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의 붕괴, 직장-가정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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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의 붕괴, 직장-가정 갈등
  • 2020.05.29 13:00
직장의 스트레스는 가정으로 넘어오고, 가정의 화목함은 직장으로 이어진다.

워라벨 붕괴

일과 가정은 우리 삶의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 때 '가정'은 결혼은 안했지만 동거하는 사람, 자녀가 없는 부부, 부모 부양 책임을 가진 사람들까지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 둘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 요즘 이야기 하는 워라벨work-life balance) -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늘 적응해야 하는 문제이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데 중요하다. 2019년 통계청의 일-가정 양립 지표를 살펴보면 일과 가정생활 우선도에서 과거에는 일이 우선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으나 2019년도에 처음으로 둘 다 비슷하다는 응답이 44.2%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일이 우선이라는 응답이 42.1%, 가정이 우선이라는 응답이 13.7%였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성인 이후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며 자녀를 갖는다. 그리고 이때는 경력을 쌓기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추가적인 역할을 가지게 되며, 때로는 역할들끼리 갈등을 일으킨다. 일과 일 외의 생활 간의 갈등은 직장을 가진 대부분의 성인에게 피할 수 없는 일이며, 특히 기술 발전으로 인한 퇴근 후 이메일, 휴일의 업무 관련 전화, 메신저 업무 지시 등은 개인을 더욱 위기 상황에 놓이게 한다.

직장-가정 갈등

특히 가정을 가진 직장인이 겪는 갈등을 직장-가정 갈등이라고 한다. 직장-가정 갈등은 한 영역(예, 일)의 요구가 다른 영역(예, 가정)의 요구와 양립할 수 없는 '역할 간 갈등'으로 정의된다Kahn et al., 1964. 이러한 갈등은 직장에서 받은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가족과의 저녁에서 피곤과 불안을 경험하거나, 야근 때문에 학교에서 아이를 데려오지 못하는 등의 '직장이 가정에 주는 갈등'과, 아이 때문에 잠을 잘 자지 못해 직장에서 회의에 집중을 하지 못하거나, 가족의 일로 인해서 예상치 못하게 중요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등의 '가정이 직장에 주는 갈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25-50%의 직장인이 직장으로 인한 갈등을 경험하고 가정으로 인한 갈등은 약 10-14%의 사람들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Bellavia et al., 2005. 우리나라의 경우 배우자가 있는 가구 중 맞벌이 가구의 비율은 46.3%이고 관련 연구에서도 일반적으로 직장으로 인한 갈등 경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직장-가정 갈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다양하지만, 특히 장시간 근무, 많은 업무 요구, 예측할 수 없는 업무, 이윤이나 성과를 강조하는 분위기, 대인 관계 스트레스, 학대적인 상사 등와 같은 직장 요인이 직장-가정 갈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Grzywacz & Marks, 2000; Nielson, Carlson, & Lankau, 2001). 가정 요인의 경우, 어린 자녀가 많을수록, 배우자와 관계가 좋지 않을수록, 배우자에게 집착을 보일수록 직장-가정 갈등 수준이 높았다(Eby et al., 2005).

높은 직장-가정 갈등은 다양한 부정적 결과들과 관계되어 있어서, 우울, 신체적 증상, 고혈압, 스트레스, 음주, 낮은 삶의 만족도, 경력 불만족, 이직 의도, 결근, 지각, 탈진감을 증가시킨다. 이외에도 가족의 저녁 식사 패턴, 음식 선택, 그리고 운동 습관에도 영향을 준다(Allen, Shockley, & Poteat, 2008).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가족과의 식사시간은 자녀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면 영양 상태가 더 좋고,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식이 장애, 우울, 약물 남용과 같은 문제에서의 위험이 더 낮다Neumark-Sztainer et al., 2003. 하지만 직장-가정 갈등을 높게 경험할수록 저녁 식사를 함께 하기 어려웠고, 식사를 하더라도 부모들은 자신이나 가족들을 위해 건강한 식사를 준비할 시간이나 에너지가 없어서 패스트푸드와 같은 음식을 선택하게 된다. 특히 보수가 낮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일을 더 오래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워라밸을 위한 해결책

사실 이러한 직장-가정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조직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최근 사내 어린이집, 체력단련시설, 탄력근무제, 재택근무, 직무 공유, 노부모 부양 지원 등과 같은 가족 친화적 복지 제도들을 많은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유능한 인재를 유인하고, 결근, 사고, 이직을 감소시키고, 업무에 대한 만족과 회사에 대한 몰입 증가와 같은 긍정적인 결과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Kossek & Michel, 2010.

그러나 고용주들이 착각에 빠지지 않아야 할 부분이 있다. 종업원들에게 이러한 복지제도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이런 제도를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직장-가정 갈등을 감소시키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단지 정책과 복지제도를 갖추는 것을 넘어 상사의 행동과 조직 문화가 중요하다.

즉 어떤 조직에서는 이러한 복지제도를 사용하면 상사나 조직 문화를 따르지 않는다는 낙인이 찍혀 직무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거나 승진에서 누락되는 결과를 초래할까 봐 두려워하여 이러한 제도를 사용하지 않을 수 있기에, 상사나 조직 문화가 이러한 제도 사용을 지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자원이 된다.

직장에 가기위해 역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1943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화가 L. S. Lowry의 작품. Laurence Stephen Lowry (1887~1976), 'Going to Work', 1943, oil on canvas, 49 x 62 cm, War Imperial Museum, London.
직장에 출근하기 위해 서둘러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1943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맨체스터의 풍경. 영국 화가 L. S. Lowry의 작품. Laurence Stephen Lowry (1887~1976), 'Going to Work', 1943, oil on canvas, 49 x 62 cm, War Imperial Museum, London.

직장과 가정의 양립

그렇다고 직장-가정 간의 관계가 늘 갈등을 일으키는 부정적인 관계인 것만은 아니다. 최근에는 한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의 긍정적인 파급효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를 지칭하기 위해 직장-가정 강화work-family enrichment라는 용어가 제시되었다Carlson et al., 2006. 예를 들어 가족이나 애인과 좋은 시간을 보낸 후, 그 결과로 직장에서 일할 에너지와 열정이 넘치는 경우, 반대로 직장에서 성취감이나 보람찬 경험을 한 후, 가족과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경험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직장-가정 강화는 회복력, 긍정적 기분, 직무 만족, 삶의 만족도, 창의성, 더 나은 수행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의 많은 연구들도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즉, 직장과 가정은 서로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상호 긴밀한 영향spill-over을 미치는 영역이다. 일반적으로 직장-가정 갈등에는 직장 요인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직장-가정 강화에는 가정 요인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조직은 직장-가정 갈등을 예방하고 이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뿐만 아니라 직장-가정 촉진을 증가시키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직장에서 가족을 위해 더 많은 지원을 해주고 지지를 해줄수록 그 혜택은 다시 직장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직장-가정 촉진을 위한 기업의 노력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mind

<참고 문헌>

  • Allen, T. D., Shockley, K. M., & Poteat, L. F. (2008). Workplace factors associated with family dinner behaviors. Journal of Vocational Behavior, 73(2), 336-342.
  • Bellavia, G. M., Frone, M. R., Barling, J., & Kelloway, E. K. (2005). Handbook of work stress. Sage Thousand Oaks, CA.
  • Carlson, D. S., Kacmar, K. M., Wayne, J. H., & Grzywacz, J. G. (2006). Measuring the positive side of the work–family interface: Development and validation of a work–family enrichment scale. Journal of Vocational Behavior, 68(1), 131-164.
  • Eby, L. T., Casper, W. J., Lockwood, A., Bordeaux, C., & Brinley, A. (2005). Work and family research in IO/OB: Content analysis and review of the literature (1980–2002). Journal of Vocational Behavior, 66(1), 124-197.
  • Grzywacz, J. G., & Marks, N. F. (2000). Reconceptualizing the work–family interface: An ecological perspective on the correlates of positive and negative spillover between work and family. 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 Psychology, 5(1), 111-126.
  • Kahn, R. L., Wolfe, D. M., Quinn, R. P., Snoek, J. D., & Rosenthal, R. A. (1964). Organizational stress: Studies in role conflict and ambiguity. John Wiley.
  • Kossek, E. E., & Michel, J. S. (2010). Flexible work schedules. Handbook of Industrial-Organizational Psychology, 1, 535-572.
  • Nielson, T. R., Carlson, D. S., & Lankau, M. J. (2001). The supportive mentor as a means of reducing work–family conflict. Journal of Vocational Behavior, 59(3), 364-381.
  • Neumark-Sztainer, D., Hannan, P. J., Story, M., Croll, J., & Perry, C. (2003). Family meal patterns: associations with sociodemographic characteristics and improved dietary intake among adolescents. Journal of the American Dietetic Association, 103(3), 317-322.
문광수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산업및조직심리 Ph.D.
산업 및 조직 심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하고, 현재 중앙대 심리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산업 및 조직 심리학을 기초로, 직무 수행관리, 직업 건강/안전 심리, 임금관리 분야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기업 강연이나 컨설팅에도 참여하고 있다. 역서로는 「산업 및 조직 심리학」(2018), 「직무수행관리」(201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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