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타인의 정보 가치는 더 커진다
상태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의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타인의 정보 가치는 더 커진다
  • 2024.03.08 18:56
"질렀어. 옆에 사람이 살 것 같아서. 괜히 돈을 썼나?" 오늘도 충동 구매로 후회하는 이들을 위해 쇼핑 세계에서 타인이 갖는 정보 가치에 대해 이야기 해 본다.

오늘날 우리는 처음 방문하는 낯선 곳을 갈 때 핸드폰을 꺼내 검색한다. 또 그곳에서도 끼니마다 어느 식당을 방문할지 무엇을 먹을지 검색하고, 식당에 들어간 뒤에도 다른 사람이 많이 시키는 메뉴가 무엇인지 점원에게 물어 안내를 받는다.

왜 이렇게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행동에 관심을 갖고 따라하는 행동을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일관된 행동이 나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정보적 가치를 갖게 된다.

타인의 정보는 내 선택의 길잡이

특히 온라인 환경은 제품을 직접 볼 수 없는 상태에서 구입하는 상황으로, 제품을 결제하는 시점과 실제 소유하는 시점이 멀어지는 불확실성이 높은 소비 환경이다. 더욱더 타인의 행동을 살피고 따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예컨대 온라인에서 다른 사람이 남긴 리뷰 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제품을 선택했는지 여부를 알게 해주는 사용자 생성 제품 정보로써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주는 결정적 단서로 활용된다.

뿐만 아니라, 제품에 대한 정보를 다 처리하여 제품에 대한 긍정적 태도가 형성됐음에도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의 구매 행동을 촉진 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는 소비자들이 기업이 제공한 정보보다 다른 사람이 사용한 제품정보를 더 신뢰하는 현상과 일맥 상통한다.

우리는 타인의 행동에서 많은 정보를 얻어 사용한다. 소비의 장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림=DALL.E
우리는 타인의 행동에서 많은 정보를 얻어 사용한다. 소비의 장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림=DALL.E

그렇다면 이런 다수의 영향력은 소비 상황에서만 나타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소비 맥락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불안한 상황에 놓이거나 두려움을 경험할 때 검색을 한다. 이때 검색을 하는 이유 또한 나와 같은 사건을 경험한 사람이 있는지 그리고 그들은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는지를 살펴보기 위함이다. 재밌는 것은 현재 나의 상황이 달라지거나 해결된 것이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와 같은 상황에 놓인 다수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온 국민이 선택한’ 그 상품, 나도 사야 하는 것

이렇게 의사결정과정에서 타인을 따라 하는 행동의 이유를 이해하려면 ‘사회적 증거 원칙’을 살펴봐야 한다. 이 원칙에 따르면 사람들은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다른 사람들이 내린 판단을 근거로 삼는다는 것이다Lun et al., 2007.

광고주는 이러한 사회적 증거의 원칙을 이용하기 위해 ‘최대 판대’, ‘몇천만 국민이 선택한 그 제품’ 등과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 또한 인기 제품이라고 안내하거나 누적 판매 수를 보여주는 것 또한 사회적 증거 원칙을 활용한 예이다.

이런 표현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 제품을 우수한 제품으로 인정하고 선택했다는 충분한 증거가 되며 소비자에게 옳은 선택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영업 사원도 구매를 권유할 때, 이미 제품을 구매한 기존 고객을 최대한 많이 제시하라고 교육을 받는다.

타인의 공통된 행동은 따라야 할 규범

또한 ‘사회적 증거 원칙’은 규범적 영향력을 설명할 수 있다. 사회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행동하는 것은 하나의 사회적 규범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모든 사회 집단 속에는 규범이 존재하며 규범은 명시적 규범과 암묵적 규범으로 구분할 수 있다. 명시적 규범은 집단 속에서 명확하게 규범이 제시되는 것이며, 암묵적 규범은 다수의 일관된 행동을 통해 형성된 규범이다.

이는 다수의 일관된 행동은 사회 속에서 하나의 규범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집단 속에서 규범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 집단이나 사회 속에서 어떤 행동이 옳고 그른지를 결정해야 할 때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 말은 다수의 행동을 따르지 않는 것은 옳지 못한 행동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집단 속에서 배제된다는 두려움까지 들게 할 수 있다. 따라서 다수의 행동을 내가 이행하지 않았을 때 사람들은 심리적 압박감을 경험하게 되므로 다수와 일치하는 행동을 통해 같은 무리라는 소속감을 갖고자 한다. 이런 소비 심리로 많은 사람들이 구입한 제품을 더 소유하고 싶은 강한 동기가 생긴다.

인터넷으로 소비 활동이 이뤄지는 오늘날, 상품을 고르기 위해 우리는 많은 타인의 정보에 의존한다. 그림=DALL·E
인터넷으로 소비 활동이 이뤄지는 오늘날, 상품을 고르기 위해 우리는 많은 타인의 정보에 의존한다. 그림=DALL·E

일반적으로 소비는 제품을 구매한 뒤 나에게 올 혜택과 이득을 예측하여 결정하는 행위다. 그러나 내가 긍정적 결과를 예측해서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결국 소비란 내가 예측한 결과가 과연 나에게 올지 안 올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결정하는 행위인 것이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무수히 많은 정보 홍수 속에서 이런 소비의 불확실성은 더 가속화될 수 있다. 어떤 정보를 믿고 주의를 기울여 선택해야 하는지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행동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정보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려는 경향성이 있으며,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이를 더 가속화시키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사회적 증거 메시지가 사용되는 방법

이런 맥락에서 기업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사회적 증거로 제시하여 소비자의 구매 행동을 이끌어 내려고 한다. 현재는 소비 평점과 후기 작성 및 인플루언서 협찬에 의존한 광고전략을 세우고 있으나, 몇 가지 방식을 소비자에게 지속적으로 노출시킬 경우, 소비자는 이와 같은 방식에 익숙해져 순응하는(반응하지 않는) 상태가 될 수 있다. 그럴 경우 단순 광고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적 증거 메시지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 타인의 후기와 협찬은 다른 사람의 경험을 엿볼 수 있는 방법이기는 하나 다수의 영향력인 사회적 증거 원칙의 힘이 적용되기는 다소 부족하다. 따라서 구매 수를 좀 더 명시적으로 제시하거나 구매한 사람이 다수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 좀 더 직접적인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효과는 온라인 공간에서 더 강력하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온라인 생태계와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하여 적합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mind

    <참고문헌>

  • Lun, J., Sinclair, S., Whitchurch, E. R., & Glenn, C. (2007). (Why) do I think what you think? Epistemic social tuning and implicit prejudic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3(6), 957-972.

※ 본 기사는 교수신문과 공동 기획으로 진행하는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의 기사입니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에 대해 심리학 전문가들이 다양한 시각과 분석을 통해 독자의 깊이 있고 입체적인 이해를 도울 것 입니다. 본 기사는 여덟 번째 주제로, '광고, 심리학을 입다'를 다루고 있습니다. 본 기사는 교수신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박태희 중앙대 심리학과 강사 소비자/광고 심리 ph. D
중앙대에서 소비자 및 광고 심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소비 맥락에서 타인의 영향력에 관한 다수의 연구를 발표했다. 최근에는 온라인 소비에서 타인의 영향력을 살펴보기 위해 리뷰 효과와 소셜미디어에서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마케팅과 친환경 소비에 관한 공익 연구에도 관심을 두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