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야 하는데 오늘도 유튜브 알고리즘에 이끌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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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야 하는데 오늘도 유튜브 알고리즘에 이끌린 이유
  • 2020.05.18 10:00
오늘도 치열하게 산 대가로, 자야 하는 줄 알면서도 아주 늦은 시간까지 유튜브 알고리듬에 이끌리고 있는가? 계획했던 시간보다 더 늦게 자는 습관이 있다면, 이 습관을 만든, 내 마음속에 채워지지 않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자.

당신 하루의 끝은 무엇입니까?

하루 종일 일과 육아를 치열하게 끝내면, 하루의 끝은 어김없이 소파에 누워, 리모콘과 텔레비전과 삼위일체하는 것이다. 이제 태어난 지 6개월 된 아이가 새벽에 깰 줄 알고, 평소에 수면 부족이라 일찍 자야 한다는 것을 아는데도, 집안 모든 사람들이 조용한 이 시간은 나에게 중요하다. 이 시간은 나를 정각충으로 만든다. “1:06분이네, 딱 10분에는 들어가서 자야지”, “이것까지만 보고 30분에는 꼭 들어가야지”, “엥, 벌써 43분? 그냥 정각에 자야겠다”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덧 늦은 새벽. 무의미한 스크롤링과 도움 안 되는 짤을 보고 낄낄거리며 오늘도 늦게 자게 된다.

수년 동안 이 패턴을 반복하며, 버려진 시간과 다음 날 피곤함은 항상 후회로 끝난다. 그리고 매일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굳은 의지처럼 오늘 밤은 그러지 않겠노라 결심하지만, 다이어트 결심처럼 항상 무너진다.

결핍이 취침시간 지연행동을 만든다.

취침시간 지연행동bedtime procrastination이란 외부적인 이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예정됐던 시간보다 늦게 자는 행동으로 정의된다. 나 같은 수면 심리학자는 잠을 잘 자야 하는 백만가지 이유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또한, 연구실에서 수행된 연구에 의하면, 취침시간 지연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침대 위에서 스마트폰을 보았으며, 그 행위는 우울, 불안 및 불면증과 같은 심리적 문제와 연관이 있다고 한다Chung et al., 2020. 그렇다면, 왜 이 행동을 중단하기 어려운 것일까?

행동 수정의 원리에 의하면, 문제 되는 행동은 (이 경우에는 취침시간 지연행동) 뭔가 마음속의 결핍을 충족해 주는 것과 같은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을 한다. 그럼, 왜 다음 날 후회할 줄 알면서도 계획했던 시간에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일까? 그래서 취침시간 지연행동에 대한 연구를 하기로 결심했고, 취침시간 지연행동을 많이 하는 사람들을 우선 만나보고, 그들의 마음속에 어떤 결핍이 있길래 늦게까지 스마트폰을 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폴란드 화가 Władysław Ślewiński (1856 ~1918)의 작품, 고양이와 함께 잠자는 여인.
폴란드 화가 Władysław Ślewiński (1856 ~1918)의 작품, <고양이와 함께 잠자는 여인>.

case 1. 힘든 것으로부터 도피

처음 만난 사람은 명문 대학교를 다니는 똘똘해 보이는 남학생이었다. 매일 평균적으로 두 시간 이상으로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본다고 우울해했다. 좋은 직장에 취업, 성공에 대한 의지가 강한, 싹이 아주 파란 학생이었으며, 뭐 명문대는 아무나 가나? 역시 취침시간 지연행동은 자기 의지랑은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 동안 취침시간 지연행동을 얼마나 해오는지 기록해오라고 시키고, 일주일 후, 다시 만났다. 어떤 날은 2시간, 어떤 날은 바로 잠을 자는 날들도 있었다.

"이렇게 2시간 동안 휴대폰 하다 잔 날은 다른 날과 비교해 보았을 때 어떻게 달랐을까요?"

남학생이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평상시 대인관계 내에서 갖고 있는 불편감에 대해 털어놓았다. 그날 동아리 사람 여러 명과 술자리를 가졌고, 이성적으로 좋아했던 여학생도 있었다고 한다. 집에 돌아와보니, 그날 술자리에서 오고 갔던 이야기가 신경이 쓰여서, 자기가 한 모든 말들을 머릿속으로 한마디 한마디 재생을 해보았다고 했다. 동기들과 스스로를 비교하는 생각도 스쳤고, 이성적으로 관심 있던 여성 앞에서 창피했던 것도 생각이 났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어, 그동안 본인의 인간관계에서의 문제점, 친구와의 비교에서 스스로 못났다는 블랙홀과 같은 생각에 빠져들다 보니, 힘들어서 스마트폰을 켰다고 했다. 유튜브에서 웃긴 영상들을 보면서, 어느새 그는 그런 생각들을 더 이상 하지 않고 있었고, 기분이 한 결 가벼워졌으며, 두 시간이 지난 후쯤은 잠도 잘 수 있었다고 했다. 취침시간 지연행동의 첫 번째 중요한 기능은 부정적인 감정에 빠져들 때, 나를 힘들게 하는 생각들로부터 잠시 동안의 도피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case 2. 스스로에게 주는 보상, 나만의 시간

두 번째 만난 사람은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이었다. 직장이 별로 만족스럽지도 않고, 부인과는 사이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친밀하지도 않았다. 중학생 아들이 한 명 있지만, 집에서는 거의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직장의 특성상 그는 갑-을 관계에서 “을”의 입장이 될 때가 많았고, 회사에서 무능하지만 잔소리가 많은 직장 상사를 모시고 있고, “갑”인 회사의 비위를 최대한 맞춰주며, 집에 오면 중2병을 얼굴 표정부터 온몸까지 접신하고 있는 아들의 눈치를 본다고 했다. 인생이 행복하지도 않고, 즐거움도 거의 없다고 시큰둥하게 이야기했다.

특별히 본인의 인생이 이렇게 흘러가는 것에 대해서조차 바꾸려는 의지가 없을 만큼 너무 시큰둥하게 오래 살아왔던 것이다. 그는 아침 일찍 출근을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매일 새벽 3시까지 스포츠 관람을 했다. 그는 모두가 잘 때, 그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본인만의 시간이라고 했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다니기 싫은 회사를 다니며 책임을 다하는 한 가장의 슬픈 말이었다. 이 분에게 취침시간 지연행동은 스스로에게 주는 보상이었다. 특별히 인생에서 더 기대할 것이 없는 분의 가장 큰 보상은 자기 전, 방해받지 않고 스포츠를 보는 것이었다.

case 3. 나와 세상의 연결 고리를 찾아서...

세 번째 만난 사람은 성격이 좋아 보이는 한 여학생이었다. 내가 만약 대학생이었으면 친구 먹고 싶을 만큼 유쾌한 표정을 갖고 연구실로 들어왔다. 일주일 동안 적어온 수면일지를 보니, 이 학생은 수업이 없는 날에는 낮잠을 6시간씩 잤다. 지방 출신이라 기숙사에 살고 있었는데, 친한 친구 무리를 거의 매일 밤마다 만나고 있었다. 다음 날 수업이 없으면 기숙사 친구들이랑 휴게실에서 밤을 새우고 새벽 6시쯤 잠들기도 했다. 친구들을 만나지 않는 날에는, 자기 전에 친구들과 SNS와 전화 통화를 했다. 낮에도 그렇게 친구들과 몇 시간씩 연락을 하냐고 물었더니, 그렇지는 않다고 했다.

“자기 전에 친구들을 찾는 이유가 뭘까요?”

“하루 종일 외로웠거든요. 밤 되면 외로움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외동딸에 맞벌이 집에서 자란 학생은, 사람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느끼고, 혼자 있을 때에는 외로움을 쉽게 느낀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히 수업이나 과제로 사람을 못 만난 날에는 밤 되면 누군가와 연결이 되어 있다는 느낌으로 안심을 해야 잠을 잘 잘 수 있다고 했다. 이 학생의 취침시간 지연행동의 이유는 낮 동안 충족되지 못했던 사회적 소속감을 채우기 위한 것이었다.

내 안에 채워지지 않은 그것을 찾자!

세명을 만나고 나니, 취침시간 지연행동을 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을 읽는 독자들도 한 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오늘도 치열하게 산 대가로, 침대에 누워, 밀린 드라마를 정주행하고 있는가? 너무 신경 쓰이는 일이 많아, 잠시라도 신경을 꺼야 잠이 올 수 있을 것 같아 웹툰을 보고 있는가? 자야 하는 줄 알면서도 오늘도 아주 늦은 시간까지 유튜브 알고리듬에 이끌리고 있는가? 만약 내가 계획했던 시간보다 더 늦게 자는 것이 습관이 있다면, 그 행동으로 말미암아 나는 마음속에 채워지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을 해볼 수 있고, 그것이 취침시간 지연행동을 감소시키기 위한 첫 단계이다. mind

    <참고문헌> 

  • Chung, S. J., An, H., & Suh, S. (2020). What do people do before going to bed? A study of bedtime procrastination using time use surveys. Sleep43(4), zsz267. doi: 10.1093/sleep/zsz267.
서수연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 임상심리 Ph.D.
성신여대 심리학과 부교수 및 임상심리전문가로 활동중. 대외적으로는 정신장애의 원인을 과학을 기반으로 연구하고 근거기반치료를 개발하는 임상심리학 교수이지만 실제로 연구나 생활에서 섭식, 성과 수면처럼 형이하학적 주제에 주로 관심이 많음. 현재는 20년넘게 쌓아온 심리학 지식을 활용하여 수면 문제를 해결하는 국내 유일의 수면심리학자. "사례를 통해 배우는 불면증을 위한 인지행동치료" 저자이며, 행동과학과 심리치료 연구실 BEST랩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여성 임상심리학자 리더를 배출하는 것이 꿈인 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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