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노인에게 커피 한 잔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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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노인에게 커피 한 잔의 여유
  • 2020.04.14 08:10
바쁘고 고단한 일상 중 커피 한 잔의 여유는 많은 사람들에게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런데 까다로운 식이 조절이 필요한 당뇨인들에게도 커피는 괜찮은 음료일까요? 카페인이 당뇨 노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탐색한 최신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카페인 천국, 한국

거리를 지나다 보면 흔히 보이는 다양한 커피 전문점들. 한국은 커피 공화국이라고 할 정도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커피를 즐기고 사랑합니다. 특히 예전에는 수정과와 쌍화차를 즐겨 드시던 어르신들도 지금은 스타벅스에 앉아 담소를 나누시기도 합니다. 그만큼 카페인의 대명사인 커피는 한 잔의 여유와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하나의 매개체로 자리잡게 되었지만 이런 커피를 마음 편히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당뇨로 고생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당뇨에 걸린 사람들은 약 처방과 함께 먹는 음식도 조절해야 합니다. 맵고, 짜고, 달고, 자극적인 음식들은 피해야 하는데 그 중에서도 당뇨 노인들은 만성질환과 인지기능 저하에 더 취약하다는 점에서 음식섭취에 있어 더 많은 주의를 요합니다. 그렇다보니 식사 후 한 잔의 여유가 되는 커피마저 '카페인'이 가득한 음료라며 멀리하게 되고 ‘그림의 떡’이 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최신 연구에 의하면 당뇨 노인도 ‘커피 한 잔의 여유’ 즐겨도 될 것 같습니다.

19세기에도 꽃모양의 사기 잔에 커피를 즐길 줄 안다면 부유층으로 Ivana Kobilca  (1861–1926), 'Coffee drinker', 1888, oil on canvas,100 cm (39.3 in); Width: 70 cm, National Gallery of Slovenia.
19세기에도 꽃모양의 사기 잔에 커피를 즐길 줄 안다면 부유층으로 인정받았다. 슬로베니아의 여류화가 코빌카의 작품. Ivana Kobilca (1861–1926), 'Coffee drinker', 1888, oil on canvas,100 cm (39.3 in); Width: 70 cm, National Gallery of Slovenia.

 

당뇨 노인이 커피를 마시면?

2019년 한 과학저널에 Rebecca와 동료들은 제 2형 당뇨 노인이 적당량의 카페인을 섭취하면 인지 기능이 향상된다는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Rebecca et al, 2019. 이 논문은 제 2형 당뇨 노인의 인지 기능과 카페인의 관계성을 밝힌 첫 논문이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본 논문은 이스라엘 텔 아비브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당뇨병 환자 1,288명 중 당뇨와 카페인 관련 문항 모두에 응답한 638명을 대상으로 인지기능을 측정하였습니다. 당뇨 진단은 혈중 당화혈색소HbA1C를 기준으로 진단하였고, 카페인 섭취는 FFQFood Frequency Questionnaire 척도를 활용하여 당 월 카페인 섭취빈도와 섭취량을 곱한 후 30.5로 나누어 일일 카페인 섭취량을 추정하였습니다. 인지기능은 이스라엘 문화와 언어에 맞게 변형된 인지기능 측정 배터리를 사용하여 일화기억, 집행기능, 의미 범주화, 주의와 작업기억 등, 총 네가지 영역의 인지 기능을 측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카페인과 인지기능의 좀 더 자세한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자기공명영상MRI을 활용하여 회백질Gray matte의 부피 역시 확인하였습니다.  회백질은 대뇌겉질의 가장 표면에 위치하여 기억, 집중, 사고, 언어, 의식 등의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관계성을 명확히 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인구사회학적 요인과 콜레스테롤 수치, 혈압, 면역체계, 호르몬 등 다양한 생리학적 변인들도 공변량으로 처리하여 분석하였습니다.

카페인과 당뇨 노인의 인지 기능

그 결과, 카페인을 더 많이 섭취한 당뇨 노인이 그렇지 않은 당뇨 노인에 비해 일화기억을 제외한 주의와 작업기억, 의미 범주화 기능, 집행 기능, 전반적인 인지 영역에서 더 나은 수행을 보였다고 합니다. 더구나 이 효과는 평균연령 보다 연령이 더 많은 당뇨노인에게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설명하며 자기공명영상MRI에서도 카페인 섭취와 더 큰 회백질의 부피와의 연관성이 검증되었다고 합니다. 즉, 연령이 더 많은 당뇨노인에게서 카페인이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를 예방하는 하나의 보호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Rebecca와 그의 동료들은 그 이유를 카페인에 풍부한 폴리페놀Polyphenol,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과 같은 항산화물질 덕분이라고 설명하며 이들이 체내의 염증 반응을 줄여주어 뇌 질환 가능성을 낮춰준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본 연구 역시 한계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년기 인지기능에는 회백질의 역할뿐만 아니라 정보를 전달하는 통로로 알려진 백질white matter의 역할 또한 중요한데 본 연구에서는 카페인 섭취와 백질 간의 관계는 유의미 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 이유에 대해 향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카페인이 제 2형 당뇨 노인의 인지기능에 어떤 역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 결과가 없던 시점에 그 관계성을 밝힌 첫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다방 커피는 말고요, 블랙으로 드세요

어쩌면 어르신들에게 카페인의 대명사인 커피는 이미 대중 음료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많은 어르신들이 즐기는 대부분의 커피는 설탕과 프림, 우유가 가득한 달달한 다방커피. 이러한 인스턴트 믹스커피는 당뇨 노인에게 마시는 즐거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그들의 건강에게는 좋지 못할 것입니다. 커피를 마시고 싶으시다면 믹스커피보다는 깔끔한 블랙 커피를 드세요~! [감수: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김기연] mind

   <참고문헌>

  • Rebecca, K. W., Ramit, R. S., Abigail, L., Anthony, H., Danit, S., Derek, L., Rachel, P., Ruth, Z., Jeremy, M. S., & Michal, S. B. (2019). Age modulates the association of caffeine intake with cognition and with gray matter in elderly diabetics. Journals of gerontology Series A Biological Sciences and Medical Sciences, 74(5), 683-688. Doi:10.1093/Gerona/gly090.
장의미 중앙대 심리학과 대학원 노년심리 석사과정
안녕하세요.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는 장의미 입니다. 노년기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의 관계에 대해 공부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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