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영상으로 미래 예측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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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영상으로 미래 예측 가능할까?
  • 2019.07.24 12:00
사람들의 뇌를 그 영상을 분석하면 그가 앞으로 범죄를 저지를지를 예측할 수 있을까? 이 첨단 과학기술의 가능성을 이 글에서 타진해 볼 수 있다.

당신이 미래에 자살을 시도할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당신은 다음과 같은 질문지에 얼마나 동의하는지 응답을 합니다. 당신은 다음과 같이 체크합니다.

"나는 자살하고 싶은 생각이 가끔 든다." - "(4)그렇지 않다."

그 다음 당신은 MRI 스캐너에 들어가서 뇌를 촬영한 후에 흰 가운을 입은 사람이 나와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당신이 자살을 시도할 확률은 82%입니다"

당신이 알지 못하는 기술에 의해 당신의 미래 행동이 결정당하는 섬뜩한 상황입니다. 생물학적 본질주의는 강력합니다. 질문지에서는 쉽게 거짓 응답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는 달리, 혹자는 MRI 기계에서 촬영된 뇌의 속성이 그 사람의 본질에 더 근접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질 수 있습니다.

5년 전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피고인의 재판 과정에서 항간의 주목을 받은 변호가 있었습니다. 피고인은 충동을 조절하는 전두엽의 일부 부위가 손상됨에 따라 흉악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으며, 뇌영상을 촬영해서 이를 확인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화여자대학교 뇌융합과학연구원에서 의사결정에 해당하는 뇌 부위의 기능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는 뇌영상 촬영이 진행되었습니다. 범죄자의 뇌 이상을 양형에 참작하고자 한 것은 한국의 사법 사상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이 사례에서도 우리는 뇌 영상으로부터 한 개인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관통하는 속성 또는 본질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들이 얼마나 현실에 가까워져있을까요?

뇌 활성화 수준과 재수감율

아하로니와 동료들의 연구에서는 갓 출소한 사람들의 뇌 영상을 촬영했습니다Aharoni et al., 2013. 연구자들은 '무엇인가 잘못된 것은 아닌가!' 하는 갈등적 상황에서 활성화되는 정보처리 관련 뇌 영역이 있는데, 이 영역을 지속적으로 사용해야하는 과제에서 뇌 활성화 수준을 측정했습니다. 그리고 4년 동안 이들이 재수감되었는지를 추적했는데, 흥미롭게도 오류 관련 뇌 영역을 적절히 사용하지 못한 이들은 2배의 높은 확률(30% vs. 60%)로 재수감되었습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같은 이들을 대상으로 뇌 구조에서의 차이를 보았습니다Kiehl et al., 2018. 반사회성 성향 질문지와 약물 사용과 같은 속성이 통제되었을 때에도 특정 뇌 영역들의 구조물의 크기는 미래의 재범 여부 예측에 기여했습니다. 나이가 어릴수록 재범율이 더 높았는데, 여기서 관찰된 뇌 구조적 특징(적은 국소 회백질 구조물)은 상대적으로 더 어린 성인의 뇌 구조의 속성이었다고 합니다. 뇌 구조의 건강한 발달, 성장과 실제 연령, 반사회성 질문지, 약물복용 등이 예측하지 못하는 미래 범죄의 속성과 관련이 있었던 것입니다.

최근 급속도로 보급되는 기계학습 알고리즘은 수만개의 방대한 생물 정보를 추려서 가장 우수한 예측 모형을 손쉽게 만들도록 도와줍니다. 뇌영상으로 얻은 국소 영역의 기능과 구조, 연결성과 같은 속성을 통해 청소년들이 2년 사이에 얼마나 인지능력이 발달할지Ullman et al., 2014, 청소년들이 5년 후에 흡연 또는 음주를 할 것인지Cheng et al., 2019, 치매 고위험 노인이 수년 이내에 실제로 치매가 발병하는지Rathore et al., 2017와 같은 중요한 미래의 행동 속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들이 활발합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계

이쯤되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범죄를 저지르기도 전에 경찰이 출동해서 미래의 범죄자를 체포해버리는 미래 사회를 상상하고 계신가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 2002년 개봉.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톰 크루즈 주연의 사이버펑크 영화로 미래의 범죄를 예측하고 사전에 범죄자를 체포하는 특수조직 Precrime에서의 예측오류를 다루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이 장밋빛 과학 기술이 현실 생활에 들어오기에는 거쳐야 할 관문들이 남았습니다. 첫 번째 관문은 연구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예측했다'고 해서 그것이 실생활에서도 의미있는 예측력을 갖는다는 뜻이 아니란 것입니다. 연구들에서 우수한 것으로 보고되는 75%의 정확도로 미래의 문제 행동을 예측했다고 해도 4명 중 한명은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이유로 잘못된 분류(질병 진단, 미래의 범죄자)와 그 낙인의 결과를 얻게 되니까요. 

두 번째로 통과하지 못한 관문은 뇌 영상의 예측 기술이 임상적 면담과 심리검사를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보다 더 우수한 정보를 제공하는지 거의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숙련된 임상가는 짧은 시간 동안의 면담과 심리검사를 통해 개인의 깊은 내면과 미래의 행동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뇌 영상 기술로는 임상가가 면담을 통해 얻는 과거력이나 심리검사의 예측력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Whelan et al., 2014. 아마도 앞으로의 관건은 뇌영상의 정보가 어떻게 기존의 심리검사 질문지와 심리평가를 보완할 수 있는가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우리는 뇌과학 기술에 대한 장밋빛 미래를 조망하는 기사를 볼 때에 인간의 자유의지가 말살된 미래 사회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상상을 하게 됩니다. 그럴 때일수록 현재 기술이 어디까지 와있으며 그것이 얼마나 실제 현실에 사용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는지 구체적으로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mind

   <참고문헌>

  • Aharoni, E., Vincent, G. M., Harenski, C. L., Calhoun, V. D., Sinnott-Armstrong, W., Gazzaniga, M. S., & Kiehl, K. A. (2013). Neuroprediction of future rearrest.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0(15), 6223-6228.
  • Cheng, W., Rolls, E. T., Robbins, T. W., Gong, W., Liu, Z., Lv, W., ... & Garavan, H. (2019). Decreased brain connectivity in smoking contrasts with increased connectivity in drinking. Elife8, e40765.
  • Kiehl, K. A., Anderson, N. E., Aharoni, E., Maurer, J. M., Harenski, K. A., Rao, V., ... & Kosson, D. (2018). Age of gray matters: Neuroprediction of recidivism. Neuroimage: Clinical, 19, 813-823.
  • Ullman, H., Almeida, R., & Klingberg, T. (2014). Structural maturation and brain activity predict future working memory capacity during childhood development. Journal of Neuroscience, 34(5), 1592-1598.
  • Rathore, S., Habes, M., Iftikhar, M. A., Shacklett, A., & Davatzikos, C. (2017). A review on neuroimaging-based classification studies and associated feature extraction methods for Alzheimer's disease and its prodromal stages. NeuroImage, 155, 530-548.
  • Whelan, R., Watts, R., Orr, C. A., Althoff, R. R., Artiges, E., Banaschewski, T., ... & Conrod, P. J. (2014). Neuropsychosocial profiles of current and future adolescent alcohol misusers. Nature, 512(7513), 185.
곽세열 서울대 심리학과 임상심리 박사수료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임상심리학 전공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최진영 교수님이 운영하는 임상신경과학 연구실에서 어떤 노인이 인지기능과 건강한 뇌를 잘 유지할 수 있는지, 어떤 요인으로 치매의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 뇌과학이 정신병리와 만나는 지점에 대해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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