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워서 놓치기 싫거나 특별해지고 싶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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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워서 놓치기 싫거나 특별해지고 싶거나
  • 2024.01.12 15:42
'한정판!' 이 설레는 세 글자에 오늘도 지갑을 열고 있는 당신에게, 회소성의 심리학적 가치를 이야기한다.

희소성scarcity은 무언가에 대한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은 것을 말한다. 단지 드물고 특이한 것이 아니라, 원하는 만큼 충분히 가질 수 없는 것으로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개념이다. 심리학, 경제학, 그리고 마케팅 영역에서의 희소성은 ‘희귀하거나 진귀한 것’의 의미로 통용되며, 희소성으로 제품이나 브랜드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기에 유용한 마케팅 전략이 된다.

심리학 관점에서, 희소성이 가진 힘은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내가 원한다고 해서 언제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그것을 원하는 사람이 많은 상황이거나 기회의 불확실성이 높은(예, 언제 또다시 이런 기회가 주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일 때 희소성에 더 높은 가치가 부여된다. 따라서 이 희소성은 내가 희소한 ‘그것’을 가질 가능성에 대한 판단과정에 영향을 받는다. 

둘째, 희소한 ‘그것’을 내가 가졌을 때 나 역시 특별해지거나 다른 사람들에 비해 우월해질 수 있기에 희소한 그것의 가치가 높아진다. 원하는 사람은 많은데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 혹은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을 ‘득템(得-item)’하는 것은 소비자를 열광하게 한다. 예전에 허니버터칩이 그랬고 곰표 맥주가 그랬다. 이 희소성은 내가 그것을 구했을 때 느끼는 기쁨,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있을 때 얻을 수 있는 부가적인 효과에 의한 것이다. 

1958년 소더비 경매에서 단 45파운드(7만 3천 원)에 팔렸으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으로 알려지며 2017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4억5천만 달러(약 5천억 원)에 낙찰된 「살바토르 문디」. 희소성은 가치를 올린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살바토르 문디」, 1505년 경. 나무판자에 유채.
1958년 소더비 경매에서 단 45파운드(7만 3천 원)에 팔렸으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으로 알려지며 2017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4억5천만 달러(약 5천억 원)에 낙찰된 「살바토르 문디」. 희소성은 가치를 올린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살바토르 문디」, 1505년 경. 나무판자에 유채.

희소성, 시간적·수량적으로 한정짓기

마케팅 측면에서 희소성 메시지는 시간 한정 메시지와 수량 한정 메시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시간 한정 메시지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흔한 예로, 특가세일 ‘마감 임박’이며,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함으로써 희소성을 부여하는 전형적인 기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한된 시간이 객관적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한 달이 매우 넉넉한 시간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매우 촉박한 시점일 수 있다. 또한 일주일 뒤의 데이트는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고 느낄 수 있지만 낯선 나라로 가는 해외여행 준비를 일주일 안에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음으로, 수량 한정 메시지는 재화의 수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수요에 의한 수량 한정과 공급에 의한 수량 한정으로 나뉜다. 수요-한정은 시장의 수요가 높아 발생하는 품귀현상을 강조하는 것이다.

반면 공급-한정은 시장에 공급된 재화의 물량 자체가 부족하기에 발생한 품귀현상을 말한다. 허니버터칩이나 곰표 맥주처럼 출시 초기에 물량 부족 때문에 주로 발생하지만, 처음부터 마케터(또는 공급자)가 작정하고 한정된 수량만 출시하기도 한다. 부가티와 같은 하이퍼카와 같은 럭셔리 제품군뿐만 아니라, 저가의 제품군에서도 특별한 의미나 가치를 담은 한정판을 출시하기도 한다. 

같은 상품이라도 ‘한정판’이라는 라벨이 붙으면 그 희소성은 올라가고, 그 가치도 함께 올라간다. 사진=펙셀
같은 상품이라도 ‘한정판’이라는 라벨이 붙으면 그 희소성은 올라가고, 그 가치도 함께 올라간다. 사진=펙셀

손실 혐오와 자존감의 고양

희소성 메시지를 통한 구매 촉진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아까워서 놓치기 싫은 심리를 이용하거나 남들과 달리 특별해지거나 남들보다 우월해지고 싶은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자는 손실-혐오와 관련되어 있고, 후자는 자존감과 관련되어 있다. 

먼저, 놓치기 싫은 심리로 설명하자면, 많은 경우에 희소성 메시지는 가격 할인이나 다양한 유형의 판촉(사은품 제공 등)과 함께 강조되며, 이 경우 손실 프레이밍을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다. 예를 들어, ‘서두르지 않으면 50% 가격 할인을 놓친다’가 ‘지금 구매하면 50% 가격 할인 혜택을 가질 수 있다’보다 효과적이다. 놓치는 것을 더 아깝게 만들수록 더 많은 소비자가 더 서둘러서 구매할 것이다. 

다음으로, 특별해지고 싶은 심리로 설명하자면, 특별 한정판은 자존감이 손상된 소비자들에게 더 효과적이다. 여러 가지 원인과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 때문에 자존감이 낮아질 수 있으며, 이때의 소비는 자존감을 높이는 방편으로 활용된다. 가장 쉬운 예로는 불경기일수록 특별 한정판 마케팅 효과가 커지는 것을 들 수 있다.

덧붙여,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MZ세대에게서 ‘특템’ 소비가 더 열광적으로 나타나는 것 또한 같은 현상이다. 이 경우 예방적(혹은 방어적) 자기조절 초점을 사용하는 것이 향상초점의 광고 메시지보다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손상된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은 방어적 초점(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적인 것)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mind

 

※ 본 기사는 교수신문과 공동 기획으로 진행하는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의 기사입니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에 대해 심리학 전문가들이 다양한 시각과 분석을 통해 독자의 깊이 있고 입체적인 이해를 도울 것 입니다. 본 기사는 여덟 번째 주제로, '광고, 심리학을 입다'를 다루고 있습니다. 본 기사는 교수신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부수현 경상대 심리학과 교수 소비자 및 광고심리 Ph.D.
중앙대 심리학과에서 소비자 및 광고 심리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현재 경상대 심리학과에 교수로 재직중이다. 왜 점심보다 비싼 디저트를 사먹는지? 왜 예쁜 쓰레기를 가지고 싶어하며, 끝내 허탈한 탕진잼의 유혹에 넘어가는지? 등과 같은 일상 생활속 비합리적 소비행동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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