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은 여사친을 만날 때 어떤 옷을 입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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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은 여사친을 만날 때 어떤 옷을 입을까?
  • 2020.01.20 09:00
패피까지는 아니어도 우리는 상황에 맞게 적절한 옷을 입으려고 노력한다. 입을 옷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요인들은 무엇이 있을까? 오늘 그 중 한 가지를 이야기한다.

상황에 적절한 옷, 드레스 코드

사람들은 등산을 할 땐 등산복을, 수영을 할 땐 수영복을, 골프를 칠 땐 골프웨어를 입는다. 어떤 스포츠를 즐기는지에 따라 입는 옷이 달라진다.

스포츠에서뿐만이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상황에 따라 사람들은 다른 옷을 입는다. 출근할 때엔 오피스룩으로 차려 입고, 주말에 친구들을 만날 땐 좀 더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청바지에 티셔츠를 걸친다. 물론 직장의 분위기에 따라 격식을 갖추어 정장을 입고 출근해야 하는 회사도 있고, 오히려 반대로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출근하는 것이 더 일반적인 회사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 모든 상황을 관통하는 공통점이 바로 사람들이 자신을 둘러싼 상황에서 허용되는 복장, 그 상황에 '적합한' 옷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사회생활 속에서도 모임의 분위기나 목적, 분위기 등에 따라 미묘한 '드레스코드'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파리 시민들이  근교의 그랑드 자트 섬에서 맑게 개인 여름 오후를 보내고 있다. 다들 한껏 멋을 내고 나들이를 나선 모습이다. 점묘법을 개발한 조르주 쇠라의 작품. Georges Seurat,1884–1886, 'People relaxing at la Grande Jatte, Paris', 1884. 207.6 × 308 cm, Art Institute of Chicago.
파리 시민들이 근교의 그랑드 자트 섬에서 맑게 개인 여름 오후를 보내고 있다. 다들 한껏 멋을 내고 나들이를 나선 모습이다. 점묘법을 개발한 조르주 쇠라의 작품. Georges Seurat,1884–1886, 'People relaxing at la Grande Jatte, Paris', 1884. 207.6 × 308 cm, Art Institute of Chicago.

상대의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 옷

그런데 드레스 코드는 만나는 사람들의 모임이 동성으로만 이루어졌는지, 아니면 동성과 이성이 섞여 있는지와 같은 사소한 차이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흥미롭게도 실제로 여자들은 동성 친구들만 있는 모임에 갈 때와 동성과 이성이 섞여 있는 모임에 갈 때에 다른 옷을 입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를까? 결론부터 말하면 남녀가 함께 모일 때보다는 여자들끼리만 모일 때 약간 '덜 야하게' 입는다는 것이다. 연구를 살펴보자.

미국 오클라호마 주립대학 심리학과 크렘스J. A. Krems 교수와 동료 연구자들이 여대생들에게 여성의 신체 실루엣이 그려진 종이를 두 장 주고, 두 가지 상황에서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각각 코디해서 주어진 종이의 여성 몸 실루엣 위에 직접 그려 넣어 보도록 했다. 상황 1은 심리학에 관심 있는 여학생들끼리 모이는 모임이었고, 상황 2는 남녀가 섞여 있는 캠퍼스 친교 모임이었다. 연구팀은 여학생들이 두 상황에서 입겠다고 그려서 제출한 옷들이 각각 피부를 얼마나 드러내는 코디인지 정교하게 계산했다. 그 결과, 여자들끼리만 만나는 모임에서 입을 옷은 남녀가 함께 만나는 모임에서 입을 옷보다 피부를 16% 더 가리는 옷이었다. 예를 들면, 남자만 있는 모임에 나갈 때 여성들은 하의는 조금 더 짧은 바지나 치마를, 상의는 어깨가 드러나는 소매 또는 넥라인이 조금 더 깊이 파인 옷을 그렸다. 클럽에 갈 때 입는 옷을 떠올리면 어떤 느낌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실험 참가자들이 그린 옷은 클럽에 가는 복장보다는 더 일반적인 옷들이었다.

연구자들은 비슷한 실험을 한 번 더 실시했는데, 이번엔 실험에 참가한 여학생들이 옷을 직접 그린 것이 아니라, 종이 인형 놀이를 하듯이 주어진 몇 가지 옵션의 옷 중 어떤 옷을 입을 것인지 골라서 화면에 있는 여성에게 입히는 방식이었다. 결과는 비슷했다. 여학생들은 남녀가 함께 만날 때보다는 동성끼리 모이는 만남일 때 더 몸을 많이 가리는 옷을 입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성향은 외모가 매력적인 여성들일수록 더 강했다. 즉, 신체적으로 매력적인 여성들이 동성들끼리의 모임에 더 삼가는 옷(신체가 많이 가려지는 옷)을 입고 나간다고 응답한 것이다.

동성 친구 사이에서의 역동과 옷차림

왜 그럴까? 왜 여성들끼리만 만날 때 조금 더 조심스럽게 옷을 입고, 외모가 매력적일수록 더 그럴까? 연구자들은 그 이유를 남성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 같은 옷, 즉 신체가 더 많이 드러나는 옷을 입은 여성들은 모임에 있는 다른 여성들로부터 간접적이거나 사회적인 공격을 당하기 쉽기 때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다시 말하면 ‘여사친’끼리 모였을 때 몸이 더 드러나는 옷을 입은 여성은 다른 여성들에게 은근히 소외를 당하거나 불친절한 대우를 받게 되기 쉽다는 것이다. 그리고 연구자들의 실험 결과 이런 일이 외모가 매력적인 여성들에게는 더 많이 일어났다. 그렇기에 동성 친구들로부터 배척 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여자들끼리 만날 때는 좀 더 조심스럽게 입는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여성들로부터 배척 당하지 않을까 하는 여성들의 염려는 여성들이 어떤 옷을 입고 외출하는지를 결정하는 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많은 요소 중의 한 가지일 뿐이라는 점도 잊지 않고 언급했다.

이 연구를 보고 나니 남자들은 남자들끼리 만날 때 어떤 옷을 입고, 남녀가 함께 만날 때 어떤 옷을 입을지 궁금해진다. mind

    <참고문헌>

  • Krems, J. A., Rankin, A. M., & Northover, S. B. (2019). Women’s strategic defenses against same-sex aggression: Evidence from sartorial behavior.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1948550619882028. First published on November 20, 2019 as https://doi.org/10.1177/1948550619882028
임낭연 경성대 심리학과 교수 성격및사회심리 Ph.D.
연세대에서 사회 및 성격 심리학을 전공하였으며, 행복에 관한 주제로 박사학위를 하였다. 현재 경성대 심리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2015년에 한국심리학회에서 수여하는 김재일 소장학자 논문상을 수상하였다. 행복 및 긍정적 정서 연구를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저서로는 범죄피해 진술조력(2018), 범죄피해 조사론(2018), 심리학개론(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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