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추억 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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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추억 나누기
  • 2022.05.16 16:36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기억이 있는가? 좋았던 기억을 배우자와 함께 떠올리는 것은 노년기 부부의 결혼 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수많은 추억이 쌓인 인생의 한 장면을 꺼내 보며 우리는 잠시 과거의 그때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낀다.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는 것은 현재의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다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회상에는 노년기 우울 증세를 줄이고 개인의 웰빙을 증진하는 힘이 있다e.g., Bohlmeijer et al., 2017. 이처럼 회상은 노년기의 심리적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효과적이고 간단한 전략이기 때문에 신체 기능이 감소하고 있는 노인과 치매를 진단받은 노인의 일상에서도 쓰일 수 있는 보편적인 치료 기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Kwak, Han, & Ha, 2018.

경험을 떠올리는 것은 그 경험과 관련된 타인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Dunlop, 2017. 실제로 배우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부부가 서로에 대해 각자가 가지고 있는 기억과 공유하는 기억에 달려있다고도 한다Bühler & Dunlop, 2019. 여러 연구를 종합해서 분석한 결과, 부부의 관계와 관련된 기억을 회상하는 것과 결혼생활의 질과 만족도, 친밀감, 웰빙 간의 연관성이 뚜렷하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Majzoobi & Forstmeier, 2022. 당신은 그때를 기억하냐며, 배우자와 함께 추억을 곱씹는 대화는 노년기 결혼생활의 일상이기도 하다. 부부의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 그들이 서로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를 추억하는 것은 노년기 부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본 논문 리뷰에서는 노년기 부부가 그들의 첫 만남을 함께 회상하는 것이 부부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을 통해 알아본 최신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Mroz et al., 2022.

Mroz와 동료들은 신문 광고와 지역사회 게시판을 통해 50세 이상의 부부 98쌍을 모집했고 이들은 실험의 정확한 목적을 모른 채 실험에 참여했다. 실험에 참여하기 일주일 전, 연구 참여자들은 사회경제적 지위, 건강, 부부 관계, 결혼생활 만족, 우울 정도를 묻는 사전 설문에 우편으로 응답을 제출했고 서로의 배우자와 응답 내용을 공유하지 않았다. 실험은 연구 참여자들이 생각하는 배우자에 대한 친밀감과 배우자로부터 얼마나 지지 받고 있다고 느끼는지를 측정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때 부부는 같은 방에 있었으나, 가림막으로 분리되어 있었고 가급적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이어서 둘 사이를 막던 가림막이 사라지고 첫 만남을 회상하는 세션이 진행되었다. 부부는 주어진 질문에 서로 번갈아 가며, 그들이 어떻게 처음 만났는지를 떠올리며 대화했다. 회상이 끝난 후에는 실험 처음과 마찬가지로 배우자로부터 느끼는 친밀감과 지지 정도를 측정했다.

연구 결과, 회상 전과 회상 후를 비교했을 때 부부가 느끼는 친밀감과 지지 받고 있다고 느끼는 정도가 유의미하게 향상되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친밀감, 인지된 지지의 향상이 일상생활에서의 결혼생활 만족도, 우울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 부부를 응답자 본인과 응답자의 배우자로 나누어 분석했다. 먼저, 회상 후 배우자에게 느끼는 친밀감이 향상된 응답자일수록 본인의 결혼 생활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우울은 높아진 친밀감과 유의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또한 회상 후 배우자로부터 지지 받고 있다고 느끼는 정도가 향상된 응답자일수록 그 배우자의 결혼 생활 만족도가 높았고, 우울 정도는 낮았다. 연구자들은 부부의 관계와 연관된 특정 사건을 회상하는 것이 삶의 일반적인 기억을 떠올리는 것보다 결혼 만족을 촉진시킬 가능성이 더 높다는 선행 연구 결과와 일치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Guan & Wang, 2022.

본 연구는 실험을 통해 노년기 부부의 회상과 결혼생활 만족, 우울 간의 관계를 설명했기에 이론적으로 인과성이 지지 되지만, 통제집단을 추가한 더 엄격한 실험 연구를 통해 변수 간의 관계를 보다 면밀히 살펴봐야 함을 언급하고 있다. 또한 실험에 참여한 대다수의 부부는 백인, 고학력, 이성애자, 비교적 젊은 노년층이므로 노년기 부부의 전체가 아닌 일부의 결과라는 점 역시 본 연구의 한계이다. 이에 연구자들은 더 다양한 노년기 부부를 대상으로 한 연구의 필요를 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첫 만남을 함께 떠올리는 기억 공유의 심리적 효과를 직접적으로 살펴보고, 회상이 노년기 결혼 생활 만족에 유용한 도구라는 것을 밝힌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노인들은 제한된 시간을 마주함에 따라 새로운 관계보다 본인에게 소중한 관계를 우선시하고 정서적 만족감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결혼생활 만족은 노년기 심리적 웰빙의 중요한 지표이다Carstensen, 1992. 결혼생활 만족이 사망률을 낮추고Kiecolt-Glaser & Newton, 2001, 더 나은 수면을 이끌며Chen et al., 2015, 기능 제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 역시 존재한다Choi et al., 2016. 기억을 공유함으로써 노년기 부부 사이는 더 친밀해지고 더 끈끈한 ‘우리’가 될 수 있다Beike et al., 2017. 이러한 연구 결과는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사진을 통한 집단 회상 프로그램을 진행한 김연미와 유기상2021은 결혼사진을 보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결혼 시작부터 인생의 동반자로 살아온 남편에 대한 원망도 있었지만, 고마움이 더 컸으며, 반려자로서 함께 해온 세월 속에 애정이 담겨 있는 이야기를 공유했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본 리뷰에서 다룬 Mroz와 동료들의 실험연구에서 연구 참여자들의 회상을 돕기 위해 쓰인 질문은 다음과 같다. (1)어떻게 만났나요? 처음 만났을 때 서로를 어떻게 소개했나요? (2)첫인상은 어땠나요? (3)첫 데이트 때 어디에 갔고, 무엇을 했고 기분은 어땠나요? 이 질문들을 참고해서 배우자와 차근차근 대화를 시작해도 좋을 것이다. 부부의 첫 만남은 언제 떠올려도 재밌고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다. 필자의 할머니께서도 종종 할아버지와 어떻게 만났는지, 할아버지의 첫인상이 얼마나 꾀죄죄했는지 웃으며 이야기해주시곤 한다. 이슬아 작가의 이웃 어른 인터뷰집 『새 마음으로』에는 작가가 본인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인터뷰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이 일부를 발췌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들이 처음 만난 날에 여자는 남자의 등에 붙어있던 송충이를 떼어주었다. 먼 훗날에 여자는 죽음의 능선에 서있는 남자 등을 떠밀어서 남자를 살렸다고 한다. 그 이야기는 거짓말이지만, 거짓말을 지어내며 남자가 여자의 등을 한참 쓰다듬어준 것은 사실이다. 그들의 생애는 서로를 살리며 흘러왔다. 기쁨 곁에 따르는 공포와, 절망 옆에 깃드는 희망 사이에서 계속되는 사랑을 존자 씨와 병찬 씨를 통해 본다’'mind

[감수: 중앙대 심리학과 김기연 교수]

 

    <참고문헌>

  • 김연미, 유기상. (2021). 노인의 우울감소와 자아통합감 증진을 위한 회상요법 집단사진치료 연구. 현대사진영상학회 논문집, 24(1), 27-45.
  • 이슬아. (2022). 나를 살리는 당신. 이슬아(편저), 새 마음으로 (pp.154-155). 헤엄 출판사.
  • Bohlmeijer, E., Smit, F., & Cuijpers, P. (2003). Effects of reminiscence and life review on late‐life depression: a meta‐analysis. International Journal of Geriatric Psychiatry, 18(12), 1088-1094. 
  • Bühler, J. L., & Dunlop, W. L. (2019). The narrative identity approach and romantic relationships. Social and Personality Psychology Compass, 13(4), e12447. 
  • Carstensen, L. L. (1992). Social and emotional patterns in adulthood: Support for socioemotional selectivity theory. Psychology and Aging, 7(3), 331-338. 
  • Choi, H., Yorgason, J., & Johnson, D. (2016). Marital quality and health in middle and later adulthood: Dyadic associations. The Journals of Gerontology, Series B: Psychological Sciences and Social Sciences, 71(1), 154-164. 
  • Guan, L., & Wang, Q. (2022). Does sharing memories make us feel closer? The roles of memory type and culture. Journal of Cross-Cultural Psychology, 53(3-4), 344-361. 
  • Kiecolt-Glaser, J. K., & Newton, T. L. (2001). Marriage and health: His and hers. Psychological Bulletin, 127(4), 472–503. 
  • Kwak, M., Han, J. W., & Ha, J. H. (2018). Telling life stories: A dyadic intervention for older korean couples affected by mild alzheimer's disease. International Psychogeriatrics, 30(7), 1009-1018. 
  • Majzoobi, M. R., & Forstmeier, S. (2022).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reminiscence of relationship-defining memories and marital outcome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Journal of Family Theory & Review, 14(1), 7-27. 
  • Mroz, E. L., Shah, M., Lan, H., Duker, A., Sperduto, M., Levy, B. R., & Monin, J. K. (2022). When Harry Met Sally: Older Adult Spouses’ First Encounter Reminiscing and Well-being. The Gerontologist. https://doi.org/10.1093/geront/gnac053
  • Trompetter, H. R., De Kleine, E., & Bohlmeijer, E. T. (2017). Why does positive mental health buffer against psychopathology? An exploratory study on self-compassion as a resilience mechanism and adaptive emotion regulation strategy. Cognitive Therapy and Research, 41(3), 459-468. 
     
신연수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석사과정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노년심리 전공 석사과정 학생입니다. 노년기 정신건강을 위한 활기찬 일상생활과 지역사회의 역할을 공부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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