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지능적인가? 인공지능 vs. 자연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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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지능적인가? 인공지능 vs. 자연지능
  • 2020.02.06 06:00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정말 지능적인 것일까? 지능에 대한 개념적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은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만큼 우리는 인공지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간다. 보다 간단히 말해서, 알파고가 인류 최고의 바둑기사를 물리쳤다해서 알파고의 능력을 지능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하는 의문이다.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

사실 인공artificial'지능intelligence”이란 둘 다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들이다. 위키백과Wikipedia는 인공지능을 학습 능력이나 문제해결 능력과 같은 인간의 인지 능력을 모방하는 기계를 연구하는 분야로 정의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간의 인지 능력을 모방한다는 표현이다. AI가 인간의 인지 기능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 기능을 인간이 구현하는 양식과 동일한 양식으로 구현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구현되는 양식과 관계없이 그 기능을 복제해 내는데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인간의 인지기능을 모방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한 번 알아보자. 필자의 스마트폰에는 시리라는 음성인식 비서가 탑재되어 있다. 이 음성인식 비서는 필자가 전화기에 대고 ”Hello, Siri“라고 말하면, ”Hi, there. What’s up?“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어떻게 필자의 전화기가 필자가 한 말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일까? 즉 어떻게 첫 단어를 ”hello“로 다음 단어를 ”Siri“로 식별하는 것일까?

이 문제 해결의 비밀은 통계학에 있다. 필자가 ”Hello, Siri“라고 말하였을 때, ”hello“”Siri“는 각각 독특한 패턴의 음파를 생성해 낸다. 하지만 문제는 ”hello“라는 단어를 발화하였을 때 생성되는 음파가 사람마다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심지어 동일한 사람이 ”hello“를 발화하더라도 그 패턴은 그때그때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각 단어의 음파를 (예를 들어) 10개의 속성으로 구성된 것으로 가정한다. 이 가정 하에 (예를 들어) 100명이 발화한 ”hello“100명이 발화한 ”Siri“를 수집한다. 이렇게 수집한 모든 단어의 음파는 10개 속성의 벡타값으로 변형되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다.

발화분석의 숨겨진 비밀

필자가 발화한 ”hello, Siri“가 입력될 경우, ”hello“”Siri“는 각각 10개 속성의 벡타값들로 전환된 뒤, 데이타베이스에 저장된 모든 음파들의 벡타값들과 번갈아가면서 비교된다. 이때 은닉 마르코프 분석hidden Markov analysis라는 통계분석방법이 사용된다. 위에서 동일한 단어도 음파로 변형하였을 경우 그 유형은 달라진다고 지적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석 절차는 확률에 근거하여 방금 들은 ”hello“의 벡타값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많은 단어 음파들의 벡터값들 중에서 ”hello“의 벡타값들과 가장 비슷하고, ”Siri“의 벡타값이 저장된 ”Siri“의 벡타값들과 가장 비슷한 것으로 판단을 내리게 되고, 따라서 필자의 전화기는 필자의 발화를 ”hello, Siri“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 결과에 근거하여 음성비서는 ”Hi, there. What’s up?“이라는 프로그램된 문장으로 대답을 한다. 이와 함께, 필자의 전화기는 필자가 한 발화의 분석 결과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여 다음번 필자가 동일한 발화를 하였을 때 보다 더 효율적으로 처리가 진행되도록 한다. 즉 학습도 함께 진행되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은 독일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봄브(Bombe)라 대형 전자계산기계를 만들었다. 이 기계는 탁월한 계산능력을 보이면서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현재 블레츨리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은 독일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봄브(Bombe)라 대형 전자계산기계를 만들었다. 이 기계는 탁월한 계산능력을 보이면서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현재 블레츨리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신기하기는 하지만

전화기에 대고 말하고, 그러면 전화기가 그 말에 대답할 때 굉장히 신기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그런 능력이 통계분석 방법, 프로그램된 정보, 그리고 엄청난 양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기술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이 전 과정이 크게 지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 이렇게 구현된 전화기의 언어처리 과정은 인간의 언어처리 과정과는 동일하지 않다. 지난 20년 동안 반도체 칩을 포함한 컴퓨터 하드웨어의 용량은 폭발적으로 확대되어 왔으며 그렇게 확장된 연산 능력이 인간의 고유기능 중 하나인 언어처리 능력을 모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하게 한 주 요인이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AI는 강력한 연산처리능력을 이용하여 조합된 신경망으로 인간의 고유 기능으로 간주되던 언어처리, 안면 인식, 알파고와 같은 바둑게임을 수행하는 것과 같이 특정 기능으로 특화된 컴퓨터시스템을 지칭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런 연산처리능력에 지능의 근간을 두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사실로 인간의 뇌는 시간당 약 25와트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반면,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핵심 기술인 딥러닝deep learning 기계는 단순히 언어처리와 같이 하나의 기능을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약 2000와트의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양의 에너지 소비로 인해 인공지능이 미래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학계에서 제시되고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Lu, 2019. 사실 필자는 필자의 전화기에 탑재된 음성인식 비서 시리를 켜놓았을 때 배터리가 너무 빨리 소모되어 항상 꺼놓고 있다.

지렁이의 지능적 행동

그러면 인공지능에 비해 생명체가 보유하고 있는 자연지능은 어떻게 다를까? 이 궁금증을 인간과 같은 고등 동물이 아니라 뇌의 구조도 재대로 갖추고 있지 않는 지렁이의 인지 능력을 살펴보면서 한 번 알아보자. 흥미롭게도 지렁이의 인지 능력을 가장 체계적으로 연구한 사람은 우리에게 진화론을 소개한 다윈이다.

지렁이는 신체가 여러 개의 마디(체절)로 구성된 환형동물로서 등 쪽에 위치하는 한 쌍의 신경세포의 집단인 신경절이 각각의 체절을 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하나의 독립된 구조로서의 뇌는 존재하지 않지만 가장 안쪽 첫 번째 신경절이 뇌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측한다. 그와 더불어 별도의 감각기관 또한 보유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가장 원시적인 동물 중의 하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이런 지렁이의 원시적인 측면이 진화론을 주장한 다윈의 관심을 끌게 되었을 것이다. 지렁이에 대한 자신의 관심을 다윈은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나는 지렁이에 대한 흥미로 인해 흙을 가득 채운 항아리에 지렁이를 넣고 서재에서 몇 달간 관찰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렁이가 어디까지 의식적으로 행동을 하고 어느 정도의 지적 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알고 싶었다. 내가 아는 한, 지렁이와 같이 단순한 신체 조직에 제한된 감각기능을 보유하고 있는 동물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Darwin, 1881.“

다원이 만난 지렁이

다윈은 지렁이의 섭식행동, 성행동, 심지어 사회적 행동에까지 관심을 가지고 관찰을 하였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관심은 식량을 찾아다니는 채집행동에 있었다. 지렁이는 대부분의 시간을 땅 밑에서 굴을 파는데 소요하는데, 이 굴은 수직으로부터 약간 비스듬한 각도로 내려가며, 상부는 바구니 형태를 띠지만 아래로 내려갈수록 넓어지며 끝 부분은 방과 같은 형태를 형성하며 방바닥은 씨앗이나 작은 자갈을 깔아 만들었다. 또한 자신이 뱉은 축축한 흙을 벽에 바른 뒤 굴을 반복해서 오고가면서 고르게 하여 벽이 말랐을 때 자신의 몸에 꼭 맞는 은신처가 되었다. 한 번은 지렁이가 어떤 재질의 물질로 벽을 만드는 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다윈은 석탄재를 가루로 만들어 굴 위에 뿌려놓았다. 석탄재는 단단하고 뾰족해서 지렁이의 피부를 손상시킬 수 있다. 그랬더니 석탄재는 굴에서 사방으로 밀려나 있었으며, 석탄재가 발견된 부위의 벽은 더 두텁게 보강되어 있었다.

지렁이의 행동 중에 하나는 자신의 굴을 나뭇잎, 나무 가지, 잎자루들로 막아 놓는 것이다. 공기가 둥지 안으로 유입되어 자신들의 피부를 건조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가 아닐까하고 다윈은 추측하였다. 다윈은 지렁이가 어떤 나뭇잎으로 굴을 막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여러 가지 실험을 하였다. 일반적으로 지렁이는 나뭇잎의 끝부분을 물고 자신의 굴로 끌고 갔다. 하지만 철쭉과 같이 끝보다 밑동이 좁은 나뭇잎은 좁은 쪽을 물고 끌고 갔으며, 심지어는 넓은 쪽을 잘못 물었을 경우 나뭇잎을 돌려서 좁은 쪽을 물고 다시 끌고 가는 경우도 있었다.

지렁이의 이런 행동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서 흰 종이를 잘라 인조 나뭇잎을 만들었는데 이때 나뭇잎 끝을 여러 각도로 뾰족하게 만들었다. 이 실험에서 다윈은 지렁이가 항상 나뭇잎의 가장 좁은 끝을 물어서 굴로 끌고 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결과에 근거하여 다윈은 지렁이가 비록 조잡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체의 형태와 굴에 대한 개념을 습득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며, 따라서 지능적이라고 보아야할 것이다. 왜냐하면 동일한 맥락에서 사람이 행동하는 것과 거의 동일한 양식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라고 결론짓는다Darwin, 1881.

무엇이 지능적인가? 

지능에 대한 일치된 정의는 없다. 위키백과는 지능을 논리적 사고 능력, 이해력, 자아의식, 학습, 정서 지식, 이성적 사고력, 계획, 창의성, 비판적 사고, 문제 해결 능력으로 정의한다. 보다 일반적인 정의로 정보를 지각하거나 추론하거나, 보존하여 환경이나 맥락 속에서 적응적으로 반응하게 하는 능력을 지능이라고 지칭한다. 이렇게 일치된 정의가 결여된 관계로 역설적이지만 치매를 통해 우리는 지능을 간접적으로 이해해 볼 수도 있다. 특히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여러 피질 영역의 손상으로 발생하는 대표적 퇴행성 질환으로 기억력 상실을 포함하여 사고력, 판단력, 학습 능력, 언어 능력 등 다양한 인지 기능에 장애를 유발한다. 장애가 진행될 경우 환자는 길을 잃고 방황하거나 하며 변화하는 환경에 전혀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지능은 다양한 환경 속에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능력들의 총체로 볼 수 있을 것이다Legg & Hutter, 2007. 이런 관점에서 지렁이가 보이는 행동이 지능적이라는 다윈의 결론은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인간의 인지 능력이 1000억개 이상의 뉴런과 그 뉴런들이 형성하는 100조개 이상의 신경 연결로 형성된 아마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구조인 뇌에 있는 것으로 인식해 왔다. 하지만 단지 300개의 뉴런만을 보유하고 있는 지렁이의 지능적인 행동을 통해 지능을 단순히 뇌 속만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완전히 설명할 수 없을 가능성도 한 번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머리없이 2년 정도를 생존한 마이크란 닭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Mike the headless chicken).

지구의 생명체는 수백만 년을 거치면서 자신의 주변 환경과 적절하게 대처한 진화의 결과다. 따라서 뉴런의 수와 관계없이 각 개체는 자신의 주변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그런 점에서 변화하는 주변 환경에 가장 지능적으로 반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주변 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능력이 지능이 아닐까? mind

   <참고문헌>

김남균 계명대 심리학과 교수 지각심리 Ph.D.
University of Connecticut에서 실험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수여받았으며, 그 뒤, William Paterson University (NJ 주립대학)과 영국 University of Leicester 심리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계명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각에 근거한 운동 통제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최근에는 퇴행성 뇌질환 환자, 특히 알츠하이머형 치매 및 파킨슨병 환자들의 시각 및 운동 장애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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