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인지 장애인가 뇌 질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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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인지 장애인가 뇌 질환인가?
  • 2020.01.29 08:00
최근 치매에 대한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습니다. 바이오마커를 통해 생물학적으로 치매를 정의하고 진단하는 방법을 둘러싼 논쟁과 주요 쟁점을 소개합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매는 일반적인 노화와는 구분되는 병리적 변화와 인지 기능의 손상이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굉장히 많은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고통받고 있는 장애이지만, 본격적인 행동 증상이 나타난 이후에는 이렇다 할 치료 방법이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치매는 여러 종류의 뇌 병리와 질환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데, 여러 가지 치매 중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바로 알츠하이머병입니다. 기억력의 손상이 주요 증상이기 때문에, 흔히 길을 잃고 헤매거나 얼마 전에 있었던 일들을 잊어버리는 모습으로 묘사되곤 합니다.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면서 연구자들이 알게 된 중요한 점은, 치매가 뇌졸중처럼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빠르면 중장년기부터 수십 년에 걸쳐 뇌의 병리적 변화가 진행되며, 문제가 생겼음을 알았을 때에는 이미 오랜 변화의 과정의 끝 무렵에 와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기억력이 떨어지고 약속을 잊어버리면서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시점부터 치매를 진단할 것이 아니라, 십수 년 앞서서 치매를 진단하고 치료를 하는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그 핵심적인 열쇠는 바로 치매의 생물학적 과정을 포착하는 기술, 바이오마커입니다.

치매, 인지 장애인가 뇌 질환인가?

말 그대로, 전자는 인지 기능에 문제가 있음을 지칭하는 것이고, 후자는 뇌에서의 문제를 지칭합니다. '인지 장애'와 '뇌 질환'은 둘 다 동일한 현상을 지칭할 때가 많지만, 판단에 필요한 핵심적인 정보의 차이가 있습니다. 치매가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말장난처럼 들리지만, 치매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차이를 드러냅니다.

바이오마커를 통해 생물학적으로 치매를 정의하고 진단할 수 있는지, 진단 방법을 둘러싼 최근 논쟁의 내용과 주요 쟁점을 소개합니다.

바이오마커로 진단하는 치매

Clifford R. Jack Jr.과 동료들은 알츠하이머병의 병리에 대한 지난 연구들을 종합하면서 2018년 논쟁적인 논문을 발표합니다. 바로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바이오마커를 통해 생물학적으로 진단하는 틀biological definition of Alzheimer's Disease을 제안한 것이죠. 여기에서 사용되는 바이오마커는 몇 가지 뇌영상 도구들을 통해 뇌에서 (1)특정 치매 관련 물질이 존재하는지(아밀로이드Amyloid, 타우Tau), 그리고 (2)신경 퇴행Neurodegeneration이 발생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뇌 영상을 찍으면, 아밀로이드 양성(+), 타우 양성(+), 신경퇴화 음성(-), 따라서 A+T+N-이라는 프로파일이 나오게 되고, 이 사람은 '전임상적 알츠하이머병'이라는 범주에 해당하게 됩니다. 세 개의 뇌 영상 지표의 양/음성 여부에 따라 8가지의 알츠하이머병 프로파일이 분류될 수 있습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연구를 위한 목적으로 바이오마커를 통해 알츠하이머 치매를 정의하는 방법이 제안되어 있었지만, 잭과 동료들은 보다 강력한 주장을 던집니다. 주요 알츠하이머병의 병리 물질(아밀로이드, 타우 단백질)이 뇌에 축적되었는지, 신경 손상이 발생했는지에 따라서 알츠하이머병이 있는지를 정의하는 것이 더 명확한 정의라는 것입니다. 즉, 인지기능이 손상되지 않았다 해도, '알츠하이머병'에 준하는 병리가 있는지를 진단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지금까지 임상가들의 면담과 인지기능의 검사만으로는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인지, 다른 종류의 치매 중 하나인지 확인하기 어려우며, 오랜 시간 진행되는 병리를 미리 탐지하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들 연구자 그룹은 '알츠하이머병'과 일반적 '치매'를 구분할 것을 제안한 것입니다.

이 접근은 최근 눈부신 뇌 영상 기술로 확인된 연구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100년이 넘은 치매의 임상적 진단 방법의 역사를 뒤집기에 여전히 이르다는 지적들이 있습니다. 이 제안에 반대하는 주요 주장들을 소개합니다.

반대 주장1: 치매는 다양한 뇌의 병리다

위의 급진적인 주장에 대해 실제 치매의 병리가 그렇게 단순하고 깨끗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합니다Sweeney et al., 2019. 알츠하이머병을 지칭하는 뇌 병리와 바이오마커(아밀로이드, 타우 단백질)가 있지만, 실제 알츠하이머병으로 길을 잃고 일상생활이 망가지는 환자들은 뇌혈관 질환과 같은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잭과 동료들이 정의하는 알츠하이머병의 기준은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인지기능의 손상에 중요한 것은 알츠하이머병에만 해당하지 않는 여러 일반적인 혈관 및 신경 병리들일 수 있는데, 잭과 동료들의 바이오마커 정의는 이 지점을 간과하게 만드는 위험이 있습니다.

반대 주장 2: 건강한 사람에게도 치매라는 이름표를 붙일 것인가

얀센Willemijn J. Jansen 등에 의해 2015년에 이루어진 대규모 치매 바이오마커의 연구 종합에 따르면 인지 기능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65세의 노인 다섯 명 중 한 명(약 20%)은 주요 바이오마커(아밀로이드 단백질)에서 양성 판정을 받게 됩니다. 80세가 되면 노인 세 명 중 한 명(약 33%)은 바이오마커 양성 하에 지극히 정상적인 생활을 살 수 있습니다.

즉, 잭이 제안한 알츠하이머병의 생물학적 진단 방법에 의하면, 마치 수많은 노인들이 고혈압, 고지혈증, 관절염을 가지고 살아가듯이, '전임상적 알츠하이머병preclinical Alzheimer's Disease'이라는 진단을 가지고 살아가게 됩니다.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보다 확실한 치료 방법들이 마련되어 있다면 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오히려 '알츠하이머병 양성 반응'이라는 진단서를 들고 집으로 돌아간 어르신들은 깊은 걱정에 밤을 지새울 수도 있습니다.

반대 주장 3: 바이오마커는 조기 진단의 핵심 기술인가?

바이오마커로 확인된 뇌 병리의 존재 여부는 수년 이내에 심각한 치매가 발병할지를 예측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만, 치매를 정의하는 기준이 되기에는 정확함과 엄밀함이 아직 분명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한 연구에 따르면, 대표적인 바이오마커가 임상적 진단에 활용되는 인지기능의 검사보다 더 이른 시점부터 변화하지 않았으며, 민감한 인지기능의 검사들은 치매 발병에 15년 앞선 시점부터 변화가 관찰되었습니다Younes et al., 2019. 다시 말해, 바이오마커가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던 치매의 진단 기준도 충분히 '조기 진단'을 위한 접근에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무엇이 치매인가?

치매의 생물학적 진단 방법을 둘러싼 논쟁은 보다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일상생활의 어려움과 행동적인 문제가 있을 때 '치매', 또는 인지 장애disorder의 이름표를 준비할 것인지, 뇌 질환이 발견되었을 때 '알츠하이머병'disease이라는 이름표를 달 것인지, 학계의 고민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알츠하이머병의 진단 기준은 실생활에 활용되기까지 아직 많은 검증 절차들이 남아 있으며, 임상 현장에 보급될만한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지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치매를 정확히 이해하면서 새로운 기술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탄탄한 치매의 정의가 만들어지길 기대합니다. mind

    <참고문헌>

  • Jack Jr, C. R., Bennett, D. A., Blennow, K., Carrillo, M. C., Dunn, B., Haeberlein, S. B., ... & Liu, E. (2018). NIA‐AA research framework: toward a biological definition of Alzheimer's disease. Alzheimer's & Dementia, 14(4), 535-562.
  • Jansen, W. J., Ossenkoppele, R., Knol, D. L., Tijms, B. M., Scheltens, P., Verhey, F. R., ... & Alexander, M. (2015). Prevalence of cerebral amyloid pathology in persons without dementia: a meta-analysis. Jama, 313(19), 1924-1938.
  • Sweeney, M. D., Montagne, A., Sagare, A. P., Nation, D. A., Schneider, L. S., Chui, H. C., ... & Jacobs, R. E. (2019). Vascular dysfunction—The disregarded partner of Alzheimer's disease. Alzheimer's & Dementia, 15(1), 158-167.
  • Younes, L., Albert, M. S., Moghekar, A., Soldan, A., Pettigrew, C., & Miller, M. I. (2019). Identifying Changepoints in Biomarkers During the Preclinical Phase of AD. Frontiers in aging neuroscience, 11, 74.
곽세열 서울대 심리학과 임상심리 박사수료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임상심리학 전공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최진영 교수님이 운영하는 임상신경과학 연구실에서 어떤 노인이 인지기능과 건강한 뇌를 잘 유지할 수 있는지, 어떤 요인으로 치매의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 뇌과학이 정신병리와 만나는 지점에 대해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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