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어떻게 생각하세요?
최근 한 여배우의 과거에 문신이 있던 사진이 조명되면서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문신은 개인의 자유이므로 ‘문제 삼을 필요가 없다’라는 입장이 있는 한편, 현재 이미지와 상반된 모습에 배신감을 표하거나, ‘감추려던 과거가 들통났지?’ 같은 부정적인 지적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최근 들어 문신은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지만,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히 대다수입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은 차별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경찰공무원의 임용에 문신 여부를 규정하는 것이 있습니다.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경찰청 측은 국민의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개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비쳤습니다. 이렇게 문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차별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같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지 않은 나라에서도 꾸준한 논쟁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문신과 사회
문신은 선사시대 때부터 다양한 목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치료나 예방을 위한 주술로 행해지기도 하였고, 자신의 성취를 드러내는 데 쓰이기도 하였으며, 집단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았다는 징표나, 신분을 나타내는 방식이기도 하였고 부상이나 조난 위험이 큰 사람의 경우 자신의 혈액형이나 신상을 새기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문신은 죄인을 처벌하는 방법의 하나기도 했습니다. 우리말에 상대를 나무랄 때 ‘경칠 놈’이라고 하는데 이때 ‘경黥’은 절도한 사람 혹은 도망한 노비의 얼굴이나 팔뚝에 죄명을 새기는 형벌인 경형黥刑에서 유래한 것을 통해 형벌로 문신이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유교권 나라에서 문신은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 부모에게서 받은 몸을 감히 손상하지 않는 것이 효도의 시작’를 어기는 행위이자 야만인들의 풍습으로 여겼습니다. 최근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조직폭력배 외에 문신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범죄자의 상징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의 문신이 대중에게 비춰지면서 인식도 점차 변하고 문신을 하는 사람도 늘어났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났고 최근 30년간 문신산업은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참고로 한 자료에 따르면 18~25세의 36%, 26~40세의 40%의 미국인이 적어도 하나 이상의 문신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신을 하는 이유
사람들이 문신을 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일탈이나 반항을 표시하기 위해 문신을 하기도 하고 집단을 향한 자신의 충성을 입증하기 위해 문신을 하기도 합니다Roberto, 2019. 그러나 최근에는 바디아트(인체를 사용하여 특정 메시지를 표현하는 행위예술)의 일환으로 문신을 하기도 하고, 의미 있는 대상이나 사건을 기억하기 위해서 또는 신념을 굳건히 하기 위해 혹은 수술 자국이나 상처를 가리기 위해 문신을 하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연인의 이니셜이나 가족의 생일, 우정의 징표, 종교적 표식, 좌우명을 새깁니다. 마이클스와 파체리에는 “문신은 ‘헌신’의 개념을 다룬다Michaels & Pacherie, 2014."고 하였습니다. 즉, (거의)영구적인 자신의 몸에 새기는 행위는 헌신을 다짐하는 것이자 헌신하고자 하는 동기를 지속적이게 합니다.
문신을 보는 눈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문신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부정적으로 평가되었습니다. 문신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부정적인 성격특성을 가지고, 자제력이 낮으며, 전문성이 떨어지고, 사회성이 낮으며, 성생활이 난잡하고, 지배적인 성격을 가지며, 과음을 일삼는 것으로 평가되었습니다Broussard & Harton, 2018.
여성에게 문신이 있을 경우는 남성의 경우보다 더욱 부정적으로 평가되었습니다. 문신을 한 여성은 난잡한 성생활을 하고, 과음을 일삼으며, 배려심이 없고, 지적이지 않으며, 정직하지 않다고 여겨졌습니다Broussard & Harton, 2018. 또한, 남성은 문신이 있는 여성에게 더 다가가는 것이 나타났는데 이는 문신이 있는 여성이 더 매력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첫 데이트에 성관계를 받아들일 것이라 여겨졌기 때문이었습니다Guéguen, 2013. 이러한 부정적인 평가와 함께 문신이 있는 여성이 수동적이지 않고, 건강하며, 활동적으로 평가되기도 하였습니다Hawkes et al., 2004.
흥미로운 점은 문신이 있는 사람도 문신이 있는 타인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나타냈다는 것입니다. 브루사드와 하튼은 이에 대해 자신의 문신은 관대하게 평가하는 반면 타인의 문신은 냉정하게 판단하는 해리이거나, 자신에게 문신이 있음에도 문신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내면화된 것으로 보았습니다Broussard & Harton, 2018.
문신으로 알 수 있는 것
우리는 문신을 통해 무엇을 알 수 있을까요? 수년 동안 많은 연구자들은 문신을 하는 사람들의 특성을 밝히고자 했습니다. 특히 문신과 충동성 또는 자기파괴적 성향의 관계를 연구하면서 범죄나 정신병리의 잠재적 징후로 보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문신에 대한 연구 결과들은 일관성이 없었고, 문신과 관련된 결정적 요인을 밝히지 못했습니다. 즉, 문신은 범죄나 정신병리적 상태와 관련이 없으며, 문신에 관한 부정적인 인식과 고정관념은 실제 문신을 가진 사람들의 특성과 관련이 없다는 것입니다.
문신에 관한 일치되는 연구 결과는 ‘개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의미’이자Roggenkamp et al., 2017, ‘자신의 몸을 이용한 발화’라는 것입니다. 즉, 문신을 한 이유, 위치, 디자인이 가지는 의미를 이해하면 개인의 삶에 ‘중심이 되는 주제’와 개인이 ‘우선하는 가치’를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이와 관련된 계획이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글을 마치며
문신은 우리의 일상에, 가까이, 자주 보이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문신이 갖는 부정적인 시선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당신이 문신을 가지고 있든 아니든 말입니다. 어느 누구도 ‘전 자제력이 낮은 사람입니다’를 새기지도 않고, 부정적인 고정관념에 적을 두기 위해 문신을 하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문신을 했다는 사실’이 가져오는 부정적인 시선은 실제 ‘문신’보다 거대하고, 위험하다는 것을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잉크는 어디까지나 ‘손가락’일 뿐입니다. 그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과 ‘달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 사람’을 이해할 때 비로소 그 사람이 하고자 하는 말을 우리는 세밀하게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mind
<참고문헌>
- 문형진. (2000). 문신(文身)의 습속(習俗)과 그 유래. 국제지역연구, 4(4), 167-185.
- Broussard, K. A., & Harton, H. C. (2018). Tattoo or taboo? Tattoo stigma and negative attitudes toward tattooed individuals. The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158(5), 521-540.
- Guéguen, N. (2013). Effects of a tattoo on men’s behavior and attitudes towards women: An experimental field study. Archives of sexual behavior, 42(8), 1517-1524.
- Roggenkamp, H., Nicholls, A., & Pierre, J. M. (2017). Tattoos as a window to the psyche: How talking about skin art can inform psychiatric practice. World journal of psychiatry, 7(3), 148.
- United States. (2019). Number of tattoos, Published by Statista Research Department, Dec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