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소중한, 내 삶 속 귀여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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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소중한, 내 삶 속 귀여움에 대하여
  • 2020.04.04 14:50
귀여운 아기를 보면 '깨물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요? 귀여운 것은 실제로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귀여운 것들, 좋아하시나요? 귀여운 아이들이 나오는 TV 프로그램, 귀여운 사진과 영상으로 유명해진 SNS 스타 동물들, 인형이나 이모티콘, 캐릭터 상품 등 우리는 수많은 귀여운 것들을 주변에 두고 살고 있습니다. 귀여움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나는 귀엽다, 고로 존재한다

포브스코리아는 2019년 8월 1일을 기준으로 한국어(자막 포함)를 사용하는 한국 기반 ‘유튜버’ 중 구독자 수 1000위까지를 추출하여 각 유튜버의 평균 연 소득을 추정해 ‘파워 유튜버’ 100명을 선정하였습니다. 그중 1위를 차지한 것은 ‘장난감 리뷰’ 분야의 ‘보람튜브 토이리뷰(구독자 1367만 명/소득 47.6억원)였고, 그 외에도 ‘마슈토이(3위/장난감 리뷰)’, ‘두두팝 토이(6위/장난감 놀이)’, ‘서은이야기(8위/육아)’, ‘라임튜브(9위/어린이)’, ‘헤이지니(10위/어린이)’ 등 장난감이나 어린이, 육아 관련 채널들이 10위 안에 다수 이름을 올렸습니다.

'보람튜브 토이리뷰'의 한 장면.
'보람튜브 토이리뷰'의 한 장면.

이러한 현상을 어린이들이 유튜브의 커다란 시청층으로 자리잡은 증거로 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어른들이 이런 ‘귀여운’ 대상(그 대상이 장난감이든,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보람이’든 말이죠)을 소재로 하는 유튜브를 즐겨 보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보람튜브’의 구독자 1367만 명이 전부 어린이들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죠.

이는 TV 예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장수하고 있는 육아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 ‘육아 예능’ 하면 여전히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빠! 어디가?> 뿐 아니라 연예인 부부의 일상을 담은 <동상이몽>, 집안일에 도전하는 연예인 남편의 모습을 담은 <살림하는 남자들>까지. 육아 예능이 아닌 다른 예능에도 연예인의 자녀들이 등장해 그 귀여움을 한껏 드러내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귀여운 것들을 볼 때 우리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귀여움’에 숨겨진 심리적 원리

1943년, 저명한 생태학자인 콘래드 로렌즈Konrad Lorenz 박사는 ‘베이비 스키마kindchenschema; infant schema’라는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베이비 스키마란 우리가 강아지, 원숭이, 그리고 아기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어린아이 같은 신체적 특징, 즉 큰 눈, 통통한 볼, 기우뚱거리는 걸음 등을 사랑스럽게 여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로 인해 우리는 귀여운 것을 보면 자동적으로 “아이구라는 반응을 일으키고, 관심을 쏟고, 만져보려 하며, 보호하고 싶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로렌즈 박사(와 그 이전의 찰스 다윈)는 귀여움이 생존에 유리한, 적응적인 특성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안의 냉정한 부분을 녹여 우리를 헌신적인 보호자로 만들기 때문이죠.

이렇게 아기들에게는 적응적인 특성인 ‘귀여움’, 어른들에게는 어떤 역할을 할까요? 다음의 연구를 읽어 보면 그 힘을 알 수 있습니다. 한 창의적인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성체인 개와 고양이(덜 귀여운 조건) 또는 작은 강아지와 새끼 고양이(아주 귀여운 조건)의 사진을 보여준 후, 수술 게임을 하도록 했습니다Sherman et al., 2009. 그 결과, 수술 게임 전에 더 귀여운 동물을 본 참가자들이 게임을 더 잘 했는데, 이는 그들이 더 주의 깊게 게임에 임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뇌 영상 연구는 귀여움에 대한 반응이 단지 시각적 특징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스러운(아기 같은) 소리 및 냄새에 의해서도 일어날 수 있음을 밝히기도 했습니다Kringelbach et al., 2016. 또한 귀여움은 사람들의 집중력을 높이고 더 나은 보호자가 되도록 하는 것뿐 아니라 그들의 유대감, 공감 및 웰빙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귀여운 걸 보면 왜 깨물어주고 싶어질까

“너무 귀여워서 울리고 싶어.” 이런 기분, 다들 아시죠?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귀여운 공격성cute aggression이라고 합니다. 2015년 오리아나 아라곤Oriana Aragon박사와 동료들은 성인들이 귀여운 아기들에게 더 높은 공격성을 느낀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동물들의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도 동일하게 나타났습니다. 오리아나 박사는 귀여운 대상에게 내린 긍정적 평가(아기가 너무 귀여워!)를 넘어 그 정서에 압도되면(너무 귀여워서 참을 수가 없어!) 정서 조절을 위해 귀여운 공격성이 나타난다고 설명했습니다Aragón et al., 2015.

캐서린 스타브로포로스Katherine K.M. Stavropoulos 박사와 동료들은 귀여움 공격성이 보상 체계 및 정서 체계에 관련된 뇌 활동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정서 혹은 보상과 관련된 뇌 활동이 나타나는 것뿐 아니라 ‘압도됨’을 함께 느껴야 이러한 귀여운 공격성이 발생하게 된다고 합니다. 캐서린 박사의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 중 64%가 “너무 귀여워서 꼬집어 주고 싶어”라는 말을 한 적이 있고, 74%는 실제로 귀여운 동물을 꼬집어 본 적이 있으며, 60%는 귀여운 아기를 꼬집어 본 적이 있을 정도로 이러한 귀여운 공격성은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합니다Stavropoulos & Alba, 2018. 그러니 귀여운 것을 보며 공격적인 감정을 느끼는 스스로에게 당황하지 마세요. 단지 그 대상이 너무 귀엽기 때문이니까요.

그렇다면 귀여움의 심리적 힘을 활용할 수는 없을까요?

LifeLabs Learning의 공동대표이자 『Surprise』의 공동저자인 타니아 루나Tania Luna박사는 귀여움을 일상생활 속에서 활용하는 다음의 다섯 가지 방법을 제안합니다.

  • 주의를 많이 기울이는 일을 할 때 귀여운 것들을 주변에 두세요. 니토노Nittono라는 연구자와 그 동료들은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사랑스러운 동물 사진을 보는 게 주의의 폭을 좁히고 정확성을 높인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Nittono et al.(2012). 고도의 집중을 요구하거나 세부적인 내용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일을 하기 전에 귀여움 노출 치료를 받는 것은 어떨까요?
  • 필요에 따라 더 귀여워지거나 더 어른스러워지세요. 누군가 특정한 일을 하도록 만들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언쟁을 하거나 당신의 힘을 과시하는 대신, 오히려 약하게 보이는 것은 어떨까요? 상대가 당신에게 연민을 느끼도록 만드는 거죠. 반대로 자신에게 더 독립적인 느낌을 주고 싶다면,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거나, 목소리를 낮게 내어 당신의 어른스러운 특성을 더 높여 보세요.
  • 물건을 더 잘 챙기고 싶다면, 귀여운 생명체라고 생각해보세요. 당신의 돌봄이 필요한 귀엽고 연약한 생명체라고 상상하는 겁니다. 소지품을 자주 잃어버리거나 막 쓰는 나쁜 버릇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집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여러분의 습관을 고쳐주는 훌륭한 방안이 될 겁니다. 말 그대로 사랑스러운 모양의 가전제품을 사는 것 역시 도움이 될 거고요.
  • 상대방이 나를 화나게 한다면, 그 사람 내면의 어린아이를 그려보세요. 만약 물리적인 것들을 더 귀엽게 보이게 만들 수 있다면, 당신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똑같이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을 불만스럽게 하거나 겁을 주는 그 사람이 만약 어린아이라면 어떨지 상상해 보세요. 그들의 내면에 있는 어린아이를 돌봐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들에게 방어적인 태도 대신 공감하는 태도를 보일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었다는 느낌을 원한다면 당신의 환경에 귀여움을 더해보세요. 더 부드럽고, 따뜻하고, 차분한, 다른 사람들과 닿아 있다는 느낌을 경험하고 싶다면, 당신의 황량한 가구, 실내 장식 및 가전제품들을 더 둥글고 푹신한 것들로 바꾸어 보세요. 최근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는 네오테닉 디자인의 가구들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보람튜브’와 다른 장난감/육아/어린이 유튜브, 그리고 <슈돌>과 다른 육아 예능이 우리의 저녁과 주말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이미 이러한 귀여움의 효과를 몸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mind

     <참고문헌>


[1] ‘네오테닉’은 신체 · 정신 · 감정 · 행동의 모든 면에서 어린아이 같은 특성이 줄지 않고 오히려 두드러지는 걸 가리키는데, 구체적으로 기쁨 · 사랑 · 낙천성 · 웃음 · 눈물 · 노래와 춤 · 경이감 · 호기심 등으로 표출된다. 네오테닉 디자인은 놀기 좋고 엉뚱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유치한 특징”을 가진 디자인을 말한다. 

유승현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사회 및 문화심리 전공 석사과정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사회 및 문화심리 연구실에서 정태연 교수님의 지도를 받으며 석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서로 '남'이었던 사람들이 관계를 맺기 시작해 결국 '우리'가 되는 과정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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