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과 대학원을 지원하는 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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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과 대학원을 지원하는 분들에게
  • 2020.04.14 23:22
매 학기, 대학원 지원서를 읽을 때마다 몇 가지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특히 임상...

이 글은 모든 심리학과 교수님들을 대표해 드리는 말씀은 아닌 점을 처음부터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임상심리 전공 대학원을 지원하는 많은 분들이 흔히 하는 실수 몇 가지가 있어 짧게만 잔소리를 (또???) 합니다.

대학원은 재미있는 지옥입니다. 가능한 피하시고,
가능한 이 곳 아닌 재미없는 천국으로 가시길 신신당부 드리면서..

 

1. 지원서에 다른 사람의 불행을 전시하지 마세요.

지인의 자살, 조현병, 우울증, 집단따돌림 더 읽고 싶지 않습니다. 사실 본인의 이야기도 적지 않기를 (개인적으로는) 당부드립니다. 냉정히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이건 불행히도 참 흔한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적거나, 혹은 면접장면에서 이야기하느라, 본인의 빛나는 강점과 더 생산적인 수준의 동기와 학업 목표와 연구계획을 이야기할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자신의 좋은 점만 이야기하기에도 너무 좁은 용지, 너무 짧은 시간입니다. 최대한 활용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더 냉정히 말하자면, 윤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무슨 이유로 혹은 권리로, 타인의 정신질환 혹은 사인에 대해 그렇게 구체적으로 서술을 하는지, 사실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심리학도로서 가장 높은 수준의 윤리적 민감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건 안 되는 거예요.

 

2. 연구계획은 해당 교수님의 연구실에 지원하는 동기를 드러내야 합니다.

연구실을 중복 지원하는 일은 매우 흔합니다. 그럴 수 있지요. 그런 일로 기분 상해하는 교수님은 (적어도 제 주변에는) 없습니다. 어떤 지원자든 다 잘 되기를 바라시죠.
그러나 읽다보면, 아.. 이 지원서는 그냥 여기저기 돌림용으로 적었구나, 하는 느낌이 오는 게 있습니다. 해당 랩에서 어떤 연구가 진행되는지, 어떤 주제를 주로 다루고 어떤 방법론을 쓰는지 전혀 검색하지 않은 채 범용;;으로 만든 연구계획서를 보고 있으면, '음.. 나 아니어도 다른 분이 지도하시면 되겠군'하는 생각이 마음에서 우러나옵니다..

물론 아무나 뽑아주면 좋겠다는 심정을 저도 매우매우*100 잘 알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정보조사는 필요합니다.

 

3. 연구계획서는 잘 쓰면 좋습니다. 당연히.

가끔 연구계획서를 어느 수준으로 써야 하는지 물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당연히 잘 써야지요... 이 분은 연구비만 주어지면 바로 다음 주에라도 연구 들어가겠구나? 싶은 연구계획서들이 보입니다. 그 분들과 경쟁하는 자리이기에, 어느 정도는 에너지와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학교 도서관 등에서 논문들을 좀 찾다보면 대략의 서론, 방법론과 가설 등이 어떻게 쓰여지고 조직화되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연구계획서에 너무 성의가 없어서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지?:  이건 교수님 바이 교수님입니다.

 

4. 학점, 높으면 좋죠..

학점이 다가 아닌 것만은 짚고 넘어갑시다.. 적어도 저는 그런 편입니다. 다만 학점을 3.8~4.0 이상으로 높여서 지원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은 (거의 모든 지원자들에게) 합니다. 이건 임상 수련을 원하거나 유학을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주로 하는 조언입니다.
지원자들의 학부 학점을 석사지도교수님들은 안 봐도;; 지원자들이 결국에 석/박사를 마치고 수련받을 기관, 유학 가고자 하는 학교에서는 봅니다. 대학원 학점은 뭐 대부분 다 잘 받아서 변별력이 없습니다... 졸업하고나면, 유일하게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스펙.. 학부 학점..

 

5. 연구 주제는 어떻게 선정해야 하는지.

어차피.. 인생은 마음대로 안 됩니다.. 뭘로 잡든지, 과정에 들어가면 그때의 운명에 맡겨야 합니다.. 그러니 주제는 원하시는대로 혹은 그 랩에 대해 알아본대로 잡으시되 주의할 점은, 너무 특수한 주제, 특수한 대상자를 잡는 것은 위험합니다. 특히 그 교수님이 해 보지 않은 주제에 대해서.
제 경우에도 특수한 주제를 연구하고 싶어하는 지원자분들이 계시면, 그 주제를 오래 연구해오셨거나 더 잘 지도해주실 교수님의 랩을 소개하게 됩니다. 지금 제 여력으로 보았을 때 그 지원자가 더 잘 커나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6. (임상의 경우) 지원 시 자격증이 필요한가요?

음.. 자격증...
임상 대학원의 경우, 그 공신력 있는 자격증(한국심리학회 임상심리전문가,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임상심리사)에 다다르도록 고등 교육을 빡세게 제공하는 목적도 있는데, 어디에 가서 뭘 미리 따왔다는 것이죠?;;; 라는 기분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7. 뭘 준비해야 하나요?

공통적인 답변이죠. 영어, 통계, 가능하면 컴퓨터 언어 (파이썬 등).
준비해야 하는 수준은? 랩 바이 랩입니다.

 

8. 어느 랩이 좋은 랩인가요?

자기한테 맞는 랩이 좋은 랩입니다. 본인의 장기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는 그려보시고, 그럼 이 시점에서 본인에게 필요한 랩의 모습은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세요.
평판이 안 좋은 랩에서 의외로 실적 빵빵 내고 잘 될 수도 있고, 평판 좋은 랩에서 그냥 그냥 잘 지내다가 결국에는 다른 일을 찾아가는 경우도 많이 보아서, 이런 질문은 사실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뭐, 그렇습니다. 개인적인 견해가 상당히 들어가 있으니 한 귀로 듣고 넘겨주시고요..
지원하시는 교수님께나 랩 멤버분들께도 면담을 요청하셔서 가능한 핏이 맞는 지원자처럼 잠시 잠깐;; 잘 속이고 들어가시고, 
원대한 꿈은 들어가서 알아서 잘 펼치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그 전에 원대고 뭐고 재미있는 지옥이 무엇인지 보게될 것이야..)  mind

 

 

허지원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임상심리 Ph.D.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이자 임상심리전문가. 한국임상심리학회 홍보이사, 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 홍보이사, 대한뇌기능매핑학회 대의원 및 학술위원. 정신병리 및 심리치료의 효과를 임상과학 및 뇌신경학적 수준에서 규명하고자 연구를 지속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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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우 2020-04-15 15:03:11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