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어떤 행복을 추구하고 있나?
상태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인은 어떤 행복을 추구하고 있나?
  • 2020.09.03 11:15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의 성인들은 어떠한 종류의 행복을 추구하고 있을까? 그리고 어떤 종류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가장 행복하다고 느낄까? 한국인의 7가지 행복 추구 유형을 분석한 최신 연구를 소개한다.

한국인의 행복 성향

살아가는 모습은 매우 다르지만, 인생의 목표가 “행복”이라는 것은 모두의 공통점일 것이다. 그러나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아마 인구수만큼 다른 답이 있을지 모른다. 같은 답을 했더라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때, 어떤 상황에 놓여 있을 때 행복한지 머릿속에서는 모두가 다른 상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비슷한 성향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유형을 구분할 수는 없을까? 국제환경연구·공중보건 저널 (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2020년 2월호에 게재된 한국 성인의 7가지 행복 추구 유형 연구를 소개한다.

한국인의 정감어린 삶을 즐겨 표현해온 김호석 화백(1957년생)의 ‘키재기-꿈꾸기’란 작품이다.
한국인의 정감어린 삶을 즐겨 표현해온 김호석 화백(1957년생)의 ‘키재기-꿈꾸기’란 작품이다. 

이 연구는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도영임 교수와 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과 정지범 교수가 공동으로 진행하였다. 연구진은 먼저 비교적 높은 행복 수준을 가진 사람들의 심층 인터뷰와 포커스 그룹인터뷰를 진행하고, Q 방법론*을 통해 7가지 한국인의 행복 추구 유형을 도출했다. 그리고 대규모 설문조사를 통해 이러한 유형화 결과를 일반화할 수 있는지 확인하였다. 연구 결과로 제시된 한국인의 7가지 행복 추구 유형은 아래와 같다. 이러한 유형구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변화해 가는 것이다. 또한, 설문 문항에 응답한 점수를 토대로 우선순위를 가른 것이기 때문에 한 사람에게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1. 자아실현형 (Self-actualization): 자아실현형은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는 창조적인 일에서 삶의 에너지를 얻는다. 그들은 뚜렷한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할 수 있고 숙련된 전문성을 발휘하는 일을 추구한다. 일과 가족, 취미, 사회 참여에 균형을 중시한다. 반면에 사회의 인정이나 금전적 가치에 의해 조종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 무력해진다. 그들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없는 제한된 환경에서 쉽게 좌절감을 느낀다. 
     
  2. 소속감 지향형 (Belongingness): 소속감 지향형은 가치관이 일치하는 사람들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소속감을 느끼며 살아갈 때 행복하다.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을 기꺼이 돕고, 작은 것에서 만족을 찾는 낙관성을 가지고 있다. 한편 수줍어서 공동체 사람들과 잘 지내지 못하거나, 속하고 싶은 공동체에서 거부당할 때 불행해진다. 수평적 가치를 지녔기 때문에 계층적이고 조직적인 환경에서의 압박을 잘 견디지 못한다. 
     
  3. 소명 추구형 (Mission): 소명 추구형은 삶의 목적과 의미를 실천할 때 행복한 사람들이다. 소명 의식을 가지고 모범적인 삶을 살며, 스스로 삶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중요시한다. 인생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책임을 다할 수 있을 때 행복하지만, 삶의 목적이 불분명할 때는 불행하다. 또한, 자신의 소명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물질적 가치에 의해 조건화되어 살아가야 할 때 혼란스러워한다. 통제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나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력감과 고통을 느낀다. 
     
  4. 타인 인정형(Social recognition): 타인 인정형은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고, 타인에게 인정받을 때 행복하다. 목표지향적이며 노력을 통해 성취할 수 있을 때 기뻐한다. 그러나 사회적인 인정을 지나치게 의식해서 갈등 상황이 있을 때 견디기 힘들어한다.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진정한 자신을 드러내기 쉽지 않다.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을 때 쉽게 낙담한다. 
     
  5. 문화 향유형(Enjoyment): 문화 향유형은 문화와 예술을 음미하고, 과거나 미래보다는 현재 삶을 즐기는 것을 중시한다. 경쟁과 경제적 성공 등 외적 가치보다는 정서적인 행복과 풍요로움, 삶의 여유가 중요하다. 여행, 문화, 취미 생활 등의 여가생활을 추구하지만, 직장, 결혼 생활과 같은 사회적 규범에 묶여 있을 때 불행함을 느낀다. 또한, 외부에서 시간적 압박이 강요되는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한다.
     
  6. 물질적 성공형(Material success): 물질적 성공형은 물질적 성공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가족 중심적인 삶을 추구할 때 행복을 느낀다. 사회적 규범에 맞추어 성공적 삶의 기준과 일치하는 생활을 할 때 만족한다. 직업이나 소득이 불안정하거나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불행함을 느낀다. 돈의 소유 정도에 따라 내적 자부심이 달라지고, 약자를 보호한다거나 공익에 헌신하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기대한 만큼 부를 얻더라도 허전하고 채워지지 않는 느낌을 받기 쉽다.
     
  7. 자녀 양육형(Parenting): 자녀 양육형은 자녀가 자신의 기대에 맞추어 성장해 다른 이들에게 칭찬받을 때 행복하다. 이들의 삶에서 중요한 관심사는 바로 자녀 양육이며, 자녀와 좋은 관계일 때 모든 것이 잘 되어간다고 느낀다. 그러나 자녀를 통제하려는 강박관념이 강해 자녀가 성장해서 통제를 벗어나게 될 때 갈등을 겪기 쉽다.

약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 단위 설문조사 결과, 자아실현형(30.1%)이 전체 인구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다음은 물질적 성공형(16.5%), 소속감 지향형(14.4%), 소명 추구형(13.1%), 자녀 양육형(10.9%) 문화 향유형(10.5%) 타인 인정형(4.4%) 순이었다. 나이 대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었는데, 소속감 지향형이 평균 나이가 가장 적었고, 문화 향유형이 평균 나이가 가장 높았다. 남녀 비율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 유형도 있었다. 타인 인정형은 남성의 비율이 높았고, 문화 향유형은 여성의 비율이 높았다.

소득과 행복의 관계

연구진은 설문조사 결과에서 흥미로운 사실 두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가계 소득에 대한 본인의 인식과 실제 소득 간의 차이이다. 소득에 대한 인식은 “우리나라 가구 소득수준을 1~10으로 구분할 때, 귀하의 가구의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에 대해 1부터 10중에 선택하게 한 것이다. 그리고 실제 소득은 월평균 세전 소득을 만원 단위로 직접 작성하게 했다. 7가지 유형은 실제 소득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소득에 대한 인식은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 물질적 성공형과 자녀 양육형이 본인의 가계 소득을 낮게 평가한 것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비록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은 아니었으나, 물질적 성공형의 실제 소득의 평균이 가장 높았다.

두 번째 흥미로운 점은 스스로 인식하는 행복 수준에서 나타났다. 스스로 인식하는 행복 수준은 “현재 모든 것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로 행복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하는 질문에 1점(전혀 행복하지 않다)부터 10점(매우 행복하다) 중에 선택하는 것이었다. 아래의 그림은 행복 수준이 가장 높았던 유형부터 낮았던 유형까지를 그래프로 보여준 것이다. 소명 추구형이 현재 삶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타인 인정형이 가장 낮았다. 물질 성공형, 자녀 양육형도 낮은 편이었으며, 소속감 지향형, 문화 향유형, 자아실현형도 높은 축에 속했다. 

유형별 스스로 인식하는 행복 수준. 위에서부터, 소명 추구형, 소속감 지향형, 문화 향유형, 자아실현형, 자녀 양육형, 물질 성공형, 타인 인정형 순으로 나타났다.
유형별 스스로 인식하는 행복 수준. 위에서부터, 소명 추구형, 소속감 지향형, 문화 향유형, 자아실현형, 자녀 양육형, 물질 성공형, 타인 인정형 순으로 나타났다.

가치의 중요성

식민지와 전쟁을 딛고 급격한 경제 발전을 일구어온 한국에서 “돈”은 인생의 목표이자 행복의 척도로 여겨져 왔다. 기존에 행복과 관련한 연구도 특정 소득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소득과 행복은 비례한다고 보고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주관적 인식을 중심으로 다시 행복을 살펴보면, 물질적 성공과 사회적 인정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행복 수준이 높지 않았다. 이는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행복해진다 할지라도, 돈을 행복의 목표로 추구하면 행복은 오히려 멀어질 수 있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앞으로는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도 행복의 척도를 구하는 공식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이 연구는 정책적으로 다양한 국민들의 행복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 준다. 또한, 개인들에게는 자기 자신에 대해 이해하고,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각자는 세상과 자신을 인식하는 주관성의 렌즈를 끼고 있다. 렌즈를 벗는 게 불가능하다면, 렌즈를 조금 바꿔보면 어떨까? 기왕이면 우리가 좀 더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Q 방법론은 1953년 스티븐슨(Stephenson)이 창안한 주관성(Subjectivity) 연구방법이다. 이 방법론은 특정한 상황 속에서 각기 다른 개인들이 경험하는 주관적인 관점, 의견, 신념, 태도, 자아, 행복 등에 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접근 방법을 제공한다. 기존의 요인 분석 방법이 특정한 변인 간의 상호 관계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Q 방법은 ‘행동하는 사람 혹은 경험하는 사람 전체’ 즉 개인의 심리적, 사회적, 문화적, 생태학적 맥락을 포괄하는 주관성을 연구의 초점으로 삼는다. mind

   <참고 문헌>

  • Doh, Y. Y., & Chung, J. B. (2020). What Types of Happiness do Korean Adults Pursue?—Comparison of Seven Happiness Types. 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17(5), 1502. https://www.mdpi.com/1660-4601/17/5/1502
이세연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박사과정 중노년 웰빙및게임 연구
어떻게 하면 IT기술이 시니어를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 지, 어떻게 서로 다른 세대를 연결시켜 줄 수 있을 지 관심이 많다. 현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Games and Life Lab에서 심리학과 커뮤니케이션학을 기반으로 노년층과 게임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