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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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 2019.07.27 11:00
부자들이 시간 활용을 통해 행복을 사는 방법은 부자가 아닌 사람과 다를까? 사람들은 부자가 된다면 일을 적게 하고 더 많은 여가를 즐길 것이라 기대하지만 연구결과는 다소 달랐다.
앙드레 드랭 André Derain 1880-1954. 빅 벤 Big Ben 1907. 캔버스에 오일 79×98 cm.  파리 퐁피두 센터 Centre Pompidou, Paris프랑스 트루아현대미술관 소장품을 기반으로 한 세종미술관 야수파·입체파 전시는 9월 15일까지 이어진다.
앙드레 드랭André Derain, 1880~1954. '빅 벤'Big Ben, 1907, 캔버스에 오일 79×98 cm, 파리 퐁피두 센터 트루아현대미술관 소장. 철도가 부설되면서 여러 지역 시간을 맞출 필요가 생겼다. 표준시 개념이 이때 만들어졌다. 영국 런던의 시간을 표준으로 세계의 시간이 맞추진 게 1884년의 일이다. 이제 신분이 무엇이든 어디에 살든 하루 24시간의 표준화된 시간체계 속에 살아가게 된 것이다. 영국 의사당 한 모퉁이에 있는 빅 벤에서 15분마다 울려퍼지는 종소리가 세계 시간의 기준점이다. 

내가 부자가 된다면

우리는 가끔 ‘내가 부자가 된다면 내 삶은 어떻게 바뀔까’라는 달콤한 꿈을 꿔 본다. 돈이 많은 사람들이 매일 시간을 보내는 방식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매일의 생활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얼마나 다를까?

돈이 많다면 고수익의 전문직이거나 기업의 고위직, 잘 나가는 사업체의 대표 등 소위 '괜찮은' 직업을 가졌을만 같고, 다달이 돈이 벌어주는 돈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상사의 잔소리를 들으며 원치 않는 야근을 하기보다는 스스로가 자신의 업무에 대한 결정권과 책임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일할 것도 같다.

집에서의 시간은 어떨까? 얼마 전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던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와 같이 귀찮은 집안일은 도우미에게 육아도 시터에게 맡기고 그 시간에 자신은 여가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직장에서의 일과 집안 일에 지쳐 여가 시간을 누워서 TV나 보는 식으로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돈이 많이 들더라도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취미 생활을 하거나 분위기 좋은 곳에서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다.

잠깐만 상상을 해 봐도 돈이 많으면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전적으로 다른 시간을 보낼 것 같고, 이러한 시간 사용으로 인해 더 큰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부자는 일반대중과 다를까?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네덜란드 마스트리히 대학의 폴 스미츠P. Smeets 교수 연구팀은 두 개의 연구를 통해 부자들과 일반 대중이 시간을 어떻게 다르게 사용하는지 비교하고, 시간 사용의 차이가 있다면 그 차이가 행복에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았다Smeets, et al., 2019.

두 연구 모두에서 부자들은 순자산 31억원 이상의 백만장자들이었다. 이처럼 로또 1등 당첨 상금보다 많은 순자산을 가지고 있는 백만장자들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조사하여 일반 대중과 비교한 결과는 꽤나 놀라웠다.

부자들이 어떤 일을 하며 시간을 얼마나 보내는지는 예상 외로 부자가 아닌 일반인과 유사했던 것이다. 즉, 하루 중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일하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여가에 보내는지는 부자와 일반인 간에 놀라울 정도로 차이가 없었다. 굳이 약간의 차이를 찾아보자면 오히려 부자가 일반 대중보다 약간 더 오래 일한다는 것이다. 그 외에는 여가시간, 불가피한 일(요리, 장보기, 빨래 등의 집안일과 아이보기) 등에 사용하는 시간은 부자와 일반대중 간에 큰 차이가 없었다.

시간 보내는 방식의 차이

그런데 여기에서 차이점은 ‘무엇에 얼마나 시간을 사용하는지’가 아니라 ‘일하는 시간과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서 발생했다. 더 나아가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방식’의 차이에서 부자와 부자가 아닌 사람들의 행복 수준의 차이가 발생했다.

여가활동에 보내는 시간의 양 자체는 부자와 일반대중 사이에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부자들은 일반인들에 비해 운동, 취미활동, 기도, 사교활동, 자원봉사 등의 적극적 여가active leisure 활동을 더 많이 했다. 반면 부자들은 휴식, 빈둥거리기, TV 보기, 낮잠 자기, 아무것도 안 하기 등의 소극적 여가passive leisure활동은 일반인보다 더 적게 했다. 저자들은 이를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달리 표현하여, 부자들이 하루에 29분 더 운동하고 19분 더 봉사활동하며, 하루 16분 적게 휴식하고, 16분 적게 TV 시청을 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제시하였다.

결국 자율성의 문제

또한 부자와 일반 대중은 일하는 시간을 보내는 방식도 달랐다. 무슨 일을 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권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즉 자율성autonomy의 차이였다. 부유한 사람일수록 일할 때 직업 자율성이 높았다. 부자들은 일하는 시간의 평균 92.6%, 일반 대중은 평균 76.4% 동안 자신의 일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다. 나머지 시간은 남이 시키는 대로, 남이 원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시간이었다. 저자들은 “부유한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하루 1시간 더 자율적으로 일하는 것” 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일반적으로 적극적 여가활동과 직업 자율성은 행복을 증진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이 연구를 통해 부자들은 자신의 일과 여가 시간을 행복에 보다 유리한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적극적 여가 시간을 더 많이 갖고, 일하는 시간을 자율적으로 보냄으로써 행복을 증진시키는 효과는 백만장자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었다. 부자가 아닌 일반 대중 집단에서도 취미활동, 운동, 친교와 봉사활동 등 적극적 여가 시간이 길어질수록 행복 수준은 높아졌다. 

지금 당장 우리가 백만장자는 아니어도 백만장자처럼 시간을 보내는 것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는 이유이다. mind

   <참고문헌>

  • Smeets, P., Whillans, A., Bekkers, R., & Norton, M. I. (2019). Time Use and Happiness of Millionaires: Evidence From the Netherlands.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https://doi.org/10.1177/194855061985475
임낭연 경성대 심리학과 교수 성격및사회심리 Ph.D.
연세대에서 사회 및 성격 심리학을 전공하였으며, 행복에 관한 주제로 박사학위를 하였다. 현재 경성대 심리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2015년에 한국심리학회에서 수여하는 김재일 소장학자 논문상을 수상하였다. 행복 및 긍정적 정서 연구를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저서로는 범죄피해 진술조력(2018), 범죄피해 조사론(2018), 심리학개론(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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