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들리는 환상의 소리, 노년기 건강을 위협하다.
상태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디선가 들리는 환상의 소리, 노년기 건강을 위협하다.
  • 2021.02.23 11:00
이명은 노년기 난청과 관계가 깊으며, 많은 노인들이 경험하는 흔한 이과 질환 중 하나입니다. 여러 선행 연구들은 이명이 우울 증상, 삶의 질, 관절 질환 등 전반적인 건강상태와 관계가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나에게만 들리는 환상의 소리, 이명

어디선가 들리는 삐--- 소리. ‘어디에서 나는 소리지?’ 하며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소리의 출처를 알 수 없었던 경험, 혹시 있으신가요? 이와 같이 외부의 소리 자극이 없는데도 소리를 느끼는 증상을 이명Tinnitus라고 합니다. 이명은 귀 안이나 머리 속에서 소리를 느끼는 자각적 청각 질환으로 벌레 우는 소리, 바람 소리,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휘파람 소리, 맥박 소리 등 여러가지 형태의 소리로 느껴지는 질환입니다.

이명은 전체 인구의 약 17% 정도가 경험하고 있으며 특히 노인층에서는 약 30~50%까지 경험하고 있을 정도로 매우 흔한 이과耳科 질환입니다. 젊은 연령층 같은 경우에는 교통사고나 머리 외상에 의해 발병될 수 있지만 노인의 경우에는 외상적 사고 보다는 노화에 의해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난청청력 저하과 관계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령이 증가할수록 노인은 이명의 취약 집단이라 할 수 있으며 갈수록 증가하는 노인 인구의 증가는 이명 노인 환자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Dobie(2003), Langguth et al.(2011), Sullivan et al.(1999)의 연구에 의하면 이명은 노년기 정신 건강과 신체 건강에 위험 요인 중 하나라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명과 정신 및 신체 건강의 관계성에 대해 알지 못할 뿐더러 관련 정보의 접근성 또한 떨어집니다. 따라서 본 리뷰에서는 이명에 대한 몇 가지 선행연구 소개를 통해 이명의 임상적 특성과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른 이유도 이명 때문이었다는 주장이 있다. Vincent van Gogh  (1853–1890), Self-Portrait with Bandaged Ear,1889, oil on canvas, 60.5 * 50 cm,  Courtauld Institute of Art.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른 이유도 이명 때문이었다는 주장이 있다. Vincent van Gogh (1853–1890), Self-Portrait with Bandaged Ear,1889, oil on canvas, 60.5 * 50 cm, Courtauld Institute of Art.

이명과 정신 및 신체 건강상태

2020년 Journal of Applied Gerontology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이명과 노년기 정신건강 및 건강 관련 삶의 질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였습니다Park et al., 2020. 이들은 2013-2015년에 수집된 한국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활용하여 60-79세 사이의 한국 성인 5,129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정신건강에는 우울증상, 스트레스, 자살사고가 포함되었습니다.

연구 결과, 5,129명의 대상자 중 27.5%가 이명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명 노인의 정신건강 상태는 비이명노인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명 노인 중에서도 이명 증상이 심각할수록 정신 건강이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건강 관련 삶의 질에서도 이명 노인이 비이명 노인보다 5가지의 구성요인Impaired mobility, Impaired self-care, Impaired usual activities, Pain/discomfort, Anxiety/depression 영역에서 모두 유의미하게 더 높은 관계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자들은 본 연구가 횡단적 자료를 활용한 논문이기 때문에 정확한 인과관계를 명확히 할 수 없다는 한계점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대규모 패널 데이터를 활용하여 이명 노인의 정신건강 취약성에 대해 강조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이명은 노년기 신체 질환과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0년 Clinical and Experimental Otorhinolarynhology 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이명 증상이 심각한 노인일수록 무릎, 허리, 등관절의 건강이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고, 통증을 느끼는 부위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Park et al., 2020. 이들은 이러한 관계를 이명으로 인한 말초신경계의 변화가 중추신경계의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가설과 중추성 감작Central sensitization때문이라는 가설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2016년의 한 연구에서도 이명과 관련된 난청이 근감소증Sarcopenia과도 관련이 있고 여성 노인일수록 이러한 관계성이 더 뚜렷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Lee et al., 2016. (*중추성 감작은 만성 통증 환자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통증을 증폭시키는 중추 신경계의 통증 조절 이상 반응을 말한다.)

이와 같은 선행 연구들은 이명이 노년기 전반적인 건강상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명으로 고통받는 노인들의 정신 건강과 신체 건강을 예방 및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명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명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이명이 다양한 신체 및 정신 질환들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이명을 치료하기 위한 획기적인 치료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보청기 사용, 약물요법, 수술요법, 바이오 피드백 등이 이명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보청기 사용은 이명을 경감시키기 위해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온 방법으로 청력손실이 동반된 이명 환자에게 있어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고, 항우울제와 멜라토닌 등을 이용하는 약물요법은 이명의 증상 완화와 더불어 수면 장애, 우울 증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외에 수술 요법이나 바이오 피드백과 같은 요법들은 이명으로 동반된 다른 질환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치료요법 외에도 사회적 지지나 사회적 연결성이 이명 환자의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2019년의 한 연구에 의하면, 이명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모임이 이들의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는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Pryce 2019. 이들은 같은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고통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관련 질환의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사회적 지지와 소속감을 느끼게 되어 이명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치료 요법과 더불어 집단 치료를 함께 적용하게 된다면 이명 증상 완화에 있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주변에 청력 손실이나 이명으로 힘들어하는 어르신들이 계시다면,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요? mind

[감수: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김기연]

    <참고문헌>

  • Dobie, R. A. (2003). Depression and tinnitus. Otolaryngologic Clinics of North America, 36(2), 383-388.
  • Langguth, B., Landgrebe, M., Kleinjung, T., Sand, G. P., & Hajak, G. (2011). Tinnitus and depression. The World Journal of Biological Psychiatry, 12(7), 489-500.
  • Lee, J., Han, K., Song, J. J., Im, G. J., & Chae, S. W. (2016). Sarcopenia and hearing loss in older Koreans: findings from the Korea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 (KNHANES) 2010. PLoS One, 11(3), e0150281.
  • Park, H. M., Jung, J., Kim, J. K., & Lee, Y. J. (2020). Tinnitus and Its Association With Mental Health and Health-Related Quality of Life in an Older Population: A Nationwide Cross-Sectional Study. Journal of Applied Gerontology, 0733464820966512.
  • Park, E., Kim, H., Choi, I. H., Han, H. M., Han, K., Jung, H. H., & Im, G. J. (2020). Psychiatric distress as a common risk factor for tinnitus and joint pain: a national population-based survey. Clinical and Experimental Otorhinolaryngology, 13(3), 234.
  • Pryce, H., Moutela, T., Bunker, C., & Shaw, R. (2019). Tinnitus groups: A model of social support and social connectedness from peer interaction. British Journal of Health Psychology, 24(4), 913-930.
  • Sullivan, M. D., Katon, W., Dobie, R., Sakai, C., Russo, J., & Harrop-Griffiths, J. (1988). Disabling tinnitus: association with affective disorder. General Hospital Psychiatry, 10(4), 285-291.
  • 대한이비인후과이사회. (2020). 질환정보. https://www.korlp.org/disease/ear/illness/index.php?sub=14 (2020/11/28)
장의미 중앙대 심리학과 대학원 노년심리 석사과정
안녕하세요.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는 장의미 입니다. 노년기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의 관계에 대해 공부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