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믿는 사람이 남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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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믿는 사람이 남도 믿는다
  • 2020.03.07 15:39
타인으로부터의 신뢰는 사회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러가지 요인들이 영향을 주지만 자신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는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

인간관계에서 상대방에 대한 신뢰는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믿음직한 사람을 신뢰하는 것은 개인적, 대인관계적,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만,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을 믿는 것에는 치명적인 대가가 따르기도 합니다. 따라서 어떤 사람을 신뢰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타인에 대한 신뢰를 판단하는데 어떤 요인들이 영향을 끼칠까요?

자기 신뢰가 곧 타인 신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은 신뢰감을 주는 인상착의, 목소리, 믿음직스러운 행동 등 그 상대방이 보여주는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해 드릴 연구에서는 누군가를 신뢰할지 말지 판단할 때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와 ‘유사성’이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를 신뢰의 자아 중심적 토대egocentric foundations of trust라고 합니다. 즉, 사람들은 타인의 신뢰도를 평가할 때 상대방의 특성이 아닌 자신의 기준을 바탕으로 사고하고,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은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연구자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도와 유사성을 실험적으로 조작한 후 타인에 대해서 얼마나 신뢰하는지를 측정하였습니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그들이 지난 한 달 동안 얼마나 자주 타인에게 불이익을 주더라도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했는지 생각해보도록 요청했습니다. 예를 들어, 작은 거짓말을 하거나, 이전에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 후 거절하기, 사적인 대화의 내용을 제삼자에게 이야기하기 등입니다.

사전 연구의 결과(한 달간 믿음직스럽지 못한 행동 빈도 약 5회 [M=5.18, SD=4.38])를 바탕으로, 본 연구의 참가자들에게 이러한 행동의 빈도를 후속 화면에 제시된 척도로 표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아래와 같은 보기를 통해 상대적으로 본인들의 행동 빈도가 높은 혹은 낮은 편이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보기 예시]

   Q. 지난 한 달간 본인의 믿음직스럽지 못한 행동의 빈도는?

  • 낮은 신뢰도: ① 0회, ② 1회, ③ 2회, ④ 3회, ⑤ 4회, ⑥ 5회 → 행동 빈도 상대적으로 높음
  • 높은 신뢰도: ① 5회 미만, ② 6-10회, ③11~15회, ④ 16~20회, ⑤ 21~25회, ⑥ 25회 이상 → 행동 빈도 상대적으로 높음

그리고 타인에 대한 유사성을 조작하기 위해 일련의 그림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유사성의 조건에서는 제시된 그림들 사이의 유사한 점에 대해서 작성하도록 하였고, 차별성의 조건에서는 제시된 그림들 사이의 차이점에 대해서 작성하도록 하였습니다. 실험적 조작 후 연구자들은 신뢰 상황 시나리오를 제시하여 상대방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신뢰도를 측정하였습니다(시나리오 예시: 커피숍에서 가방을 두고 주문하러 갔을 때, 누군가 내 가방을 훔쳐 가지 않을지 옆 사람이 지켜봐 줄 것이다).

Self-portrait, 1560 circa
자신감 넘치는 여인의 얼굴. 르네상스 시기 이탈리아 여류화가 소피스바 안귀졸라 Sofonisba Anguissola (c. 1532~1625)의 자화상이다(c. 1560). 일찍이 재능을 인정받아 미켈안젤로로부터 사사받았으며, 많은 자화상과 가족초상화로 유명하다. 

난 저 사람 믿을래, 나랑 비슷하니까

그 결과, 자기 신뢰가 높은 집단에서는 상대방이 자신과 유사하다고 지각했을 경우 타인에 대한 신뢰가 높게 나타났고, 자기 신뢰가 낮은 집단에서는 상대방이 자신과 다르다고 느낄 경우 타인에 대한 신뢰가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상대방에 대한 신뢰도를 평가할 때, 본인의 행동을 기준 삼아 자기 자신과 비슷하게 행동할 것이라는 생각하며, 자신과 유사성을 보일 때 이런 자기중심적 사고의 경향성이 더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상대방의 신뢰도를 평가할 때 자기중심적 판단을 하는 이유는 인간은 본디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을 찾고McPherson et al., 2001, 자기중심적 정보처리는 상대적으로 효율적으로 처리되어 판단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소시키기 때문입니다Coran et al., 2009.

오늘 소개해 드린 연구는 타인에 대한 신뢰도 판단의 기준이 스스로에 대한 신뢰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만약 사람들이 자신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바라보고 타인과의 차별성보다는 유사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런 자기중심적인 과정은 타인에 대한 신뢰를 길러줄 수 있습니다. 혹시 누군가를 쉽게 믿지 못한다면, 자신을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에 대한 신뢰가 없어 불신으로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mind

   <참고문헌>

  • Corcoran, K., Hundhammer, T., & Mussweiler, T. (2009). A tool for thought! When comparative thinking reduces stereotyping effects.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45, 10081011.
  • McPherson, M., Smith-Lovin, L., & Cook, J. M. (2001). Birds of a feather: Homophily in social networks. Annual Review of Sociology, 21, 415444.
  • Posten, A. C., & Mussweiler, T. (2019). Egocentric foundations of trust.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84, 1-7.
서예지 한국인성교육협회 전문교수 사회및문화심리 박사 수료
'건강한 사회에 건강한 개인이 존재하며, 행복한 개인이 행복한 사회를 만든다'라는 신념으로 사회변화를 위한 개인의 태도 및 인식변화와 실천에 관해 관심이 있다. 중앙대에서 사회 및 문화심리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한국인성교육협회 심리학 전문 교수로 건강한 사회와 행복한 삶을 위한 인성의 중요성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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