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의 바디프로필 도전기 : 바디프로필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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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의 바디프로필 도전기 : 바디프로필의 빛과 그림자
  • 2022.09.23 12:33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바디프로필 촬영 비용을 지원받게 되어 5개월간 준비 끝에 바디프로필 촬영을 하게 되었다. 바디프로필 준비과정부터 촬영 이후까지 실제 경험한 것들을 중심으로 바디프로필의 빛과 그림자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바디프로필, 건강함과 비례하는가?

인스타그램에서 바디프로필을 태그한 게시물은 총 384만 건이다. 일상에서 자주 태그할만한 단어들을 추가로 검색해보니 추석363, ‘날씨413, ‘카페추천433만이다. 한국 바디프로필 열풍이 어느 정도인지 체감된다.

바디프로필 게시글을 통해 자신들의 선명한 복근과 근육질의 신체 부위를 뽐내는 사진들을 볼 수 있다. 그런 사진을 보고 있으면 나도 한 번쯤은 저렇게 건강하고 멋있는 몸을 갖고 싶다.’라는 생각이 자동으로 든다. 또한, 사진 속 인물에 대해 자기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사람’, ‘고통을 이겨내고 정신 승리한 사람이라는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하곤 한다. 몸이 바뀌었더니 관심과 칭찬이 따라온다. 달콤하다.

이렇게까지 바디프로필이 열풍이 불며 도전의식을 갖게 하는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사진 속 근육질의 몸이 건강하고 멋져 보인다는 긍정적 평가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과연 바디프로필 사진 속 사람들은 정말 건강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 아니면 도.

 

바디프로필을 위해 배고픔을 참고 근육을 키운다. 나는 정말 건강해졌을까?
바디프로필을 위해 배고픔을 참고 근육을 키운다. 나는 정말 건강해졌을까?

 

바디프로필 사진의 유혹과 함정

바디프로필 속 사진의 건강함과 아름다움에 반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바디프로필의 목적은 건강함이 될 수 없다. 준비과정의 끝에는 미적인 아름다움만이 목표로 남기 때문이다. 바디프로필 사진의 유혹에 빠져 도전하고자 한다면 얻는 것과 잃는 것을 분명히 알고 시작해야 한다. 건강하고 예쁜 몸을 위해 근육을 증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상식이 바디프로필 세계에서는 효율적이지도, 효과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두세 달의 준비 기간으로 사진 속 몸처럼 근육의 선명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체지방 감소가 가장 효율적이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 체지방 감소가 목적이 아니라 극단적인체지방 감량이 목표가 되며 절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단편적인 예로, 바디프로필을 찍은 사람 중에 ··(닭가슴살+고구마+야채)’ 식단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요즘 나트륨 섭취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으나, 당류나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은 철저히 제한된다. 특히 촬영 직전 일주일 동안 여성 기준 한 끼 식사량은 닭가슴살 100g, 단호박 70~100g, 적당한 양의 야채 정도만 먹을 수 있으며, 촬영 전 24시간 동안 단수를 하기까지 한다. 이미 3개월을 닭고야만 먹고 살아왔는데, 마지막 한 주는 그마저도 배불리 먹지 못하고 심지어 물도 못 마시는 상황이 된다.

바로 여기에 바디프로필의 두 가지 함정이 있다. 첫 번째 함정은 극단적인 절식에 따른 부작용이고, 두 번째는 이분법적 사고의 오류에 빠진다는 것이다. 그 함정에 빠진 결과로 멋있는 바디프로필 사진과 함께 나에게 어떤 정신건강의 문제가 생길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바디프로필의 첫 번째 함정: 극단적인 절식, 그리고 후유증

극단적인 절식은 영양 부족으로 인한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유튜브나 인터넷에 바디프로필 부작용을 검색하면 호르몬 체계의 이상으로 여성은 부정출혈이나 월경불순을 경험하기도 하고, 영양 부족으로 인한 빈혈 또는 급성 탈모, 간 또는 신장 기능의 이상 등의 다양한 후유증을 호소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그중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정신 건강 문제는 다이어트 강박, 섭식장애 등이 있다.

극단적인 절식이 다이어트 강박이나 섭식장애를 일으키는 이유는 뇌 보상 시스템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는 아주 정교한 항상성 기제라는 것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체온조절인데, 추운 겨울 신체가 평균 체온보다 내려가면 몸이 덜덜 떨린다. 몸에 진동을 주어 열을 발생시켜 체온을 상승시키려는 항상성 기제가 발동된 것이다.

이처럼 사람은 배가 고플 때 위에서 식욕 촉진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뇌가 이 신호를 받으면 음식을 먹으라는 명령을 내린다. 명령에 따라 어느 정도 음식을 섭취하면 식욕 조절 호르몬이 뇌로 가서 먹는 행동을 멈추도록 신호를 주게 되고 일정 기간 포만감을 유지 시켜준다. 이것이 영양공급과 포만감을 조절하는 항상성 기전인데, 극단적인 절식이 반복되면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시스템이 오작동을 일으키게 된다. 그 후유증 중 하나가 폭식증으로, 끊임없이 먹고 싶은 욕구가 발생하는 것이다.

바디프로필을 찍기 위해 목표로 삼게 되는 체지방률은 인간에게 생명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체지방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도의 수치이다. 이렇게 되면 뇌는 신체의 항상성 유지를 위해 그만 먹어도 된다고 목소리를 내주는 호르몬보다 음식을 먹으라고 소리를 내는 호르몬의 힘이 훨씬 우세해지는 불균형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바디프로필의 부작용으로 요요현상을 경험해본 사람들이 하나같이 하는 이야기가 자신의 의지로는 조절이 안 된다는 고백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또 무언가를 먹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 이미 몸과 뇌는 식욕 촉진 호르몬에 좀비가 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호르몬의 불균형을 정신력이 이겨내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바디프로필의 두 번째 함정: 이분법적인 사고

바디프로필 열풍으로 인해 이전에는 잘 사용되지 않던 새로운 개념이 생겼다. ‘클린푸드또는 더티푸드라고 들어보았는가? 일반인으로서 클린푸드와 더티푸드의 이미지의 차이를 물어보면 더티푸드는 가공식품, 패스트푸드, 짜고 단 음식들, 높은 열량의 이미지로, 클린푸드는 양념이 적고 가공되지 않은 자연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클린푸드와 더티푸드는 더욱 극명하게 구분될 수 있다. ‘닭고야또는 닭밥야는 클린푸드이고, 그 외 식품은 더티푸드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다이어트를 위해 탄수화물과 단백질, 그리고 식이섬유 등의 영양소를 골고루 챙겨 먹되 양을 조절하자는 취지에서의 클린 식단이 어느새 이것 아니면 모두 더티푸드인 것으로 변질된 듯 하다.

핵심은 다이어터들에게 클린푸드와 더티푸드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사고 체계가 정립된다는 것이다. 인지치료를 창시한 아론 벡(A. T. Beck)이라는 학자는 부정적인 사고를 야기하는 인지적 오류를 제시하였는데, 그중 하나가 이분법적 사고이다. 이분법적 사고(all or nothing thinking)는 모든 사물이나 상황에 대해 흑이 아니면 백처럼 양극단 중 하나로 평가하거나 완전한 성공이 아니면 실패라고 구분하며 경험을 극단으로 범주화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는 다이어터들에게 클린푸드가 아닌 음식은 모두 더티푸드로 생각하게 만들고, 클린푸드가 아닌 더티푸드를 먹게 되면 나의 이번 식단은 망했다고 생각하게 한다.

 

에셔의 '원의 극한 IV: 천국과 지옥'(1960). 이 세상에는 천사와 악마밖에 없다.
에셔의 '원의 극한 IV: 천국과 지옥'(1960). 이 세상에는 천사와 악마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가 부정적인 정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클린푸드가 아닌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 것을 문제시 여기면서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한다. 참고 참다가 닭고야나 닭밥야가 아닌 음식을 먹게 되면 클린푸드를 먹는데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곧 실패했다고 생각하며 실패감을 맛보고, 심한 경우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느끼기도 한다.

강도 높은 운동량과 계속되는 절식으로 인해 신체적·심리적 에너지는 바닥이 난 상태다. 안 그래도 힘든데, 죄책감과 수치심까지 느끼게 되니 바디프로필 촬영을 얼마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들은 심한 현타를 경험하게 된다.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날 필자는 마음 편히 더티푸드를 먹었다. 물론 다음 날 먹은 칼로리를 소모해야 한다는 생각에 울면서 하체 운동을 했지만 말이다.

 

바디프로필.

화려한 조명을 두르고 있는

조각상 같은 피사체의 모습만큼이나

그 뒤로 드리워진 그림자 또한 크고 깊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mind

※ 본 기사는 교수신문과 공동 기획으로 진행하는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의 첫 번째 주제, '몸'에 관한 기사입니다. 해당글은 교수신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김예나 침례신학대학 상담심리학과 교수 중독심리 Ph. D
한국침례신학대학교에서 학부, 석사를 마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중독심리전문가이자 건강심리전문가로서 특히 행동중독 분야에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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