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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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
  • 2020.02.07 15:39
잘 모르는 대상을 두려워한다는 것의 진화심리적 의미는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과도해질 경우 우리의 이성을 마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특정 나라나 인종에 대한 혐오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진화심리학자들은 모르는 것, 예를 들어 미지의 바이러스를 두려워하고 경계하는 것은 인류가 생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위험한 상황을 미리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나친 두려움은 우리의 이성을 마비시킬 수도 있습니다.

잘 모르는 대상을 두려워한다는 것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fear of unknown은 왜 나타나는 것일까요? 생각해 보면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를 무척 힘들고 지치게 하는 일인데 왜 인류의 생존에 도움이 되었다고 할까요? 진화심리학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찾아보려는 시도입니다.

사냥과 채집으로 살아가던 원시 인류가 맹수가 살고 있을지도 모를 낯선 곳에 겁 없이 들어가거나, 독이 있을지도 모르는 나무 열매를 망설임 없이 따 먹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도 이런 용감무쌍한 원시인보다는 낯선 것을 두려워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원시인이 생존할 확률이 더 높았을 것입니다. 우리는 용감무쌍 원시인보다는 조심스러운 원시인의 후손일 확률이 더 높지요. 지금 우리가 길을 걷다가 맹수를 만나거나 독이 든 나무 열매를 따 먹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겠지만, 생존하고 자손을 남겨 유전자를 퍼뜨리려는 본능은 원시시대부터 우리의 뇌리 깊숙한 곳에 아로새겨져 있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도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낍니다. 이러한 가정은 실험으로 증명하기 어렵지만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진화심리학 이론을 대이론grand theory, 즉 실제로 검증하기보다 추상적 개념과 논리로 주장을 뒷받침하는 이론으로 분류합니다.

그러나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던가요. 신중함이 지나치면 스스로가 너무 괴로워집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우리 속담처럼, 놀라지 않아도 될 것에 놀라고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두려워하면 마음이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공포증이 있는 사람의 일상은 어떨까요? 사방에 두려워해야 할 것 투성이니 매일이 비상사태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어쩌면 낯선 사람에 대한 거부감도 두려움 때문에 생겨나는 것은 아닐까요? 결국 적당한 두려움은 살아가는 데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삶이 힘들어지니, 충분히 조심을 하되 두려움에 지친 우리의 마음을 잘 다독여 주기도 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라이너 파스빈더(Rainer W. M. Fassbinder, 1945~1982) 감독의 영화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1974년작)의 한 장면. 알제리 출신 외국인 노동자 알리와 연상의 독일 여인 에미와의 사랑과 주변의 시선, 그리고 그들 내면에 도사린 불안을 다룬 작품이다. 

잘 모르는 대상은 어쩐지 위험해!

연구에 따르면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위험평가에 영향을 미칩니다. 위험지각 연구자인 폴 슬로빅P. Slovic은 위험평가에는 '두려움'과' 지식'이 함께 영향을 미친다고 했습니다. 즉, 위험에 대한 평가는 '위험이 얼마나 파국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통제불가능한지에 대한 인식 두려움'과' 위험의 원인에 대한 개인의 지식'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입니다이영애 외, 2013, 유행하는 바이러스에 대해 잘 모르고, 감염을 예방할 수 없으며 치사율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바이러스에 대해 잘 알고, 감염을 예방하는 방법도 알고, 감염된다고 해서 죽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바이러스 위험성 평가는 다를 것입니다.

2012년 일군의 학자들이 죽음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유행성 독감의 위험평가에 어떤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했습니다Rosof et al., 2012. 신종 플루, 사스, 메르스에 이어 요즘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걱정이 많은 우리도 눈여겨 볼 만한 논문이지요. 이들은 두려움과 같은 독감에 대한 부정적 정서, 독감이 위협적이라는 믿음이 위험에 대한 평가와 감염 예방 행동(: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고 손 씻기와 같은 예방지침을 실천하기)을 하고자 하는 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이들이 사용한 실험방법이 재미있습니다. 보통 위험지각 연구에서는 참여자들이 위험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위험 상황에 대해 쓴 시나리오를 주고 설문지를 통해 상황에 대한 참여자의 생각을 측정하는데, 이들은 이 시나리오를 글 대신 동영상으로 제시했습니다. 신종 독감이 발병했다든지, 현재 환자는 몇 명이고 사망자는 몇 명이라든지, 보건 당국이 예방지침을 발표하고 주의를 당부했다든지 하는 가상의 뉴스 보도를 참여자들에게 보여 주는 실감 나는 실험을 한 것이지요. 참여자들은 약 2주 동안 일곱 개의 동영상을 시청하고 동영상에 나오는 독감이 얼마나 두려운지, 독감에 걸려 심각하게 아플 확률이 얼마나 될 것 같은지, 감염 예방을 위해 예방지침을 실천할 의향이 얼마만큼인지에 대한 설문지를 작성했습니다.

연구자들은 독감의 발생 원인에 따라 위험에 대한 정서나 지각이 달라지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원인을 세 가지로 나누었습니다. 

  • 첫째로 독감 바이러스를 실험하던 연구원들이 실수로 노출되어 자신도 모르게 전파시킨 경우.
  • 둘째로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이 스스로 독감균에 감염된 뒤 대중에게 독감을 옮기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테러를 저지른 경우.
  • 그리고 마지막 셋째로 원인을 모르는 경우,

그 결과 발병 원인을 모르는 참여자들이 사고나 테러 때문에 독감이 발생했다고 생각하는 참여자들보다 위험을 더 크게 지각했고, 예방 행동도 더 많이 하려고 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참여자들이 알 수 없는 질병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이 무력감과 위기감으로 이어진 것으로 봤습니다.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위험을 더 크게 지각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지요.

혐오는 거두고, 그저 손을 잘 씻을 것

작동기제도, 치료법도 아직은 잘 모르는 신종 바이러스를 경계하는 것은 현명한 일입니다. 그러나 두려움이 지나쳐 타인을 배척한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습니다. 상대에 대해 알수록 우리의 두려움은 줄고 일상에 쏟을 에너지의 양은 적절히 보존될 것입니다. 막연한 혐오는 두려움만을 가중시킬 뿐입니다. 대한의사협회 발표에 따르면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잘 씻고, 기침은 손이 아닌 팔로 가리는 것만으로도 바이러스 전파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좋은 음식을 드시고, 충분히 주무시고, 건강에 주의를 기울이셔서 모두 부디 무탈하시길 바랍니다. mind

<참고문헌>

  • 이영애, 이나경, 이현주 (2013). 한국인의 위험지각. 파주: 나남.
  • Rosoff, H., John, R. S., & Prager, R. (2012). Flu, Risks, and Videotape: Escalating Fear and Avoidance. Risk Analysis, 32(4), pp. 729-743. DOI: 10.1111/j.1539-6924.2012.01769.x
신기원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사회 및 문화심리 연구실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위험지각에 미치는 사회적 영향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목표는 내용과 형식이 아름다운 심리학 책을 만드는 것입니다. 꿈은 나와 우리가 함께 행복한 삶의 길을 찾는 심리학에 보탬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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