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을 하지 않는 것이 어떻게 도덕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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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을 하지 않는 것이 어떻게 도덕이 되는가
  • 2020.02.21 14:00
베이컨 에그 샌드위치를 먹지 않거나, 아보카도를 소비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의사결정과 행동이 작동하는 방식은 무엇일까요?

동물성 식물을 먹지 않는 사람들

바쁜 점심을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베이컨 에그 샌드위치. 하지만, 누군가는 윤리적인 이유로 이 동물성 식품을 먹을지 말지 고민합니다. 또 누군가는 환경보호를 위해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에 대량의 물이 필요한 아보카도를 먹지 않기도 합니다. 베이컨 에그 샌드위치부터 플라스틱, 아보카도까지. 얼핏 도덕과는 상관없어 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윤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이고, 때로는 그들의 행동과 삶을 바꿔놓습니다. 그렇다면, 이렇듯 도덕적으로 중립적인 대상이 어떤 과정을 거쳐 도덕의 영역에 놓이게 되는 걸까요?

연구자들은 이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Feinberg et al., 2019. 이들에 따르면, 어떤 대상이나 행동이 도덕적인 문제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도덕적 기준에 비추어봤을 때 그 대상이나 행동을 비도덕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그 대상에 대해 혐오감, 죄책감, 수치심과 같은 도덕적인 정서를 느껴야 한다고 하였죠. 반면, 그 대상을 통해 얻는 행복, (비도덕적일 수 있는) 행동과 자신이 가진 도덕 기준의 차이를 설명해줄 수 있는 합리화와 같은 전략은 사람들이 그 대상이나 행동을 도덕의 눈으로 보는 것을 방해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검증하기 위해 육식을 주제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도살된 소가 내장이 제거된 채 꺼꾸로 매달려 있는 모습이다. 일부 비평가들은 이 그림이 예수가 십자가에 메달려 있는 장면을 연상시킨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육식에 대한 인간의 탐욕을 질타한 작품으로 평가한다. 만약 이 주장이 맞다면 렘브란트는 육식을 경계한 작품을 남긴 최초의 서양화가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1606–1669), 'The Slaughtered Ox', 1655, oil on beech wood, 94 * 69 cm, Louvre Museum.
도살된 소가 내장이 제거된 채 꺼꾸로 매달려 있는 모습이다. 일부 비평가들은 이 그림이 예수가 십자가에 메달려 있는 장면을 연상시킨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육식에 대한 인간의 탐욕을 질타한 작품으로 평가한다. 만약 이 주장이 맞다면 렘브란트는 육식을 경계한 작품을 남긴 최초의 서양화가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1606–1669), 'The Slaughtered Ox', 1655, oil on beech wood, 94 * 69 cm, Louvre Museum.

도덕적 정서의 힘

한 실험에서, 참여자들은 한 달에 걸쳐 육식을 도덕적으로 다루는 비디오 강의를 듣고 설문에 참여했습니다. 강의는 동물의 권리, 동물 학대의 내용을 다루고 있었으며, 육식을 위해 죽는 동물이 자기 인식, 기억력, 협력 등 정교한 인지 능력을 보여준다는 연구 결과들을 강조하여 보여주었습니다.

그 후, 참여자들은 인간의 육식을 위해 동물이 겪고 있는 고통의 정도, 동물에 대한 동정심, 육식에 대한 도덕 정서(혐오감, 죄책감, 수치심, 분노), 육식의 즐거움, 육식에 동의하는 정도 등에 대한 설문을 작성하였습니다. 연구자들은 시간의 흐름의 따라 이들의 정서와 인지가 육식을 도덕적 문제로 여기는 데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습니다.

연구 결과, 육식을 도덕적인 문제로 여기게 되는 데는 도덕 정서의 힘이 강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혐오감, 양심의 가책과 같은 감정을 크게 느낄수록 육식에 동의하지 않고, 육류 소비를 줄이려고 한 것이죠. 또한, (도덕 정서보다는 작은 효과였지만) 육식을 동물의 고통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육식이 자신의 도덕적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육류 소비를 줄이고, 동물들의 권리를 위한 기부와 봉사를 하려는 의지가 높았습니다. 추가로 진행된 연구에서는 자신을 도덕적이라고 여기는 사람일수록 육식을 도덕적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높았습니다.

육식에 동의하는 이유

반면, 강의를 본 후 육식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고기의 맛, 다른 사람들과 고기를 나눠 먹으며 느끼는 소속감 등 육식을 통해 얻는 즐거움이 컸습니다. 이들은 즐거움이 크기 때문에 육식을 도덕적인 문제로 여기지 않음으로써 육식으로 인한 도덕 정서를 느끼지 않았습니다. 육식이라는 행복을 주는 행동과 인간의 육식을 위해 겪는 동물의 고통을 연결 지어 생각하지 않음으로써 육식을 도덕적 문제로 여기지 않음으로써 혐오감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것이죠. 말하자면, 육식을 윤리의 프레임으로 판단하지 않으려 하면서 인지 부조화를 해결한 것입니다.

도덕적 문제로 바라본다면

한 대상이나 행동을 도덕적 문제라고 생각할 때에야 개인의 행동이 변화할 가능성이 크고, 자신의 행동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설득하려는 의도도 높아집니다. 이 때문에 개인이 혹은 한 사회가 어떤 이슈를 도덕적 관점에서 사유하는지 아닌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개인의 가치 판단에 따라 특정 문제를 윤리적으로 옳고, 그른 문제로 바라보기 시작할 때 당사자는 행동의 변화를 통해 양심의 가책이나 혐오감 같은 도덕 정서를 줄이려고 하는 것이죠.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사회의 문제들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찬성하지만, 또 누군가는 격렬히 반대합니다. 이 문제가 도덕적 판단대상이 되면 더욱 복잡해집니다. 어떤 대상을 도덕적 문제로 바라보는지 여부에 때라 사람들의 마음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그리하여 함부로 재단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mind 

   <참고문헌>
  • Feinberg, Kovacheff, Teper, & Inbar. (2019). Understanding the Process of Moralization: How Eating Meat Becomes a Moral Issu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17(1), 50-72.
안정민 중앙대 심리학과 사회및문화심리 박사 수료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한국 사회를 꿈꾸며, 사회변화를 위한 개인의 태도 및 인식 변화와 실천에 관심이 있다. 중앙대학교에서 사회 및 문화심리학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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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민 2020-02-26 14:43:50
저는 여기에 더해서 본인이 그 행동을 수행할 수 있다는 인식인 PBC(지각된 행동 통제)도 들어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비건옵션이 있는 음식점들이 많이지고, 대체육 가격이 많이 내리고, 영국처럼 마트에 갔을 때 대체육 혹은 비건인 식품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지향하기 시작할 것이라고요. 자신이 하지 못할 것 같은 일들에 대해서는 더 부정하고 합리화를 하게 되니까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정말로 다양성이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되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