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빨래방에서 마음챙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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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빨래방에서 마음챙김
  • 2020.05.06 07:00
pikinic에서‘명상 mindfulness’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기간은 9월2일까지.  가급적 혼자, 오전 일찍 가길 추천한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주거 단지에 셀프빨래방이 많이 생기고 있다. 주로 이불 빨래와 같이 가정용 세탁기와 건조기로는 감당이 되지 않는 큰 빨래에 적합하다. 빨래터에 모여 앉아 방망이를 두들기며 각자 집안의 더러움을 벗겨냈던 그때처럼 사람들이 빨래를 이고 지고 와 기계 앞에 모여든다. 내가 가져온 더러움의 양에 적당한 세탁기를 선택하고 그 앞에 자리를 잡는다. 이제 나의 빨래는 위로 올라갔다 떨어졌다가를 빠르게 반복하며 적당한 온도의 물과 세제와 합쳐져 더러움을 빨기 시작한다. 오로지 그 움직임을 뚫어지라 지켜보고 있노라면 이상한 나라에 빨려 들어간 앨리스처럼 시공간을 이동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자다가도 이불킥 할만한 유치했던 실수가 떠오르다가 분노에 불을 지핀 누군가가 떠올라 차마 입 밖에 꺼낼 수 없을 정도로 나쁜 생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정확한 규칙에 따라 운동하는 빨래의 동작과 물을 뿜었다, 머금었다, 뱉었다 하면서 광광 거리는 기계음에 집중하다 보면 과거로 향했던 마음은 현재 이 순간에 도착해 있다. 이제는 빨래방 세탁기가 리듬에 맞춰 군무를 추는 것처럼 느껴진다. 세탁기와 빨래, 때 묻은 마음과 마음의 주인인 내가 하나 되는 어떤 지경에 다다른다.

저 속에 있는 것이 내 마음인지 빨래인지. 세탁이 끝나고 세탁물을 건조기로 옮긴다. 이제 본격적이다. 조금의 축축함도 용납하지 않는 건조기의 전력 질주가 시작된다. 여전히 침침하고 음습했던 마음의 습기가 향기 좋은 드라이 시트와 뒤엉켜 미친 듯이 탈탈 털린다. 모든 수행을 마친 기계가 꺼진 순간의 정적이 흐르고 알람이 울린다. . 수면 내시경에서 깨어나는 순간인 것 같은 느낌이다. 건조기에서 빠져나온 나의 마음은 따뜻하며 포근한 어떤 것이 되었다.

‘dirty laundry’ 는 드러내기 어려운 더럽고 부끄럽고 추잡한 사적인 어떤 것들을 일컫는다. 나에게 셀프빨래방은 dirty laundry를 꺼내어 세탁하고 건조하며 그 과정을 지켜보는 마음챙김의 공간이 되었다. 이렇게 뜻밖에 나는 셀프 빨래방에서 명상의 순간을 맞았다.

마음챙김은 흔히 구심력과 원심력의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상태라고 한다. 내면에서 나를 관찰하는 구심력과 외부에서 나를 관찰하는 원심력이 조화를 이룰 때 나에 대한 객관적인 관찰이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마음챙김을 제대로 공부한 적도 수련을 한 적도 없는 문외한이지만 셀프빨래방에서 느꼈던 내 마음의 변화가 이런 상태와 유사한 것이 아니었을까?

인격의 도야陶冶란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몸과 마음을 닦아 기르는 것을 말한다. 도기를 만드는 것과 쇠를 주조하는 일을 말하기도 한다. 도기를 만드는 고전적인 물레 성형 역시 원심력과 구심력이 교차하는 힘이 작용한다. 돌아가는 물레 위,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으로 다양한 형태의 선의 변화를 만들지만 안에서 밖으로 나가려는 중심의 힘과의 균형이 흔들리면 어떤 것도 만들어 낼 수 없다. 명상, 마음챙김, 원심력과 구심력. 모두가 어렵다면 셀프빨래방에서 돌아가는 빨래를 계속 보자. 나는 종종 빨래방에서 마음챙김과 인격의 도야를 하려 한다. 만일 그렇게 할 수 없더라도 깨끗한 빨래로 기분 좋아질 수 있으니 밑져야 본전이지 않은가.

셀프빨래방이 꺼려진다면, pikinicwww.piknic.kr에서 열리고 있는 명상 mindfulness’ 전시에 가보자. 명상의 힘을 회화, 영상, 공간 디자인 등의 작품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된 전시다가급적 혼자, 오전 첫 타임에 가길 추천한다. mind

고선규 mindworks 대표 임상심리 Ph.D.
임상심리전문가그룹 마인드웍스 대표이자 고려대 KU마음건강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중인 임상심리학자이다. 죽음으로 인한 상실과 애도가 관심 분야이며 자살 사별자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와 상담을 하고 있다. 인간이 만들어 내는 모든 아름다운 것을 탐미하며 그 속에서 심리학적 이야기를 관찰하고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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