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과 모델, 어느 쪽이 먼저 나와야 할까?
상태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품과 모델, 어느 쪽이 먼저 나와야 할까?
  • 2019.07.09 11:00
광고에서 모델과 제품은 어떤 연관성을 맺고 있을까? 관련 연구들은 이들간의 순서나 배치에도 심리학적 지혜가 숨어있다고 설명한다.
1890년대  사용된 코카콜라 광고다. 청순하고 귀족적인 여인의 이미지를 코카콜라와 결합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탁자 위에 놓인 하얀 편지나 노란 장미 모두 코카콜라의 고급스럽고 깨끗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2018년 배우 조보아는 모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인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했다. 여기서 열정적이고 발랄하며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공감요정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큰 인기를 모았다. (주)미스터피자는 2018년 11월 ‘랍스터 몽땅’이라는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면서 그녀를 광고모델로 기용하였다. 미스터피자가 자사의 새로운 제품 광고에 조보아와 같은 인기 여배우를 광고모델로 기용하면서 얻고자 하는 광고효과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을 제공하는 심리학 이론이 '고전적 조건화Classical Conditioning'이다.

파블로프 조건화

고전적 조건화란 유기체 학습 과정의 한 종류로 유기체(예. 개)에게 무조건반응Unconditioned Response(예. 타액 분비)을 유발하는 무조건자극Unconditioned Stimulus(예. 음식)과 조건자극Conditioned Stimulus (예. 종소리)을 짝지어서 반복적으로 제시하면, 유기체는 조건자극만 제시되어도 무조건반응에 해당되는 조건반응Conditioned Response (예. 타액 분비)을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이 현상을 처음으로 밝힌 러시아의 생리학자인 이반 페트로비치 파블로프Ivan Petrovich Pavlov의 이름을 빌려서 '파블로프 조건화Pavlovian Conditioning'라고도 불린다. 고전적 조건화는 인기 유명인을 광고모델로 활용하는 광고효과 기저의 소비자심리를 설명하는 중요한 이론으로 활용되어 왔다.

평가의 조건화

기본적 원리는 다음과 같다. 소비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제품을 구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리적으로 가정한다. 이 가정 하에 긍정적 감정(무조건 반응, 예. 상쾌함, 발랄함, 순수함)을 유발하는 인기 유명인(무조건 자극, 예. 조보아)을 특정 제품(조건 자극, 예. 미스터피자의 랍스터 몽땅)과 함께 광고에 등장시키면, 이 광고를 반복해서 본 소비자는 매장에서 해당 제품을 볼 때 긍정적 감정(조건 반응, 예. 상쾌함, 발랄함, 순수함)을 느끼며 해당 제품을 소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인기 유명인이 등장하는 광고의 효과를 설명하는 고전적 조건화를 '평가의 조건화Evaluative Conditioning'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먼저 파블로프 실험의 유기체(예. 개)는 무조건자극에 대한 결핍(예. 배고픔)을 경험하는 상황에서 무조건반응(예. 타액 분비)이 유발되었지만 특정 제품의 광고를 보는 소비자는 무조건자극(예. 인기 유명인)에 대한 결핍을 경험하지 않는다. 그리고 해당 광고를 본 소비자의 무조건반응은 의지와 무관한 신체적 반응이 아니라 긍정적 감정의 경험이다. 즉, 평가의 조건화는 고전적 조건화와 달리 소비자가 인기 유명인에 대한 결핍을 경험하지 않은 상황에서 긍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는 인기 유명인과 특정 제품이 함께 등장하는 광고를 반복해서 보면 인기 유명인에 대한 소비자의 긍정적 감정 평가가 해당 제품으로 전이되는 현상을 말한다.

가장 효과적인 모델과 제품의 순서

광고인들은 광고에서 특정 제품과 인기 유명인의 등장 순서를 다르게 해서 소비자를 조건화시킬 수 있다. 이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특정 제품 등장 → 인기 유명인 등장’의 순행조건화Forward Conditioning이다. 그러나 실제로 광고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특정 제품과 인기 유명인을 동시에 등장시키는 동시조건화Simultaneous Conditioning와 ‘인기 유명인 등장 → 특정 제품 등장’의 역행조건화Backward Conditioning이다. 동시조건화 광고는 주로 광고의 좌측 상단에 특정 제품 이름을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광고의 나머지 부분에 인기 유명인을 등장시킨다. 이때 광고의 좌측 상단은 소비자의 시선을 가장 많이 끄는 광고 영역에 해당된다.

역행조건화를 선택하는 이유

흥미로운 것은 선행연구에 의하면 역행조건화 광고는 소비자의 조건화 효과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약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인들이 역행조건화 광고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광고에 대한 소비자의 초기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우리가 하루에 직·간접적으로 접하는 광고의 수가 엄청나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소비자의 눈길을 끌지 못 하는 광고는 고전적 조건화 효과를 만들어낼 수 없다. 따라서 광고인들은 광고의 홍수 속에서 자신이 기획한 광고의 고전적 조건화 효과가 발생하도록, 소비자가 인기 유명인을 보고 먼저 광고에 주목하게 만든 후 특정 제품을 제시하는 역행조건화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인기 유명인 이외에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음악, 사진(예. 귀여운 아기 얼굴) 등을 등장시키는 광고를 통해서도 소비자의 고전적 조건화가 가능하다.  광고의 목표는 단순한 정보전달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광고가 늘 당신을 조건화시키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mind. 

강정석 전북대 심리학과 교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Ph.D.
고려대에서 소비자·광고심리학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University of Connecticut에서 브랜드확장에 대한 소비자 정보처리 과정과 브랜드확장의 광고 효과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전북대 심리학과에 재직 중이다. 이전에 광고회사인 DDB Korea 마케팅연구소 차장과 SK텔레콤 고객중심경영실 부장으로 근무했다. 사회적 마케팅(social marketing),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대한 청중의 심리적 저항감, 장소 브랜딩, 고령 소비자 심리 등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