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와 한 배를 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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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와 한 배를 타고 있는가?
  • 2020.02.15 12:00
홀로 떠나는 여행은 나름대로 묘미가 있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긴, 때로는 험난한 여행에는 ‘우리’라고 부를 수 있는 동반자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어떤 사람을 ‘우리’라고 칭하는가? 최근 연구에 의하면, 우리란 서로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한 배를 탄 사이를 이르는 말이다.

목표로 연결된 관계

개인은 저마다 다양한 삶의 목표를 이루고자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목표 달성에는 시간, 돈, 지식 등의 자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자원은 바로 우리의 관계망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친구, 연인, 동료들은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일종의 ‘도구’로 기능할 수 있으며, 우리 또한 그러하다. 이런 측면에서 개개인의 삶의 목표와 소망은 타인과 관계 맺고, 유지하고, 종결하는 전 과정을 이해하는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사람들은 자신이 중시하는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 사람을 선호하고, 그 사람과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어, ‘체중 감량’을 최우선으로 하는 A는 자신의 친구나 연인이 운동, 식단 조절 등 해당 목표의 달성을 직/간접적으로 돕는다고 느낄수록 관계에 만족하며, 이 때 상대가 ‘저축’이라는 목표 달성을 얼마나 촉진하는가는 별로 고려 대상이 되지 못한다. 이와 반대로, 내 집 마련이 주된 관심사인 B에게는 상대방이 자신의 체중 감량을 얼마나 돕는지가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목표 중심적 접근은 대인 호감과 매력의 기준이 저마다 다른 이유, 삶의 전환점을 지나며 대인 관계가 변화하는 이유, 연인과 같은 목표를 공유할수록 높은 정서적 만족감을 경험하는 이유, 우리가 각기 다른 특성과 능력을 겸비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는 이유 등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Edouard Manet(1832~1883), 'Boat', 1874, Oil on canvas, 97.2 x 130.2 cm, Metropolitan Museum of Art.
Edouard Manet(1832~1883), 'Boat', 1874, Oil on canvas, 97.2 x 130.2 cm, Metropolitan Museum of Art.

사랑과 우정도 목표의 일부

관계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목표 달성에 대한 기여도라니! 개인이 다른 개인의 목표를 돕는 일종의 도구라는 설명이 다소 냉소적으로, 혹은 경박스럽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그럴 필요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많은 가치들도 앞서 언급한 목표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한 연예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조건을 보고 아내와 결혼한 것이 아닙니까?”라는 다소 짓궂은 질문에 이렇게 답을 한 적이 있다. “네 맞습니다. 저는 많은 것들 중 사랑이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뢰나 우정, 사랑은 인류 보편의 가치임이 분명하지만 시대와 환경, 그리고 개인에 따라 다르게 추구될 수 있는, 목표의 일부이다.

이와 관련하여 몇 가지 더 짚어볼 점이 있다. 우선, 목표 달성은 직접적인 방법뿐 아니라 간접적인 방법도 포함한다는 것이다. 앞서 예로 든 체중 감량 목표의 경우, 함께 운동을 하거나 식단 조절에 참여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관련 영양학적 지식과 조언도 유용할 것이다. 하지만 비록 운동은커녕 저 혼자 치킨을 먹기 바쁜 친구더라도 그 유머와 재치 덕분에 지치지 않고 목표를 향할 수 있다면 최고의 도구일지 모른다.

다음으로, 상대의 목표에 대한 나의 도구성이 상대의 도구성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간은 남을 이롭게 하려는 이타적 본성을 가지며, 상대의 목표 달성을 돕는 것은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것은 물론 스트레스와 불안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사회적 지지에 대한 최근 연구들 또한 도움 제공이 당사자에게 주는 효용에 주목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상대의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의 핵심이 상대의 도구성에 대한 나의 ‘주관적’ 지각과 해석에 있다는 사실이다. 즉, 좋은 친구, 좋은 동료, 좋은 상사를 결정짓는 것은 당사자의 객관적 역량과 자질뿐 아니라 이를 알아보는 안목에 있는 것이다.

당신은 지금 누구와 한 배를 타고 인생을 항해하고 있는가? 잠시 가쁜 숨을 고르고 주변을 한번 돌아보자. 과연 나는 상대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함께 바라보고 있는지, 그 여정에 얼마나 힘을 보태고 있는지, 그리고 내 곁에서 함께 노를 젓고 있는 상대를 충분히 알아봐주고 있는지. mind

   <참고문헌>

  • Feeney, B. C., & Collins, N. L. (2015). A new look at social support: A theoretical perspective on thriving through relationship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 19, 113-147.
  • Gere, J., Schimmack, U., Pinkus, R. T., & Lockwood, P. (2011). The effects of romantic partners’ goal congruence on affective well-being. Journal of Research in Personality, 45, 549-559
  • Orehek, E., Forest, A. L., & Wingrove, S. (2018). People as means to multiple goals: Implications for interpersonal relationship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44, 1487-1501.
신지은 전남대 심리학과 교수 사회심리학 Ph.D.
연세대에서 사회심리학을 전공하였으며, 행복에 대한 메타인지와 기능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9년 한국심리학회에서 수여하는 김재일 소장학자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전남대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인간의 사회적 사고와 행동을 진화심리학, 생태학적 관점에서 조망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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