매우 오래 전부터 Yerkes-Dodson 법칙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 법칙은 중간 정도의 적절한 각성 수준일 경우, 우리의 행동은 매우 좋은 수준의 수행을 보이지만, 너무 각성 수준이 낮거나 너무 높으면 그 수행이 하락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학습의 상황에 적용해 보면, 각성 수준이 매우 낮을 경우 학습 과정 자체에 자신의 인지 용량을 사용하지 않게 되며, 반대로 너무 각성 수준이 높은 경우 불안과 같이 학습을 방해할 수 있는 기분을 경험하게 된다. 음악의 수준으로 말해보면, 너무 느린 음악을 듣게 되면 공부를 할 의욕이 낮아지고, 너무 빠른 음악을 듣게 되면 너무 정신이 없어 공부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고 할 수 있다.

각성 수준 이외에도 고려되는 요인이 있는데, 바로 ‘우리의 기분’이다. 기분이 매우 긍정적이라면 전반적인 학업 수행이 더 좋아지는 반면, 부정적인 기분은 학업 수행이 낮아지게 한다. 어둡고 고요한 단조의 음악을 들을 때 보다 밝고 경쾌한 장조의 음악을 들으면 우리의 기분이 더 긍정적이 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 장조의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했을 때 학업 수행이 더 좋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런 주장들은 배경음악으로 적절한 음악이 선택된다면, 공부할 때 듣는 음악이 득이 될 수도 있음을 지지한다. 즉, 적절한 각성 수준을 유지하게 하고, 우리의 기분을 긍정적으로 만들어 주는 음악이라면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를 했을 때 더 효과가 좋을 수도 있다. 특히, 각성과 기분이라는 것이 물론 주관적인 요소들도 강하게 개입되지만, 의외로 음악의 물리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 곡의 빠르기라던가, 곡의 음계에 따라 보다 자동적으로 유발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배경음악의 종류에 따라 우리의 학업 수행이 달라질 수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일부의 연구들은 다양한 종류의 배경음악에서 학업과 관련된 수행을 실시하게 한 후에 그 수행의 수준을 측정하는 방식의 실험을 시도했다. 예를 들면, 클래식과 가요, 그리고 재즈를 들려주고 각각 집중력의 정도를 측정하는 식의 연구이다. 일부의 연구에서는 다른 장르의 음악보다 클래식이 학업 수행이 더 도움이 된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연구들은 실험에서 사용된 각각의 음악이 해당 음악 장르를 대표할 수 있는지에 따라서 명확한 결론을 내기는 어렵다. 다만, 장르에 따라 학업 수행에 다르게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충분히 시사하고 있다.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하면 잘 되던가요?

그렇다면,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ASMR 소리는 어떨까?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줄임말인 ASMR은 자율감각 쾌락반응이라고 해석되는데, 뇌를 기분 좋게 자극해서 얻어지는 심리적인 안정을 뜻하는 신용어이다. ASMR이 유행이 된지 10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아, ASMR과 학업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다룬 연구는 거의 없다. 하지만, 최근 ASMR을 대상으로 한 뇌영상 연구들은 상당히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 ASMR 영상을 보여주었을 때 연구 대상자들의 뇌에서 보상과 관련된 부위와 정서적 각성과 관련된 부위가 발화한다는 것이다. 이는 ASMR 자극의 효과가 실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특히 활성화된 부위가 보상과 정서적 각성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은 ASMR 소리 역시 학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의 귀에도 이어폰이 꽂혀 있을 지도 모른다. 뭔가 속 시원한 해답을 기대한 독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아직 심리학에서는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를 하는 것이 좋은지 나쁜지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부정적일 수 있다고 말하는 주장도,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하는 주장도 모두 근거가 있으며, 논리적으로 타당해 보인다.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여러분들이 더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음악 들으면서 공부를 해보니, 더 잘되던가요? 아니면 더 안 되던가요?” mind.

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 인지심리 Ph.D.
연세대 심리학과에서 학, 석사를 마치고, Yale University에서 심리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이후 Boston University와 Brown University에서 박사 후 연구원 과정을 거쳐 현재 한림대 심리학과에 교수로 재직 중 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하던 만화, 아이돌, 스포츠를 지각 심리학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와 평생 덕질을 하듯 연구하며 사는 것을 소망하는 심리학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20-12-06 17:05:26
좋은 글이네요

근식 2020-10-05 15:17:40
이런게 진짜 기사지 ㅜㅠ

Hae 2019-11-01 13:29:11
작업용량에 따른 해석이 흥미로웠어요 :) 늘 궁금해하던 주제였는데 좋은 읽을거리를 제공해주어 감사합니다.

지원 2019-10-10 03:45:30
음운루프와 시공간 잡기장에 관한 내용이 흥미로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