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광고 전략, 틀을 만들어 틀에 가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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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광고 전략, 틀을 만들어 틀에 가두다
  • 2023.12.14 14:11
소비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오늘도 매 순간 어떤 상품을 구매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한다. 이 고민과 결정의 과정에서 우리는 온전히 합리적이고 논리적일 수 있을까? 우리의 소비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광고 전략에 대해서 이야기해본다.

소비자는 합리적인가? 비합리적인가?’ 소비자의 의사결정에서 빠지지 않는 중요한 화두이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는제한된 합리성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다는 것이 결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소비자광고심리를 전공한 사람으로 누구보다 합리적일 것이라고 자부 아니 자만했다. 너무나 자만했던 것일까? 아주 사소한 것에 의해 합리적이지 못한 결정을 내린 필자 자신을 보며, 반성과 함께 할인광고에 대한 연구에 주목하게 되었다.

프레이밍 효과, 나를 틀에 가둔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물이 반이나 남았네? 혹은 물이 반밖에 안 남았네라는 예시가 있다. 이 예는 동일한 상황이라도 질문의 방식이나 문제를 제시하는 방법에 따라 사람들의 판단이나 선택이 달라지는 현상을 말하며, 이를 구성··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라고 한다. 일단 틀frame이 만들어지면 사람들의 사고나 행동은 그 틀 안에서 움직인다.

이러한 프레이밍은 할인 광고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됨으로써 소비자를 틀 안에 가둬버린다. 마케터는 가격할인·쿠폰제공·리베이트 등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틀을 사용하여 판매 촉진 광고에 적용한다. 이때 어떤 판매 촉진 틀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가치 지각과 구매 의사결정이 달라진다. 실제 동일한 가격할인의 경우에도 할인 정보를 어떻게 제시하는지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진다. 이를테면, 가격할인을 할인금액(, 3천 원 할인)으로 제시할 때와 할인비율(, 30% 할인)로 제시할 때 소비자의 할인에 대한 평가가 다르게 나타난다. 이처럼 동일한 가격할인을 하더라도, 소비자에게 어떻게 메시지를 프레이밍 하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선호가 달라진다.

그림 속 주인공은 비평이라는 틀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생각보다 정보가 제공된 틀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페레 보렐 델 카소, 「비평으로부터 탈출」 1874, 캔버스에 유채.
그림 속 주인공은 비평이라는 틀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생각보다 정보가 제공된 틀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페레 보렐 델 카소, 「비평으로부터 탈출」 1874, 캔버스에 유채.

금액 프레임에 낚였다

합리적인 소비자라고 자만했던 필자도 위와 같은 프레이밍 전략에 갇혀 궁극적으로는 총할인 금액은 낮지만, 나름 만족스러웠다고 판단하고 구매를 종료했던 경험이 있다. 필자는 장바구니에 담긴 제품을 모두 선택 후, 결제 단계에 갔을 때 고맙게도 해당 브랜드에서는 필자에게 두 장의 사용 가능한 할인쿠폰을 제공하였다. 그 당시 ‘5,000원 할인쿠폰 ‘7% 할인쿠폰이 제시되었는데, 대략적으로 계산해보니 정확히 얼마인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 7% 할인쿠폰보다는 5,000원 할인쿠폰은 커피 한 잔을 아낄 수 있고, 한강에 가서 라면 한 그릇을 사 먹을 수 있고, 심지어 로또도 한 장 살 수 있는 5,000이라는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5,000원 할인쿠폰이라니, 이 할인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역시 나는 합리적인 소비자야하고, 5,000원 할인쿠폰을 선택하고 모든 구매 여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호기심으로 ‘7% 할인이면 금액이 얼마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계산기를 눌러보았다. 몇백원 차이였지만, ‘7% 할인쿠폰이 더 큰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할인 광고에서 가격 할인을 할 경우 이를 할인금액(2,000원 할인)으로 표시할 수도 있고 할인비율(20%)로 표시할 수도 있는데, 전자를 금액 프레임dollar or $ frame, 후자를 비율 프레임percent or % frame이라 한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금액(또는 비율) 프레임으로 제시된 경우에 가격할인을 더욱 호의적으로 평가한다.

뇌는 가성비 좋은 결론을 원한다

그렇다면 왜 소비자는 금액과 비율에 따라 의사결정이 달라질까? 어떤 심리적 기제로 인해 금액 프레임이 더 효과적일까? 그 이유는 금액 프레임이 소비자가 받는 금전적 이득을 더 직관적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처음 화두로 던진 것처럼 소비자가 체계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로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는 상황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일반인의 의사 결정은 최소한의 인지적 노력을 투입하여 가성비 좋은 결론을 얻고자 한다. 가격 할인 광고를 접하는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나름의 좋은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소비자는 인지적 전략 즉, 휴리스틱을 사용한다. 특히 위와 같은 금액과 비율 프레이밍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소비자가 활용하는 이용가능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에 기인한다. 이용가능성 휴리스틱이란 사람들은 어떤 사건의 빈도나 발생 확률을 판단할 때 실제의 발생 빈도(객관적 정보)에 근거하기보다는 그 사건과 관련된 구체적인 예나 연상이 얼마나 쉽게 떠오르느냐, 구체적인 예가 얼마나 쉽게 인출되느냐, 혹은 얼마나 그 예를 구체적으로 구성할 수 있느냐에 근거하여 판단하는 경향을 의미한다.

동일한 노트북을 할인 행사 중이다. 한 개는 금액으로, 다른 한 개는 비율로 할인 중이다. 어떤 물건을 사겠는가? 그림=DALL-E
동일한 노트북을 할인 행사 중이다. 한 개는 금액으로, 다른 한 개는 비율로 할인 중이다. 어떤 물건을 사겠는가? 그림=DALL-E

앞서 필자의 실제 사례처럼 애매모호한 7% 할인이라는 추상적인 상황보다는 5,000원 할인이라는 5,000원의 기회비용에 대한 가치가 구체적인 사례로 빠르고, 쉽게, 그리고 상세하게떠오르다보니 5,000원의 가치가 더 높게 판단되어진 것이다.

이를 실증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노트북 구매 상황에서 소비자가 금액 할인 광고를 접한 조건과 비율 할인 광고를 접한 조건에서 어떤 상황이 더 매력적인 할인 상황인지, 그리고 어떤 할인 광고를 하는 곳에서 노트북을 구입할 것인지, 할인이 얼마나 가치 있다고 판단되는지 등을 측정하였다. 연구결과 실제 연구에서도 비율 할인이 실제 총 할인금액이 약간 더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피험자들은 금액 할인 광고를 본 상황을 더 많이 선호하였으며, 비율보다는 금액할인 광고 상황이 할인의 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이용가능성 휴리스틱에 근거하여 제시한 할인 광고 프레이밍 효과가 차별적으로 나타났음을 알 수 있다.

광고 전략, 그 중심에 선택과 집중이 있다

이 글을 통해 필자는 소비자의 이해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다면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광고를 집행할 수 없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그것이 가격과 관련된 것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소비자의 의사결정이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속임수를 써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의 의사결정이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깐깐하지 않을 수 있으며, 몇 백원의 최종 금액의 할인보다는 그 상황에서 만족감을 얻었다면 소비자에게는 충분할지도 모른다.

결국 광고 전략을 집행하는 데 있어서 소비자의 만족을 이끌어내기 위한 집행자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소비자의 의사결정이 금액 프레임과 비율 프레임에 대한 상대적인 선호는 제품의 가격, 할인비율, 소비자의 인지 욕구 등에 따라 그 차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도 역시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mind

※ 본 기사는 교수신문과 공동 기획으로 진행하는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의 기사입니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에 대해 심리학 전문가들이 다양한 시각과 분석을 통해 독자의 깊이 있고 입체적인 이해를 도울 것 입니다. 본 기사는 여덟 번째 주제로, '광고, 심리학을 입다'를 다루고 있습니다. 본 기사는 교수신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김은호 전북대 심리학과 교수 소비자광고심리학 ph.D
중앙대에서 소비자광고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효과적인 브랜드 관리를 위한 소셜미디어 광고 전략, 공인연계마케팅 촉진을 위한 설득 커뮤니케이션, 소비자 의사결정 과정, 소비과정에 따른 검색광고 전략 등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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