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리더가 조직을 망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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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한 리더가 조직을 망치는 이유
  • 2020.02.29 10:18
리더의 위치까지 승승장구하는 유능한 사람들이 꼭 갖추어야 한다는 자질이 무엇일까요? 놀랍게도, 죄책감을 느끼는 능력이라고 합니다.

또라이 상사가 왜 이다지도 많은가

조직 혁신과 조직 행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로버트 서튼Robert Sutton 교수는『The No Asshole Rule』(2007)이라는 책에서 직장 내에서 횡포와 무례, 괴롭힘과 비열한 짓, 그리고 심각한 농담을 하는 또라이 10명 중 7명은 리더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이 만연할 때 그 리더들은 위선적인 인간으로 비쳐지게 되어 조직 내에 냉소와 경멸이 불타오르게 되며, 그 결과 한 명의 또라이가 조직 내 성과를 30%나 떨어뜨린다고 합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들 리더들은 개인적으로 열심히 일했고, 상대적으로 유능하며, 경쟁이 붙은 상황에서 다른 동료들보다 더 많은 성과를 만들어낸 결과로 승진을 하고 리더의 자리에 올랐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리더가 된 사람들 중 70%가 오히려 성과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창백한 얼굴의 관리자와 스림한 원피스를 입은 여직원이 늦은 밤 도시의 사무실을 ㅣ고 있다. 현대 미국인의 차가운 삶을 즐겨 그렸던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이다. Edward Hopper, Office at Night, 1940. Collection Walker Art Center, Minneapolis, USA.
창백한 얼굴의 관리자와 스림한 원피스를 입은 여직원이 늦은 밤 도시의 사무실을  지키고 있다. 현대 미국인의 삶을 냉정하게 묘사했던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이다. Edward Hopper (1882~1967), 'Office at Night', 1940. Oil on Canvas, 56.4 × 63.8 cm, Collection Walker Art Center, Minneapolis, USA.

죄책감을 느끼기 쉬운 사람들

이런 현실을 이해하는 데 힌트가 될 만한 연구가 있습니다. Haran은 죄책감guilt이나 죄책감 경향성guilt proneness이 비즈니스 세계처럼 승패가 있는 경쟁 장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Haran, 2019. 죄책감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행동이 도덕적 규범을 위반했거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 것으로 인식될 때 발생하는 감정이며, 죄책감 경향성은 자기 자신이 죄책감을 느낄 것이라는 점을 미리 예측하는 성향을 말합니다.

연구자의 설명에 따르면, 죄책감 경향성이 높은 경우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죄책감까지 미리 고려하게 되고, 따라서 잘못된 행동 자체를 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이것은 타인의 생각, 감정, 지식 등을 그 사람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능력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죄책감 경향성이 높은 직원은 올바르게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비생산적인 행동을 하지 않으려 하며, 동료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애쓰기 때문에 유기적인 협력 관계로 업무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들은 인기있는 동료로 평가받으며, 매우 훌륭한 리더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이 실험에서 경쟁 상황이 추가되자 결과가 달라졌습니다. 죄책감을 느끼기 쉬운 사람들은 경쟁에서 자신이 물리친 상대방의 부정적인 감정과 불쾌한 상태에 대해 공감하고 동정하면서 죄책감을 보였습니다. 이에 따라 이들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줄이거나 에너지를 적게 투여했습니다. 반면 죄책감을 경험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경쟁 상황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고, 결과적으로 승리하고 번성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과제가 다른 도전자와의 대결을 요구하는 경우, 이들은 더욱 탁월해졌습니다.

조직이 망가지는 이유

현실 세계의 조직에서도 경쟁에서 승리하고 성과를 만든 개인이 리더의 자리를 쟁취합니다. 그러나 뛰어난 개인이 훌륭한 리더가 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훌륭한 리더십은 그가 보여준 개인적인 성과나 유능함보다는 자신의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까지 고려할 때 발휘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거나, 잘못을 저질렀을 때 올바르게 처신하고 바람직하게 대처하는 행동은 여러 사람에게 훌륭한 리더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Schaumberg & Flynn, 2012. 

타인에게 좋은 리더로 인정받고 싶다면, 개인적인 유능함이나 성과뿐만 아니라 매우 어렵지만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한 성찰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따라서, 리더를 선발하거나 좋은 리더를 평가하는 데 죄책감 경향성과 같은 자기성찰 역량이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또라이'가 조직을 장악하여 한순간에 조직을 망가뜨리고 말 것입니다. mind

   <참고문헌>

  • Haran, U. (2019). May the best man lose: Guilt inhibits competitive motivation.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154, 15-33.
  • Schaumberg, R. L., & Flynn, F. J. (2012). Uneasy lies the head that wears the crown: The link between guilt proneness and leadership.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03(2), 327–342.
  • Sutton, R. I. (2007). The no asshole rule: Building a civilized workplace and surviving one that isn't. Business Plus.
구자복 트라이씨(Tri-C) 심리경영연구소 공동대표 중앙대 심리학 박사
20여년간의 직장생활에서 HR과 마케팅을 경험했고, 이 경험을 중앙대 심리학과 박사과정에서 사회 및 문화심리학 공부와 연결시켜 이직과 퇴직, 리더십과 조직문화 그리고 판단과 의사결정 등을 주제로 개인과 조직의 변화와 성장에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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