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노인이 고립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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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노인이 고립되고 있다
  • 2020.06.16 13:03
코르나 감염병의 가장 큰 피해자는 노인들이다. 단지 사망율이 높아서만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역시 노인들을 괴롭히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코로나, 노인을 소외시키다

COVID-19가 장기화됨에 따라 경제, 교육, 복지 등 다양한 영역에서 피해가 일어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에 속하는 노인에 대한 관심도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복지관, 경로당과 같은 밀집 시설은 무기한 휴관 중이다. 이는 노인을 향한 접촉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며, 상당수의 노인이 외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2019년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근거하여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독거노인의 비율은 19.5%로 매년 6만 명이 증가하고 있다.

정작 사회적 관심과 보호가 필요한 노인들에게 COVID-19는 새로운 위험요인이 되었으며 이는 전세계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노인이 아닌 젊은 환자에게 인공호흡기를 우선적으로 제공하였다. 또 미국에서 COVID-19가 노인을 제거한다는 의미를 담은 ‘Boomer Remover’라는 명칭은 노인차별과 노인혐오를 의미하는 용어로, 오늘날 소외된 노인의 현상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노인의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을 강조한 2020년 최신 보고서를 소개하며 이러한 사회현상의 심각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화가 이상원은 동해인 연작을 통해 모진 삶을 살아온 노인들의 삶을 그려왔다. 이상원(1935~). 동해인. 2002. 한지에 먹과 유화물감.
한국화가 이상원은 '동해인' 연작을 통해 모진 삶을 살아온 노인들의 삶을 그려왔다. 이상원(1935~). '동해인'. 2002. 한지에 먹과 유화물감.

노인의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

2020년 미국의 전미과학공학의학한림원NASEM; National Academies of Sciences, Engineering, and Medicine은 노인의 사회적 고립과 고독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하고, 노인의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을 채워줄 수 있는 건강관리 매뉴얼을 제공하였다. 사회적 고립은 독거노인과 같이 수량적으로 사회적 관계와 접촉의 미미함을 일컬으며, 외로움은 주관적으로 고립감을 느끼는 감정이지만 모두 노인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요소이다.

노인의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은 익히 알려져 있듯이 사망률, 치매, 심장병 등과 관련이 깊다.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혼자 거주하는 비율이 높아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에 취약한 상황인 데다, 잦은 사별과 높은 만성질환의 발병으로 고립과 외로움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5가지 목표

전미과학공학의학한림원(NASEM)의 위원회는 노인의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에 개입하기 위해 노인 건강관리 시설, 의료현장, 공동체에 필요한 5가지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 노인의 사회적 고독과 외로움을 평가하고, 예방하며, 개입하기 위한 증거기반의 연구가 필요하다.
  • 관련된 연구들을 실제 건강 관리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각 기관의 상황에 맞게 번역하고 적용해야 한다.
  • 건강을 관리하는 인력과 일반 대중에게 노인의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이 건강과 의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킨다.
  • 노인건강관리 시설에서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을 예방할 수 있는 지속적인 교육강화와 훈련이 필요하다.
  • 노인의 의료현장과 공동체 간 서로 협력하여 노인의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을 다루어야 한다.  

노인의 외로운 마음, 첨단과학으로 지킨다 

현재 노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비대면 접촉과 관련된 연구는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되고 있다. 서울 성동구는 SK 텔레콤과 재단법인 행복한 에코폰이 만든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로 마련된 AI스피커 아리아를 독거노인에게 제공하여 노인의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을 돌보고 있다. SK 텔레콤과 행복한 에코폰은 독거노인 1,150명을 대상으로 아리아를 쓰는 패턴을 분석한 결과, 음악 서비스(63.6%) 다음으로 감성 대화 서비스(13.4%) 사용의 비중이 높았는데 이는 일반 이용자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치라고 보고하였다.

춘천시는 독거노인 가구에 토이봇 ‘효돌’을 제공하고 있다. 이 인형 또한 AI기술이 탑재되어 독거노인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마련되었다. 강원대 조희숙 교수는 11개월간 효돌을 사용한 춘천시 노인을 대상으로 사용 전과 사용 후의 단축형 노인 우울 척도(SGDS)을 측정한 결과 5.6점에서 4.4점으로 우울감의 감소를 확인하였다조희숙 등, 2019.   

이처럼 노인의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을 관리하기 위해 학술적으로, 기술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2의 COVID-19가 언제 다시 창궐할지 모르는 불확실환 상황에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속 소외되는 노인이 없도록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지금까지 상당수의 노인복지와 노인연구들이 면대면 접촉을 선호하고 접근되어 왔기 때문에, 이제는 AI나 온라인을 활용한 IT기술 산업의 개발을 넘어서 실제 현장에서의 보편적인 적용 방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노인이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나는 동시에 제 4의 물결을 준비하고 문명의 이기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비대면 접촉과 관련된 지속적인 연구는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감수: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김기연 교수) mind

    <참고문헌>

  • 조희숙, 김지희, & 김새롬. (2019). ICT 기반 토이 로봇의 재가 노인 돌봄 효과 관련 요인. 보건교육건강증진학회지, 36(5), 43-51.
  • 통계청(2019). 장래인구추계http://kostat.go.kr/portal/ko
  • National Academies of Sciences, Engineering, and Medicine. (2020). Social isolation and loneliness in older adults: Opportunities tor the health care system. Washington. DC: The National Academies Press. https://doi.org.10.17226/25663.
최명진 중앙대 심리학과 노년심리 석사과정
노인 심리, 노인 상담, 노인 복지를 중점으로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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