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상태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복수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 2020.10.22 08:00
도움을 준 사람에게는 보답을하고 해를 끼친 사람에게는 보복을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런데 인간은 아무래도 보답보다는 보복을 우선시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아동 실험을 통해 인간은 보답과 보복 중 어떤 것을 먼저 배우는지, 사회적 규범 훈련을 통해서 보답을 중요시하는 긍정적 상호작용 향상이 가능한 지를 알아보았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tit for tat' 누구나 들어봤을 '받은 대로 갚아 준다'는 뜻의 이 속담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문화 내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는 직접적 상호성direct reciprocity* 의 원칙을 내포하고 있는데, 직접적 상호성 원칙은 나에게 도움을 준 사람에게는 보답報答하고, 나에게 해를 끼친 사람에게는 보복報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직접적 상호성 원칙은 사회 교류의 중요한 요소로서 사회에서 협력이 발전하게 된 메커니즘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직접적 상호성은 언제부터 발달하는 것일까요? 보답하는 상호성이 먼저 발달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보복을 하는 상호성이 먼저 발달할까요?

아동의 상호성 연구

긍정적 부정적 상호주의의 발달을 이해하기 위해서 발달 초기 단계인 아이들의 상호성 규범을 살펴봐야 합니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이 상호성 규범을 이해하고 있는지, 이해한다면 긍정적 상호성(보답)과 부정적 상호성 규범(보복) 모두를 따르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내집단 편향은 없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이를 규명하기 위해 Chernyak과 동료들은 4세에서 8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다섯 가지 실험을 하였습니다Chernyak et al, 2019.

다섯 가지 실험

연구 1에서는 아이들이 도움을 준 사람에게 보답하고, 해를 끼친 사람에게 보복을 할 수 있는지, 직접적 상호 행동 개입 여부를 살펴보았습니다. 연구 2에서는 보답하거나 보복을 해야만 하는 연구 1와는 달리 상호적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권을 참여자에게 부여하여 상호 행동의 자발성을 검증하였습니다. 연구 3에서는 본인과 유사한 개인에게 상호적 행동이 증가하는지 검증하여 상호 행동의 내집단 편향을 확인하였습니다. 연구 4에서는 아이들이 긍정적 상호 행동 규범을 이해하는지 여부를 확인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연구 5에서는 짧은 사회규범 훈련(예-도움을 받은 이에게 보답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기)을 통해 긍정적 상호 행동을 증가시킬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간략하게 기본적인 실험 설계를 살펴보면, 연구자들은 참여자(4 ~ 8세 아동)에게 다음과 같이 상황을 제시한 후 직접적 상호 행동을 측정하였습니다. 본인을 제외한 타인은 모두 스티커를 가지고 있을 때 누군가 스티커를 준 경우Giving Condition, 다음 섹션에서 받은 스티커를 누구에게 줄 것인지, 본인만 스티커를 가지고 있을 때 누군가 스티커를 뺏어간 경우Stealing Condition, 다음 섹션에서 누구의 스티커를 뺏어올 것인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연구 결과

연구의 주요 결과를 살펴보면, 도움에 대한 보답 비율보다 훔쳐 간 것에 대한 보복 비율이 높았으며(연구 1), 이러한 경향성은 참여자들에게 상호 행동의 선택권을 주었던 연구 2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습니다(연구 2). 약 7세 전까지는 긍정적 상호성과 부정적 상호성 모두 이해를 하고 있었지만(연구 3), 부정적 상호성(보복)과 달리 긍정적 상호성 원칙(보답)은 그들 자신에게 적용하지는 않았습니다(연구 4). 하지만 짧은 사회적 규범 훈련은 어린아이들의 긍정적 상호 행동을 강화했습니다(연구 5).

은혜는 잊어도 원수는 잊지 않는 이유

이런 연구 결과를 통해 인간의 상호주의 발달은 비대칭성을 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부정적인 상호성(보복 경향성) 발달이 선행하는 반면, 긍정적인 상호성(보답 경향성)은 사회 규범을 배운 후 발달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은혜는 잊지만, 원수는 잊지 않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 저자들은 피해를 준 것에 대해 부정 정서를 강하게 경험하기 때문에 정서적 각성이 높아지지만,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정서적 각성이 부정 정서를 경험하는 것보다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영아들조차 타인이 자신들에게 반사회적 행동을 할 경우 더 놀란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Hamli et al., 2010; Vaish et al., 2008.

당신에게 피해를 준 사람들을 처벌하는 이러한 초기 보복 성향은 미래의 피해 방지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부정적 상호주의의 선행 발달은 진화적 측면에서 우리의 생존을 유리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야기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협력이 아닌 보복만 있는 사회는 함께 살아가는 것을 어렵게 만듭니다. 복수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복수의 악순환을 벗어날 방법

다행스럽게도 연구 결과를 보면 우리는 도움을 준 이에게 보답해야 한다는 사회적 규범을 비교적 쉽게 학습합니다. 이런 긍정적 상호주의는 사회적 규범에 의해 학습한다는 본 연구 결과는 사회적 규범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줍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피해 본 상황에서 상대방이 고의적이지 않았다는 걸 인지하면, 복수를 야기하는 부정적인 정서는 감소합니다. 하지만 소통이 부재할 경우 오해는 쌓이고 쌓여 복수할 가능성을 더 높입니다.

상부상조하는 선순환의 사회적 규범을 만들기 위해서 누구보다 먼저 도움을 베풀 수 있는 이타적인 개인이 필요합니다. 오늘 하루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던 은혜는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소통을 통해 그동안 앙심을 품었던 것에 대해 오해를 풀어보는 건 어떨까요? mind

* 사전적 정의상 '호혜'으로 번역되는 것이 옳으나, 호혜성의 사전적 정의상 긍정적인 이득을 서로 주고받는 것을 의미함으로 보복 행동을 하는 부정적 호혜성negative reciprocity 개념과 상이한 부분이 있음. 이에 본 글에서는 호혜성의 긍정적 부정적 개념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상호성으로 표현함.

    <참고문헌>

  • Chernyak, N., Leimgruber, K, L., Dunham, Y. C., Hu, J., & Blake, P. R. (2019). Paying Back People Who Harmed Us but Not People Who Helped Us: Direct Negative Reciprocity Precedes Direct Positive Reciprocity in Early Development. Psychological Science.30(9):1273-1286.
  • Hamlim, J. K., Wynn, K., & Bloom, P. (2010). Three-month-olds shos a negativity bias in their social evaluation. Developmental Science, 13, 923-929.
  • Vaish, A., Grossmann, T., & Woodward, A. (2008). Not all emotions are created equal: The negativity bias in social emotional development. Psychological Bulletin, 134, 383-403.
서예지 한국인성교육협회 전문교수 사회및문화심리 박사 수료
'건강한 사회에 건강한 개인이 존재하며, 행복한 개인이 행복한 사회를 만든다'라는 신념으로 사회변화를 위한 개인의 태도 및 인식변화와 실천에 관해 관심이 있다. 중앙대에서 사회 및 문화심리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한국인성교육협회 심리학 전문 교수로 건강한 사회와 행복한 삶을 위한 인성의 중요성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