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ADHD 알아가기 1_ 증상의 소리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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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ADHD 알아가기 1_ 증상의 소리를 찾아서
  • 2020.01.23 10:00
한 사람의 정신건강전문가로서 저와 제 친구들이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저와 제 친구들의 이야기를 꺼내어 놓음으로써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을 많은 사람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을 기대합니다.

경험의 공유

본격적인 글을 시작하기 전에, 이 글을 쓰는 저 역시도 약 15년 즈음 전에 ADHD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힙니다. 한 사람의 정신건강전문가로서 저와 제 친구들이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대해 이야기하고 싶고, 저와 제 친구들의 이야기를 꺼내어 놓음으로써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을 많은 사람들과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다양한 이야기의 문을 열어놓고 싶습니다.

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Attention-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ADHD는 집중의 어려움, 부주의, 산만함, 과잉행동, 충동성 등의 증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장애로, 아동기에 처음 시작됩니다. 시간이 지나고 뇌가 성장함에 따라 증상이 완화되지는 경우도 많지만 약 60~80% 가량은 성인이 된 뒤에도 증상이 남아 있지요Barkley et al., 2002.

Vincent van Gogh, 1853–1890. ’Almond blossom‘, 1890, oil, 73.3×92 cm.
고흐는 과잉행동장애와 같은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고생했지만 죽는 해까지 빛나는 작품을 남겼다. 자신을 지원해준 동생 테오가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조카를 위해 그렸던 그림이다. 유럽에서 아몬드 나무는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초봄에 가장 먼저 꽃을 피운다고 한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에 걸맞는 나무다. Vincent van Gogh, 1853–1890. ’Almond blossom‘, 1890, oil, 73.3×92 cm.

ADHD는 시쳇말로 ‘죽을 병’은 아닙니다만, 삶의 질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문제입니다. ADHD를 가진 성인은 ADHD가 없는 성인에 비해서 정규직으로 고용될 확률이 낮고Gjervan et al., 2012, 평균적으로 더 적은 연봉을 받으며Biederman & Faraone, 2006, 교통사고나 과속의 위험도 높고Barkley et al., 1993, 무엇보다 우울장애, 불안장애, 알코올 및 기타 약물 사용장애 등 다른 정신장애와의 유병률이 높습니다Sobanski, 2006.

낯설게 느껴지는 ADHD

성인 ADHD도 약물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뒤로, 다행히 한국에서도 성인 ADHD에 대한 인식 개선이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ADHD를 낯설게 여기는 사람이 많고, ADHD 진단을 받은 뒤에도 이를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지에 대해 체계적인 정보를 얻기는 어렵지요. 그래서 이번 글과, 앞으로 이어질 두 글에서는 성인 ADHD의 특징과 진단, ADHD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른 위험들, 그리고 ADHD의 장점과 증상 관리에 대해 적어 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글은 성인기에 처음으로 ADHD진단을 받았던 M과의 인터뷰입니다. M은 여러 모로 제가 존경하는 ADHD 동료인데요, 아동기에 산만함과 충동성, 부주의가 두드러지는 ADHD증상이 있었지만 아동·청소년기에는 이에 대해 자각하지 못하고 지내다가, 2017년 여름 즈음에 저와 대화를 나누다가 병원 방문을 권유받았습니다. 그 해 병원에 방문해 성인 ADHD진단을 받았고, 지금은 치료를 지속하면서 꾸준히 증상을 관리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M과 함께 한 ADHD 성인이 아동기에 보였던, 그리고 현재 가지고 있는 증상들을 살펴봅시다. 그리고 M은 어떤 방법들을 활용해서 자신의 증상과 생활을 관리하고 있는지, 살짝 힌트를 얻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ADHD 증상은 각 개인에게서 서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모든 환자들의 증상들이 꼭 M과 같지는 않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PART 1. 아동기~청소년기

  • 터뷰에 응해주어서 고마워. 이번 인터뷰에서는 성인 ADHD를 가진 사람 중 하나로써 너한테 있었던 증상과, ADHD로서의 삶에 대해 물어보고 싶어. 우선, 어렸을 때 네게 있었던 ADHD 증상이 궁금해. 대표적으로 어떤 증상들이 있었던 것 같아?

M: 음, 가장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건 책가방 챙기는 걸 힘들어했던 것? 나는 어렸을 때 이사를 많이 다녔는데, 한 번은 전학 갔던 학교에서 학기 초에 시간표 받은 걸 잃어버린 적이 있어. 그런데 그 학교에 다녔던 한 학기 내내 시간표를 다시 받지 않았고, 학교에 책을 그냥 내 맘대로 들고 다녔어. 아무거나. 그래서 선생님이 어머니를 데려오라고 했는데, 엄마한테 그걸 말하는 것도 잊어서 모셔가지도 못했지. 그 상태로 6개월이 지나는 바람에, 한 번도 맞는 시간표대로 책을 챙기지 못한 채 다른 학교로 또 전학을 갔어.

그 학교에 있을 때가 유독 심했던 때기는 하지만, 다른 학교에 다닐 때도 전반적으로 책가방 챙기는 건 굉장히 힘들어했었던 것 같네.

그리고 다른 건… 나는 나 스스로는 내가 그렇게 산만했다고 기억하지 않거든. 그런데 생활기록부에는 다 산만하다고 쓰여 있어. 물론 산만하다고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기억은 있지만!

병원에서 ADHD 진단 받을 때, 생활기록부를 가지고 오라고 했었어.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어릴 때의 나라면 산만하다고 쓰여 있지는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그런데 초등학교 때 생기부를 보면, 한 1-2년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산만하고 부주의하다고 적혀 있더라고.

M이 진단을 위해 발급받았던 초등학교 생활기록부 사본. 사교적이고 여러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려고 하지만 산만하고 부주의하다는 평가가 자주 보인다.
M이 진단을 위해 발급받았던 초등학교 생활기록부 사본. 사교적이고 여러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려고 하지만 산만하고 부주의하다는 평가가 자주 보인다.

M: 그리고 초등학교 때 질문하다가 혼난 기억도 많아. 나한테는 질문하다 혼나서 상처받은 기억이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너무 많이 질문을 하니까 짜증이 났던 거지, 어른들은. 아니면 너무 황당한 질문이라고 혼이 나거나. 그 외에도 뭘 하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몇 달 안 가서 그만두거나, 그런 일도 많았고. 엄마가 키우기 힘들어했지.

  • 물건 잃어버린다거나, 해야 할 일을 잊는다거나. 이런 부주의 이런 증상은 어땠나요?

M: 물건을 잃어버린 적도 많아. 나는 아직도 우산은 그냥 공공재라고 생각해. (웃음)

할 일을 잊는 증상은… 아, 한 번은 이런 적도 있어. 초등학교 때 우유 급식을 안 먹고 그대로 가져오기도 하잖아. 그런데 학기 마지막 날에 책가방에 넣어놓은 우유를 그대로 잊어버렸다가, 다음 학기 시작하는 날에 발견한 거지. 난리가 났었어.

  • 아, 그런 거 뭔지 알 것 같아. 나는 사물함에서 벼가 자란 적도 있어. 방학 숙제로 채집했던 볍씨를 미술시간에 쓰던 물통에 넣어 놨는데, 사물함이 늘 엉망진창이니까 거기 넣어둔 걸 잊었던 거지. 물통의 물도 당연히 안 버렸고. 햇빛도 안 드는 사물함 안인데 벼가 자라더라고. 아무튼 전반적으로 뭐가 많이 자랐어, 내 사물함이나 방에서는.
  • 청소년기로 넘어가 볼게. 중고등학교 때는 어떤 증상이 있었던 것 같아?

M: 글쎄, 공부하기를 포기한 것? (웃음) 초등학교 때는 특별히 공부를 하지 않아도 괜찮았지만, 학년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공부를 하지 않으면 성적이 나오지 않잖아. 그런데 나는 공부도 싫었고, 꾸준히 공부하는 건 더 싫었어. 그래서 숙제 같은 것은 하나도 안 하고, 시험 볼 때 OMR카드에도 그냥 줄을 세웠어. 내신을 챙기는 게 불가능했고.

중학교 때는, 물론 그 때도 많이 못하긴 했지만, 그래도 숙제를 하려고 노력은 했던 것 같아. 그런데 고등학교 때는 아예 포기했던 기억이 나.

PART 2. 성인이 된 뒤

  • 이제 성인기에 대해서 물어볼게. 성인이 된 뒤, 어떤 것 때문에 처음으로 ‘혹시 내가 ADHD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는지 궁금해.

M: 너 때문이지! (웃음) 나는 너랑 알면서도 꽤 오래 내가 ADHD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 그런데 어느 날 네가 ADHD의 특징에 대해서 글 쓴 걸 봤는데, 난 그걸 보면서 이런 건 누구나 다 그렇지 않나? 하고 생각했어. 말도 안 돼, ADHD라니? 그래서 너한테 이건 다 그런 거 아니냐고 말했다가, 네가 병원 가 보라고 해서 가 봤지.

  • 앗, 그랬었지 참. 실제로 병원에 가서 진단받는 과정은 어땠어?

M: 음, 의사랑 면담도 하고, 생활기록부도 떼어 가고, 엄마랑 면담도 하고, 검사도 하고. 이것저것 많이 했지. 그런데 확실히 진단이 나오기 전에 진료실에서, 의사가 진료용으로 쓰는 컴퓨터에 뭐가 계속 뜨는 게 너무 신기해서 그걸 들여다보려고 했단 말이야. 고개를 꺾어가면서. 그랬더니 의사가 진단 전이기는 하지만 정말 ADHD로 보이기는 한다고 하더라.

  • 진단을 받고 나서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M: 아주 많이 달라졌지. 일단은 내가 겪던 어떤 문제들이 많은 부분 설명이 된 게 속이 시원해. 예를 나는 일을 많이 하는 건 상관 없지만 일의 기한이 정해져 있고, 조직적인 과업 같은 게 필요하면 아주 힘들거든. 그리고 꾸준히 관리하는 것도 힘들어. 아, 예를 들면 이런 거. 시험 공부를 하고 시험 보는 건 상관이 없는데, 꾸준히 출석하는 건 힘들어! 그런 게 삶에서 전반적으로 스트레스였단 말이야. 나는 왜 남들이 다 할 줄 아는 건데 못할까? 남들은 다 쉽게 하는데. 그런데 시험 보고, 점수 나고 이런 걸 전혀 못하는 게 아니니까, 스스로한테는 그냥 게으른 것 이상으로 여겨지지 않잖아.

그러다 이게 증상이라는 걸 알고 나니, 스스로한테 관대해진 부분이 있어. 그리고 어떤 일에 대해 급격하게 흥미를 잃어버리고 너무 하기 싫어질 때 자신을 추스르기도 더 쉬워졌지. 이렇게 갑자기 흥미 떨어지고 의욕이 상실되고, 이런 건 증상이니까 조금만 더 견뎌보자 하고 나 자신을 달래주게 되는?

  • 정말 공감이 된다. 최근에 증상을 실감한 경험은 어떤 게 있어? 아, 나 ADHD이기는 하구나, 이런 경험.

M: 물건을 막 잃어버릴 때? 지난 달에 카드를 두 번이나 잃어버렸어. 버스에서 옷 같은 거 놓고 내리고 이런 건 일상이고. 아 그리고 자주 넘어지는 거. 너도 자주 넘어지니?

  • 아! 나는 어디 자꾸 부딪혀. 멍이 굉장히 많이 생기는데 기억도 안 나고.

M: 맞아, 그럴 때도 진짜 많고 내가 내 몸을 통제 못 하는구나 싶을 때도 있어. 내가 내 몸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모르고 있을 때가 많다는 느낌? 침대에 누울 때 머리를 부딪힌다거나. 이 상태에서 누우면 머리를 부딪힌다는 걸 모른다는 게 황당하고.

그리고 이게 부주의와 관련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계획해 놓은 행동을 자꾸 잊어서 실행하지 못하는 거? 병원 예약일을 못 지킨다거나.

  • 아, 나는 집세 제 때 내는 게 너무 힘들어. 가스비 매번 밀리고. 매번 과태료 내고.

M: 아 나는 가스 끊겨본 적도 있어. 그건 나한테 너무 평범한 일이어서 생각을 못 했어. 기본적으로 한 달 만에 내는 경우가 없지. 경고장 이런 거 진짜 많이 받고. 어렸을 때도 만화책방에서 회원 금지된 적 많았어. 만화 없이는 못 사는데! (웃음) 이번에는, 오늘만은 꼭 가져다 주리라 다짐하고 가방에 넣었는데 매번 까먹고 그냥 집에 오게 되는 거야. 그런데 이렇게 살다 보니 대처하는 방법이 생기지 않니?

PART 3. 관리

  • 대처 방법?
    그러고 보니 너의 대처 방법이 궁금해. 증상을 관리하는 방법이 있다면 어떤 거야? 

M: 아 나는 스케줄러 쓰는 걸 좋아해서. 스케줄러 쓰는 게 가장 큰 방법이지 정말.

  • 스케줄러 쓰는 거야 중요한 걸 알고 있지만, 그런 걸 작성하기 힘들어하는 게 또 ADHD의 증상이잖아. 네겐 어떻게 그게 가능해?

내 생각엔, 과업을 게임같이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 퀘스트 같이?
난 그걸 충분히 잘 활용하면, ADHD가 굉장히 워커홀릭 같아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

  • 맞아. 재미라는 요소가 ADHD한테는 굉장히 중요하니까.
    그런데 그게 실제로 게임인 건 아니니까, 이게 게임은 아니지만 게임 같은 거다! 라고 스스로에게 납득시키는 데는 기술이 좀 필요할 것 같아. 어떻게 너한테 이게 게임 같은 거라고 납득을 시켜?

M: 엄청나게 잘게 쪼개서, 작은 퀘스트같이 만드는 거지. 나는 예전부터 월별 스케줄러를 따로 쓰고, 일별 스케줄러 따로 쓰는데, 일별 스케줄러에 할 일들을 촘촘하게 적어놓고 그걸 퀘스트라고 생각하고 하나하나 깨나가는 게 재미있는 것 같아.

그리고, 나 자신에게 엄청나게 칭찬을 많이 해 주는 게 중요해. 내 작고 귀여운 전전두엽! 잘 하고 있어! 쑥쑥 자라서 어른 전전두엽이 되자! (웃음) 이 방법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삶을 알아서 조직화하는 건 우리에게는 너무 힘든 일이잖아. 그래서 일단 뭐라도 적는 게 중요한 거 같아. 하다못해 쓰레기봉투 사는 일이라도. 그런 작은 일이라도 퀘스트처럼 만들어서 성취감을 얻으면, 막 자기 효능감이 들잖아.

  • 너무 좋은 방법이다. 혹시 나중에 성인 ADHD 치료 모임이나 자조 모임 만들면 올래? 정말 초대하고 싶습니다. (웃음)

좋지! 필요하지. 그런데 거기 출석률 괜찮아? (웃음) mind

   <참고문헌> 

  • Barkley, R. A., Fischer, M., Smallish, L., & Fletcher, K. (2002). The persistence of attention-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into young adulthood as a function of reporting source and definition of disorder. Journal of abnormal psychology, 111(2), 279.
  • Barkley, R. A., Guevremont, D. C., Anastopoulos, A. D., DuPaul, G. J., & Shelton, T. L. (1993). Driving-related risks and outcomes of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in adolescents and young adults: a 3-to 5-year follow-up survey. Pediatrics, 92(2), 212-218.
  • Biederman, J., & Faraone, S. V. (2006). The effects of attention-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on employment and household income. Medscape General Medicine, 8(3), 12.
  • Gjervan, B., Torgersen, T., Nordahl, H. M., & Rasmussen, K. (2012). Functional impairment and occupational outcome in adults with ADHD. Journal of attention disorders, 16(7), 544-552.
  • Sobanski, E. (2006). Psychiatric comorbidity in adults with attention-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ADHD). European archives of psychiatry and clinical neuroscience, 256(1), i26-i31.
임민경 범죄피해 트라우마 통합지원기관 임상심리전문가
독문학과 심리학을 전공하였고, 현재는 임상심리전문가로서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언제나 누군가의 애독자이자 무언가의 애호가이며, 트위터 그만두어야 한다고 매일 말하지만 그만두지 못하는 트위터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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