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어두움에 순응하며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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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어두움에 순응하며 사는 법
  • 2020.06.08 09:00
빛에 반응하는 우리 눈은 급격한 밝기 변화에 익숙하지 않다.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이 한계는 여전히 우리의 세심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

갑자기 세상이 칠흑같이 어두워지면...

요즘 세상에는 수십 년 전 과거와 달리 칠흑 같은 어두움을 경험하기 어렵다. 야간일지라도 사람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인공의 조명이 있어서 인적이 머무는 장소라면 무심코 발걸음을 헛디딜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칠흑 같은 어둠은 오히려 내가 생활하는 실내에서 종종 경험되는데 예를 들어, 불시에 정전이 되거나 갑작스러운 실내 소등으로 인해 앞이 전혀 안 보이게 된 경우를 돌이켜 보면 칠흑 같은 어둠으로 인한 난감함이 쉽게 짐작이 된다. 물론 몇 분만 기다리면 희미하게나마 주변 사물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더듬더듬 조심조심 주변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된다.

조명이 갑자기 꺼지면 왜 아무것도 보이지 않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희미하게나마 사물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걸까? 흥미롭게도 우리의 눈 뒤쪽에 위치한 망막retina에는 빛에 감응하는 추상체cone와 간상체rod라는 두 가지의 생물학적 센서가 있는데 하나는 빛이 우리 주변에 많을 때 그리고 다른 하나는 빛이 적을 때 사용된다. 추상체는 주간에 시야를 확보할 때 주로 사용되고 간상체는 반대로 야간에 주로 사용되는데, 중요한 것은 이 둘 중 우리 주변에 빛이 많고 적음에 따라 어느 것을 사용할지 준비하는 과정에 시간이 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조명이 있을 때는 추상체를 사용하다가 갑자기 조명이 사라지면 간상체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 전환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약 15분에서 30분까지 걸리기도 한다. 반대로 조명이 없다가 들어오게 되면 눈이 많이 부시다는 느낌 정도가 잠시 지속지만 대개 30여 초 정도가 지나면 완벽한 시야를 확보하게 된다. 지각심리학에서는 전자의 전환 과정을 암순응dark adaptation, 후자의 전환 과정을 명순응light adaptation이라 지칭하는데Pirenne, 1962, 수십 초이건 수십 분이건 순응을 완료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일상생활의 특정 상황에서 큰 문제가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빛의 화가라 불리는 렘브란트의 작품이다. 우리는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면 그림 뒷편에 있는 어두운 벽면에서 많은 모티프가 숨어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t	Rembrandt  (1606–1669) Blue pencil.svg wikidata:Q5598 s:en:Author: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q:en:RembrandtRembrandt: The Night WatchTitle	The Company of Frans Banning Cocq and Willem van Ruytenburgh, known as the ‘Night Watch’.Object type	painting Edit this at WikidataGenre	schutterstuk Edit this at WikidataDescription	Frans Banning Cocq, heer van purmerlant en Ilpendam, Capiteijn Willem van Ruijtenburch van Vlaerdingen, heer van Vlaerdingen, Luijtenant, Jan Visscher Cornelisen Vaendrich, Rombout Kemp Sergeant, Reijnier Engelen Sergeant, Barent Harmansen, Jan Adriaensen Keyser, Elbert Willemsen, Musketier Jan Clasen Leydeckers (behind the Lieutenant in Yellow blowing into the powder pan of a musket which once belonged to Jan Snedeker), Jan Ockersen, Jan Pietersen bronchorst, Harman Iacobsen wormskerck, Jacob Dirksen de Roy (the Governor on far left of the cut off section of the painting), Jan vander heede, Walich Schellingwou, Jan brugman, Claes van Cruysbergen, Paulus SchoonhovenDepicted people	Frans Banning Cocq Edit this at WikidataWillem van RuytenburchDate	1642Medium	oil on canvasDimensions	Height: 379.5 cm (12.4 ft); Width: 453.5 cm, Rijksmuseum, Netherlands.
빛의 화가라 불리는 렘브란트의 작품이다. 우리는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면 그림 뒷편에 있는 어두운 벽면에서 많은 모티프가 숨어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1606–1669), 'The Company of Frans Banning Cocq and Willem van Ruytenburgh (known as the ‘Night Watch’)', 1642, Oil on canvas, 379.5 cm * 453.5 cm, Rijksmuseum, Netherlands.

우리 생활 속의 명순응, 암순응

예를 들어 자동차 운전 중 터널에 진입하기 전에는 미리 전조등을 켜두는 것은 필수적인 운전 습관이다. 터널 안에는 대개 직, 간접 조명이 설치되어 암순응에 의한 시야 방해가 크지 않지만 이러한 인공 조명들 또한 여전히 정전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미리 전조등을 켜는 것은 사고 예방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특히 터널 내 교통사고가 상상할 수 없으리만큼 치명적임을 고려할 때 터널 진입 전 주행 중인 차량의 전조등을 켜두는 습관은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습관이다.

또한 가정이나 병원에서 노령의 환자를 보살피고 있다면 환자 자신은 싫어할지 몰라도 간접 조명 등으로 실내 밝기 수준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노인 환자를 중환자실로 향하게 하는 주요 원인 중의 하나가 야간에 발생하는 낙상 사고(: 침대에서 떨어지거나 실족)인데 야간에 소등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발생하는 사고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체력적으로 힘이 부쳐 발생한 경우들도 있지만, 눈을 떠 잠자리에서 바로 일어나 보행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암순응이나 명순응 부족으로 시야 확보에 실패해 사고가 발생한 경우도 적지 않다Lord, Clark, & Webster, 1991.

요즘은 승용차에도 주변이 어두워지면 자동으로 전조등이 켜지는 편리한 장치들이 설치되어 전조등 켜는 습관을 아예 잊어버린 운전자들도 있다. 더군다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주거의 기본이 된 요즘 세상에는 열대야로 인해 전기 소비량이 대폭 증가하는 한여름 밤을 제외하고는 실내 정전으로 인한 캄캄한 어둠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기계가 조율하는 이러한 안전장치들은 경우에 따라서는 예기치 못한 오작동이 가능하므로 이중 삼중으로 개인 스스로 안전 수칙을 습관화하는 것이 손해가 될 일은 없다. 인간의 감각과 지각에 대한 이해를 통해 습득한 한편의 지식으로 나와 가족 및 타인의 안전을 지키는 든든한 심리학도가 되길 바란다. mind

    <참고문헌> 

  • Lord, S. R., Clark, R. D., & Webster, I. W. (1991). Physiological factors associated with falls in an elderly population. Journal of the American Geriatrics Society, 39(12), 1194-1200.
  • Pirenne, M. H. (1962). Dark Adaptation and Night Vision. Chapter 5. In: Davson, H. (ed), The Eye, vol 2. London, Academic Press.

 

현주석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인지심리 Ph.D.
인지심리학의 주제 중 시각작업기억과 주의에 관한 주제로 박사 학위를 하고, 현재 중앙대 심리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인지심리학에 대한 공부를 기초로 인간의 장, 단기 기억과 사고 및 선택적 주의 현상 연구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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