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파이와 40%의 노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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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파이와 40%의 노오력
  • 2020.06.21 20:00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객관적인 상황보다는 심리적 측면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이 말로 우리는 또 다른 '노오력'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 행복에서 가장 큰 파이는 무엇일까?

경영이나 경제 분야에서는 시장의 크기를 파이에 비유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화장품 시장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파이라면 어떤 기업이 그 파이의 얼만큼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따져보는 식이다. 많은 명사들이 행복과 관련된 강연이나 글에서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을 소개한다. 여기에는 시간이나 돈을 쓰는 방법에서부터 소득 수준, 나이, 외모 등 우리를 둘러싼 객관적인 환경을 포함해 유전, 성격, 믿음 등의 심리적 요인 등등이 있다. 감사일기 쓰기와 같이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이나 습관을 소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궁금하다. 그래서 무엇이 얼마큼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일까? 내가 당장 더 큰 행복을 느끼고 싶다면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 걸까? 행복을 결정짓는 데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만약 행복이라는 커다란 파이가 있다면 어떤 요인이 얼마큼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까? 다행히도 여기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주는 논문이 있다. 

행복의 파이. 행복은 50%의 유전, 10% 외적 환경, 그리고 40% 의도적 행동으로 결정된다(Lyubomirsky와 동료들, 2005)
행복의 파이. 행복은 50%의 유전, 10% 외적 환경, 그리고 40% 의도적 노력으로 결정된다(Lyubomirsky와 동료들, 2005)

40%의 파이를 가진 '의도적 노력'

류보머스키와 동료들은 2005년 ‘행복의 파이'라 불리는 위의 그래프를 처음으로 제시하였다Lyubomirsky et al., 2005. 무엇이 행복을 결정짓는가에 대한 이 이론을 이른바 '행복 모델'이라 하였고 이 내용은 코칭이나 강연 등을 통해 대중들에게도 꽤나 소개되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류버머스키의 연구팀은 한 사람의 행복을 결정짓는 데에는 50%는 유전, 10%는 객관적 삶의 환경, 그리고 마지막 40%는 '의도적 노력'이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이 의도적 노력에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하는 행복과 관련된 1) 행동과 2) 생각, 그리고 3) 목표를 정하고 추구하는 것, 이렇게 세 가지가 포함되어 있다.

객관적 상황보다는 심리적인 행복

류보머스키 교수의 결론대로라면 이렇게 해서 우리는 의도적인 노력을 통해 변화될 수 있는 행복의 양은 약 40% 정도가 된다. 단, 그 노력은 소득수준이나 직장, 주거환경의 변화를 도모하는 등 외적인 기준에서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감사하기, 친절 베풀기, 나에게 의미 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추구하기와 같은 심리적 측면에서의 노력이어야 한다. 객관적인 삶의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으로도 행복해질 수야 있겠지만, 여지는 10% 정도에 불과해 큰 기대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더 나은 삶을 쫓기보다 현재 내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누리자는 결론이 자연스레 나오는데,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한동안 유행처럼 번졌던 삶의 방식인 YOLO(You Only Live Once)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을 추구하는 삶이 떠오르기도 한다. 안정적이지만 즐겁지 않은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세계여행이라도 떠날 듯한 삶, 혹은 보기에 화려한 직장보다 소소하더라도 즐거운 삶을 꾸려갈 수 있는 쪽을 택하는 인생 말이다. 사회적으로 인정 받는 회사를 퇴사한 후 적은 돈으로 소소하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최근 유행처럼 쏟아지기도 했다. 

심리적인 노력만으로도 정말 충분한걸까?

필자 역시 이러한 '행복 모델'을 마음 깊이 새겨 인생의 객관적 조건에 목매지 않으며 살기로 다짐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현실과 이론 간의 괴리를 느낀다. 당장 뉴스만 보아도 그렇다. 전염병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몇 달 동안이나 소득이 사라다지시피 한 자영업자들이나 극단적으로는 최근 다시 불거진 학대받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개인을 둘러싼 객관적 조건이나 상황이 행복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말은 어딘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실제로 토론토 대학의 Schimmack과 Kim 또한 2013년 비슷한 의견을 제기한 바 있다. 그들은 행복 모델에 대해 통계적인 문제와 함께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주장을 한다.

Pierre-Auguste Renoir  (1841–1919), Dance at Le Moulin de la Galette, 1876, oil on canvas, 131 cm *175 cm, Musée d'Orsay, Paris.
Pierre-Auguste Renoir (1841–1919), Dance at Le Moulin de la Galette, 1876, oil on canvas, 131 cm *175 cm, Musée d'Orsay, Paris.

객관적인 상황의 영향력을 측정하기 힘들다. 

첫 번째는 한 사람의 소득수준, 나이, 성별 등의 몇 가지 단순한 인구통계학적인 요인들만 가지고 그 사람의 객관적인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기에는 생략된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소득수준이 높은 사람이 있다고 치자. 소득수준이 높은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그 돈을 ‘어떻게’ 벌고 있는가 또한 행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밤낮없이 일에만 매달리고 늘 스트레스에 찌들어가며 많은 돈을 벌고 있다면 소득수준에 만족할지언정 버는 돈으로 행복을 누릴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에 크게 시달리지 않고도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결혼이라는 것을 보아도 그렇다. 많은 이들이 결론내린 바와 같이 ‘결혼이 행복에 좋은 영향을 주기는 하겠지만 그 영향이 크지는 않다’고만 말하기에는 사람에 따라 결혼생활의 모습이 크게 차이를 보인다는 문제가 있다Lucas et al., 2003. 결혼을 통해 행복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불행해지는 사람도 있었는데, 같은 연구에서 사별한 사람들의 적응기를 관찰한 결과,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배우자가 죽고 슬퍼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오히려 행복해지는 사람도 있었다(!).

배우자와 사별 후 애도의 기간을 보낸 후  대부분 어느 정도 적응을 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보다 행복해지는 사례들도 있다(Lucas와 동료들, 2003).
배우자와 사별 후 애도의 기간을 보낸 후 대부분 어느 정도 적응을 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전보다 행복해지는 사람들도 있다(Lucas와 동료들, 2003).

이렇게 다양한 경우의 평균을 구하면 결혼은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내려질 수 있지만, 결혼을 누구와 해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등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이러한 결론은 현실과 괴리를 보일 수밖에 없다. 

사회문화적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두 번째로 한 개인의 객관적인 상황에는 그 사람이 개인적으로 어떤 조건을 갖추고 있는 가와는 별개의 부분이 존재한다. 바로 누군가가 어떤 나라, 어떤 사회적 환경에서 살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행복 연구에서 거듭 볼 수 있는 가장 일관된 발견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어느 나라의 국민인가에 따라 사람들의 평균 행복 수준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일인당 GDP에 따라 국민들의 평균 행복도가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Inglehart와 동료들, 2008).
일인당 GDP에 따라 국민들의 평균 행복도가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Inglehart와 동료들, 2008).

이는 나라의 경제력에 따라 평균 행복도가 달라지는 것을 보여주는 그래프이지만 추가적으로 주목해 봐야 할 점은, 같은 경제력을 지니고도 더 행복한 나라와 더 불행한 나라가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작용하는 것이 바로 사회문화의 힘이다. 개인의 선택과 인격을 존중하면서도 따뜻하고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사회인가, 여유를 가지고 서로를 돌보는 사회인가, 평등하고 안전한 사회인가 등이 사회문화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Schimmack 교수팀은 객관적 조건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10%라는 결론은 과소평가된 수치라고 말한다. 몇몇 가지 객관적인 조건들의 단순 평균만 본 채로, 그것도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의 영향력을 완전히 무시한 채 내려진 결론이라는 말이다.

'노오력'만을 요구한다면

‘노오력’이라는 신조어를 들어본 적 있는지 모르겠다. 이미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살기가 힘든 것은 노력을 더 하지 않아서이니 더 노력하라고 말하는 기성세대나 기득권층을 꼬집는 단어이다. 동시에 죽어라 노력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사회구조를 풍자한 말이기도 하다.

나는 객관적인 삶의 조건은 중요하지 않으니 남들에게 친절을 베풀고, 마음을 챙기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목표를 추구하며 더 행복해지라는 심리학자들의 이야기에 이상하게 ‘노오력’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마음을 챙기고 감사하고 친절을 베풀면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손쉽게 하기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많은 사람들의 삶이 너무 척박하지 않을까? 

행복을 위한 노력이 ‘노오력’이 되어버리거나, 행복을 위한 지침들이 구름 위를 떠다니는 탁상공론이 되지 않으려면 객관적인 삶의 환경이 행복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삶의 환경은 중요하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수많은 연구 결과가 어느 나라에 살고 있는가에 따라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정도가 달라진다고 말하고 있다. ‘돈’의 역할도 작지 않다. 내가 개인적으로 돈이 없다면, 각종 인프라나 복지가 잘 갖추어져 있도록 내가 살고 있는 나라라도 부유해야 한다. 또 서로를 믿고 존중하며, 평등하고 무엇보다 따뜻함이 있는 사회문화적 환경에 둘러싸여 있을수록 사람들은 행복하다. 만약 사회가 그렇지 않다면, 개인적인 관계에서라도 이런 것들을 경험할 수 있어야만 한다.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내 삶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생각해 보자. 경제력을 포함한 외적인 조건이 불만족스럽다면, 개인적인 문제이든 사회적인 문제이든 개선해 나가고자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나를 둘러싼 환경이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객관적인 조건에만 매달리는 것 또한 부질없는 일이 될 수 있다. 나의 일상생활과 인간관계, 사고방식 등을 살펴보고 이를 보다 따뜻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다른 사람을 위해 친절을 베풀고, 지금 이 순간에만 누릴 수 있는 ‘소확행’도 즐기면서 말이다.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행복의 가장 큰 부분은 타고난 기질이나 성격에 있다지만, 노력을 통해 만들어나갈 수 있는 마음가짐과 습관에도 있다. 그리고 우리 일상생활을 결정짓는 또 다른 강력한 힘인 경제적 자유를 포함한 삶의 외적 조건에도 있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나에게는 지금 무엇이 필요할까?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이 ‘노오력’이 되지 않으려면, 냉철하게 한 번 따져보자. 그리고 노력하자. mind

    <참고문헌>

  • Inglehart, R., Foa, A., Peterson, C., & Welzel, C. (2008). Development, freedom and rising happiness: A global perspective (1981-2007).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3(4), 264-285.
  • Lucas, R. E., Clark, A. E., Georgellis, Y., Diener, E. (2003). Reexamining adaptation and the set point model of happiness: Reactios to changes in marital statu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4(3), 527-539.
  • Lyubomirsky, S., Sheldon, K. M., Schkade, D. (2005). Pursuing happiness: The architecture of sustainable change. Rieview of General Psychology, 9(2), 111-131.
  • Schimmack U., & Kim, H. (2013). Do aspirations and  adaptations impede the maximization of happiness? In Human Happiness and the Pursuit of Maximization (pp. 115-129). Springer, Dordrecht.
김여람 ‘민사고 행복 수업’ 저자 사회 및 성격심리학 MA
민족사관고등학교에서 4년간 심리학 교사로 재직하였다. 행복을 주제로 하는 긍정심리학을 중심으로, AP심리학(심리학개론), 선택교과심리학, 사회심리세미나, 심리학논문작성 등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였으며 진학상담부의 상담교사로서 아이들과 많은 고민을 나눴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민사고 행복 수업'이라는 책을 출간하였고, 현재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심리학 교과서를 집필 중이다. 재미있고 유익한 심리학 연구들을 보다 많은 이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계속하고자 한다. 연세대에서 경영학과 심리학을 이중전공하였으며 동 대학원에서 사회 및 성격심리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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