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어디서 유래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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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어디서 유래하는가?
  • 2020.04.30 09:00
인간은 과연 특별한 존재인가? AI의 등장으로 인간이 어떤 존재이며,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김남균 교수가 복잡계의 원리를 기반으로 발생의 기원을 암시한다.

지난 학기 폴란드의 야기에우워 대학교Jagiellonian University 심리학과 교수가 1주일 동안 학교를 방문하여 세미나를 가졌다. 이때 이 교수가 발음하기도 어려운 자신이 소속한 대학이 중앙 유럽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대학일 뿐 아니라 코페르니쿠스가 수학한 대학이라고 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사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17세기 과학혁명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이후 과학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해 왔으며, 이제 우리는, 학자들 간에 논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주의 기원, 생명의 기원과 같은 근본적인 의문들까지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들이 구축되어 어떻게 우주가 생성되었는지, 어떻게 지구에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었는지를 추측해 볼 수 있게 되었다. 그에 비해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시켜 주는 인간의 본질적 특성인 인간의 지식, 지능이 어떻게 생성되었는지, 어디서 유래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로부터 현재 인지과학자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답을 추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궁으로 남아 있다. 그 근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이 문제, 즉 지식의 기원을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 한 번 고려해 보자.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 생뚱맞지만 심리학의 반대말이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보자. 아마 대부분 주저하지 않고 물리학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면 왜 심리학의 반대가 물리학일까? 물리학은 간단히 말해 자연의 근본적인 이치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과학백과사전은 물리학을 작게는 물질의 성질과 그것이 관여하는 현상 등의 연구에서 크게는 모든 자연 현상의 보편적 법칙과 그에 따른 수리적 관계를 규명하고자 하는 학문으로 정의한다. 그에 비해 심리학은 어떤 학문인가? 간단히 말해서 심리학은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즉 인간의 심리현상은 마음에서 생성되어 행동으로 표출된다는 것을 뜻한다.

마음의 기원: 생득주의 vs 경험주의

여기서 핵심은 마음이다. 우선 마음이 무엇인지를 알아보자. 옥스퍼드사전에 따르면, ‘마음은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하여 생각, 인지, 기억, 감정, 의지, 그리고 상상력의 복합체로 드러나는 지능과 의식의 단면을 가리킨다. 이것은 모든 뇌의 인지 과정을 포함한다. "마음"은 가끔 이유를 생각하는 과정을 일컫기도 한다. 보통은 어떠한 실체의 생각과 의식의 능력으로 정의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위에서 물리학은 만물의 이치를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했다. 그러면 마음 또한 만물중에 하나일 것이며 따라서 물리적인 설명이 가능하여야 하는 것이 아닌 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데카르트는 마음을 물질로 이루어진 육체에 대립되는 비물질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이원론을 체계화시킨 대표적인 학자다. 이런 데카르트의 이원론은 생명체의 본질을 영혼으로 간주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으로부터 기원한다. 따라서 비물질적인 마음이 어떻게 물질인 육체에 영향을 미쳐 행동을 유발시키는가, 즉 마음과 육체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 하는 마음과 육체의 문제'mind-body problem는 심리학이 해결해야할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었다.

이 글을 작성하는 이 순간 필자의 머리 속은 다양한 생각들로 채워져 있다. 이런 생각들이 어떻게 뇌에서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아마 우리의 선조들도 마찬가지로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그 실체가 무엇인지 꼭 집어 말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러한 모호성으로 인해 우리 선조들은 심리현상을 다른 대상에 비유하여 이해하려고 시도하였다.

그 최초의 시도로 성경에서는 창조주가 진흙으로 인간의 형태를 빚은 뒤 영혼을 불어 넣어 생명체로 완성시켰다고 기술하고 있다. 즉 인간의 비밀은 영혼에 담겨 있었던 것이다. 그 이후 각 시대의 가장 첨단의 기술이 비유의 대상으로 사용되었다. 고대 그리스시대에 개발된 유압공학hydraulic engineering은 인간의 신체 속을 다양한 유형의 액체들이 흐르며, 그 체액들에 의해 그 사람의 기질과 체질이 결정되는 것으로 묘사하는 모형으로 사용되었다.

18세기에 제작된 The writer라 불리는 automaton.

 

16세기에 들어서는 기어와 스프링으로 작동하는 자동기계automaton가 그 역할을 맡았다(그림 1). 특히 그 시대 최고의 석학인 데카르트는 자동기계에 영감을 받아 인간을 복잡한 기계와 같다고 주장하였다. 20세기 들어서는 컴퓨터가 인간 인지 기능의 모형으로 사용되고 있다. 즉 컴퓨터의 하드웨어는 뇌에, 소프트웨어는 사고 과정에 대응하는 것으로 비유된다. 이런 비유는 더 나아가 인간을 컴퓨터와 같이 정보처리하는 개체로 인식하는 정보처리모형information processing model으로 발전하여 현재 인간 인지 기능의 대표적인 이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필자가 이 잡지에 기고한 “AI와 로봇, 어디까지 왔나에서 지적하였듯이 AI인공지능를 태동시킨 AI의 시조들은 인간 지능의 핵심을 기호처리능력에 있는 것으로 결정하였으며, 그 결과 AI의 초점은 알고리즘, 즉 소프트웨어 개발에 치중하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컴퓨터에 적당한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뒤 실행할 경우, 키보드, 마우스를 이용하여 문서나 이미지를 제작, 변형시킬 수 있으며, 그 결과를 프린터를 통해 출력할 수 있다. 심지어 인터넷을 통해 소유하고 있는 전화기로 노래를 전송하거나 더 나아가 다양한 주변 기기들을 조작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도달하였다. 이렇게 소프트웨어(마음)를 통해 하드웨어(신체)를 자유롭게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마음과 신체가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실증적인 예시로 간주될 수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 소프트웨어를 누가 프로그램 했느냐란 것이다. 즉 컴퓨터의 지능이 어디서 기원하는가이다.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코딩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제작할 수 없다. 사실 이 문제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무엇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추구하는 학자들 간에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어 왔다. 이 문제에 대처하는 학자들의 태도는 크게 두 학파로 나누어진다.

생득주의nativism 혹은 이성주의rationalism는 이런 지식을 우리가 선천적으로 타고났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필자의 능력이 필자의 부모로부터 주어졌으며, 필자 부모의 능력은 다시 그 부모로부터 주어지는 식으로 끝없이 반복되어 궁극적으로는 창조주가 코에 불어 넣은 영혼으로 지능을 설명하는 창조론으로 회귀infinite regress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과학적으로 증명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에 비해 경험주의empiricism, 연합주의associationism, 행동주의behaviorism로 불리어지는 학파는 지식이 후천적 경험을 통해 축적된 결과라고 주장한다. 지식의 습득이 감각기관을 통한 경험에 근거한다는 주장은 공감이 간다. 하지만 우리는 무한한 방식으로 언어를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런 언어의 생성능력generative power은 경험의 결과로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하다는 것을 언어학자 촘스키Chomsky가 논리적으로 증명하였다. 이와 같이 인지 능력이 선천적으로 타고 난 것이란 주장도 후천적으로 습득한 것이란 주장도 만족스러운 답이 되지 못하고 있다.

위에서 기술하였듯이 인간의 지능이 어디서 기원하는가에 대한 의문에 대해서 생득주의나 경험주의 모두 제안하는 설명이 설득력이 부족하다. 이 이슈의 핵심은 지적 능력을 조절하는 마음을 자연의 법칙이라는 틀 안에서 설명할 수 있느냐이다. 기존의 물질-비물질식의 이분법적인 분류 하에서는 자연과학적인 접근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인지과학 내에서 인간의 인지 능력을 자연과학적인 측면에서 이해해보고자 하는 시도가 태동하고 있으며 그 시도의 바탕에 복잡계complexity 이론이 있다.

복잡계: 소산구조dissipative structures와 자기조직화

우리는 자연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이 인과의 법칙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인식한다. 이런 우리의 직관을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이란 보편적 법칙으로 일반화시켰다. 하지만 우리의 직관과는 상반되는 현상들이 20세기 물리 및 화학자들에 의해서 보고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현상이 [그림 2]에 제시된 베나르 대류Benard convection. 이 현상은 접시에 기름을 얇게 부은 뒤 접시 아래쪽에서 열을 가하고 위쪽을 차게 할 경우 .발생한다. 우선 접시를 아래에서 서서히 가열할 경우 아래층의 뜨거운 열과 위층의 찬 공기로 인한 온도 차이로 인해 액체 분자는 서로 충돌하면서 무질서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가열 온도를 높일 경우 어느 순간 기름 분자들은 [그림 2b]에서 보여주듯이 벌집 모양과 같이 촘촘히 연결된 육각형의 세포들, 다시 말해 육각형 격자lattice 구조로 변하여 접시 전체를 채운다.

베르나 대류와 베르나 세포
베르나 대류와 베르나 세포

각 육각형 세포는 [그림 2a]에서 보여주듯이 수많은 액체 분자의 대류로 형성된 형태다. 이때 액체 분자들이 대류하는 방향은 오른쪽 아니면 왼쪽의 두 방향 중 한 방향이며, 두 인접 세포의 액체 분자들은 항상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한다. [그림 2a]의 가장 왼쪽 세포의 액체 분자가 왼쪽으로 회전하면, 그 옆 세포의 분자는 오른쪽, 세 번째 세포의 분자는 왼쪽 이런 식으로 전체 세포들을 구성하는 액체 분자가 회전하게 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각 세포 내 액체분자들의 회전 방향은 무작위로 결정되지만, 한 세포에서 회전 방향이 결정되는 순간 인접 세포 분자들의 회전 방향이 동시에 결정된다는 것이다. 마치 가장 왼쪽 세포의 액체 분자와 가장 오른쪽 세포의 액체 분자가 서로 의사소통을 하여 서로의 회전 방향을 조절한 것과 같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렇게 베나드 대류는 무질서하게 움직이던 액체 분자들이 가해진 열이 역치에 도달할 경우, 즉각적으로 벌집 모양의 대류구조를 형성하면서 집단적으로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현상을 지칭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육각형 구조가 아래에서 가해지는 열을 위쪽으로 방출하는 가장 효과적인 형태라는 것이다. 이런 패턴을 기름 분자들이 스스로 조직화self-organization하여 형성하는 것이다. 무질서 속에서 질서가 자발적으로spontaneous 창궐emerge하는 것이다. 마치 생체 세포에서 발견되는 패턴의 형성과 유사하다.

기름 분자들과 같이 수많은 구성 요소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서 상호작용하는 개체를 복잡계'라고 한다. 이런 복잡계의 행동은 그 구성요소들의 선형적인 합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특히 위에서 예로 들은 접시에 담은 기름 분자들과 같이 외부에 개방되어 외부 에너지가 유입될 경우, 기름 분자들은 어느 순간 각자 움직이던 행동을 중단하고 집단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보다 중요한 사실은 이런 집단적인 행동이 에너지 방출에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마치 가장 득이 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분자들끼리는 서로 협동(세포 내 분자들)과 경쟁(인접 세포의 분자들) 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데카르트가 물질과는 별도로 마음이라는 개념을 도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의식, 의도, 목적과 같은 심리현상을 물질적으로 설명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인식하였기 때문일 것이란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수많은 요소로 구성된 개체가 외부에 개방되어 에너지, 물질, 정보를 교환할 때, 스스로 구조를 변형시켜 주어진 상황에 가장 적절하게 대응하는 사례가 최근 많이 발견되고 있다. 이렇게 외부에 개방되어 에너지와 물질을 교환하는 개체를 소산구조'dissipative structures)라 한다. 이런 소산구조의 예로서 위에서 언급한 베나르 대류 외에 허리케인, 용오름(토네이도), 레이저광 등을 들 수 있다. 최근에는 이 개념을 사회 구조, 교통 통제, 주식 시장, 유기체 분석 등에 적용하는 시도가 증가되고 있다. 심리학에서도 복잡계 이론을 심리현상 분석에 적용하는 연구들이 시도되고 있다.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는 영역이 운동 통제motor control  분야.

복잡계와 운동통제

심리학에서도 복잡계 이론을 심리현상 분석에 적용하는 연구들이 시도되고 있다.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는 영역이 운동 통제. 인간의 신체는 약 200개의 뼈, 700개의 근육, 350개의 관절로 이루어져 있다. 이 사실을 염두에 두고 커피 잔을 잡기 위해서 손을 뻗는 것과 같은 아주 단순한 행동을 수행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행동 수행이 관절을 조절하여 이루어진다고 할 경우, 행위자는 어깨 관절(3개 동작: 좌우, 상하, 전후 운동), 팔꿈치 관절(1개 동작: 굽힘/뻗침), 요척골(1개 동작: 회전 운동)과 손목 관절(2개 동작: 좌우 및 상하 회전)을 조절해야 한다. 참고로 이렇게 신체 구성 요소가 특정 양식으로 움직이는 것을 자유도(degree of freedom)이라 한다. 따라서 이 4개의 관절을 조절하기 우해 총 7(3+1+1+2) 개의 자유도를 통제해야 한다. 이 운동 통제가 근육을 조절하여 이루어질 경우, 26개의 근육, 26개의 자유도를 통제해야한다. 각 근육 당 5-1500개가 소재하는 운동 단위(motor unit)로 운동 통제가 이루어질 경우 이렇게 단순한 운동 수행에 요구되는 자유도는 가히 상상할 수가 없을 정도로 많아진다.

기존의 정보처리모형에서는 팔이 움직이는 궤도를 예측한 뒤, 그 예측에 의거해서 어깨, 팔꿈치, 손목의 각도를 일일이 계산하고, 계산한 만큼 각 부위를 이동시키는 과정을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반복하는 것으로 행동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설명한다. 필자의 “AI와 로봇, 어디까지 왔나에서 언급한 혼다의 아시모가 이런 모형에 근거하여 제작된 로봇이다. 하지만 아시모의 능력은 지난 20년 동안 개발된 고도의 연산능력을 보유한 반도체 칩을 포함한 컴퓨터 하드웨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에 비해 인간의 행동 통제 또한 동일한 양식으로 구현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단순한 예로 자동차회사가 차에 장착된 각각의 바퀴를 그 바퀴에 해당하는 단추를 눌러 방향을 조절하도록 설계했다고 생각해 보자. 이렇게 제작된 자동차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총 4개의 자유도를 수시로 조절해야 한다. AI에 장착된 칩의 정보처리 속도의 수천 수만 배 늦은 속도로 정보처리를 하는 신경원으로 구성된 인간의 뇌가 처리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한 과제다.

하지만 일반 자동차는 네 바퀴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운전대는 그 축을 조절하여 차량의 진행 방향을 조절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즉 자유도가 운전대의 회전 운동 하나로 단순화되어 있다. 그 결과 자동차 운전이 훨씬 용이해 지고, 운전자는 (비록 권고하지 않지만) 심지어 운전 중 한 손으로는 운전대를, 다른 손으로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잡고 주변 사람들에게 문자도 보내기도 할 수 있다. 기름 분자들이 각자 무작위로 움직일 때에 비해 한 방향으로 공조해서 움직이는 것과 같은 결과다.

우리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팔, 다리, 몸통을 움직여서 행동한다. 하지만 수많은 자유도를 적절하게 통제하여야만 원하는 행동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따라서 자유도가 적으면 적을수록 행동 수행이 용이해질 것이다. 이런 예가 인간의 행동 통제에서 많이 관찰되고 있다. 필자의 학생이 다트 던지는 동작을 수행하는 연구에서 관찰된 결과를 그 한 예로 소개해 보겠다. 다트는 손목과 팔꿈치만을 이용해서 던지는 단순한 행동이지만, 이 연구에서는 표적과의 거리를 늘리거나 균형을 잡기 어려운 요가 매트 위에서 던지게 하였다. 그랬더니 더 많은 가속도를 실을 경우 흐트러지는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팔꿈치와 무릎, 팔꿈치와 엉덩이가 서로 협응하는 양상이 관찰되었다. 그에 반해 균형 유지가 어려운 고무 매트 위에서는 반대로 팔꿈치-무릎, 팔꿈치-엉덩이의 연결은 약화되지만, 손목, 팔꿈치, 어깨들이 발목과의 연결이 강화되는 동시에 머리, 어깨의 흔들림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났다. 두 개의 다른 목적(증가된 거리에 요구되는 가속도와 균형을 흩트리는 고무 매트 위에서 던지기)을 달성하기 위해서 (손목, 팔꿈치, 어깨의) 팔의 부위들과 평소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던 하체 부위들 간에 상이한 패턴의 공조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멀리 떨어진 운동 요소들이 특정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서 기능적으로 결합하여 함께 움직임으로서 운동 통제를 용이하게 하는 구조를 시너지synergy’라고 한다. 4개의 바퀴를 각각 조절하는데 요구되는 정보처리 부하를 하나로 묶음으로서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보다 중요한 점은 운동 부위들 간의 이합집산이 중앙에서 계획되어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목적에 따라 자연 발생, 즉 스스로 조직화되어 창궐한다는 것이다.

그 동안 우리는 우리 자신을 너무 특수한 존재로 생각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그 결과 우리의 인지 능력을 자연의 법칙이 적용될 수 없는 특수한 속성으로 인식하였을 수 있다. 그와 함께 자연계에서 관찰되는 현상을 너무 단순화시키는 오류도 함께 범하였을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요소로 구성된 개체들이 외부와 에너지, 물질, 정보를 교환할 때 생명계에 못지않은 다양한 현상들이 생성된다는 것을 현대 과학은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하여 자연계에서 관찰되는 이런 현상들이 자연의 법칙을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우리도 우리의 인지 능력을 새롭게 보고자 하는 시도가 필요한 것 같다.mind

김남균 계명대 심리학과 교수 지각심리 Ph.D.
University of Connecticut에서 실험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수여받았으며, 그 뒤, William Paterson University (NJ 주립대학)과 영국 University of Leicester 심리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계명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각에 근거한 운동 통제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최근에는 퇴행성 뇌질환 환자, 특히 알츠하이머형 치매 및 파킨슨병 환자들의 시각 및 운동 장애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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