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 다잉, 마지막 버킷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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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 다잉, 마지막 버킷리스트
  • 2019.08.17 17:55
어떻게 죽는 것이 잘 죽는 것일까요? 최신연구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은 죽어가는 과정이 편안하거나, 고통이 없거나, 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좋은 죽음이라 생각한다고 합니다. 당신은 어떤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가요?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

스티브 잡스는 췌장암 선고를 받고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라는 책에서 모리는 “죽어가는 방법을 배운다면 사는 방법을 배운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시간적 관점에선 하루를 살아가는 것은 하루를 잃어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모든 사람이 피할 수 없는 죽음이지만 우리는 살아가는 것에 급급한 나머지, 언제 어디서나 찾아올 수 있는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할 겨를 없이 살아갑니다. 이번 글에서는 죽음 가운데서도 좋은 죽음, 즉 웰다잉Well-dying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필립 드 샹파뉴 Philippe de Champaigne 1602~1674년. 바니타스 vanitas, 1671년경, 패널에 오일. 28 x37 cm, Collection Musée de Tessé.
17세기 북유럽 회화에서 즐겨 다루어진 주제는 삶의 허무함이었다. 흔히 '바니타스'로 알려진 그림에서는 언제 시들지 모르는 꽃과 모래시계, 그리고 해골을 배치시키면서 죽음이 늘 가까이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필립 드 샹파뉴Philippe de Champaigne 1602~1674. '바니타스'Vanitas, c. 1671, 패널에 오일, 28 x 37 cm, Collection Musée de Tessé.

좋은 죽음이란

죽음은 인간이 단 한번만 겪고, 죽은 사람은 말이 없기에 좋은 죽음을 정의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 누구도 직접 경험해 보지 못했고 죽은 사람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니 답답할 따름이지요. 그렇지만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과 그의 가족들, 그리고 이들을 치료해주고 지지해주는 의료진들에게 물어본다면 조금은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American Journal of Geriatric Psychiatry에 게재된 ‘좋은 죽음’에 대한 두 가지 논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Meier와 그의 동료들은 2015년까지 실시된 죽음에 대한 연구 논문들 가운데 최종적으로 36개의 연구들을 선정하여 좋은 죽음의 정의에 대해 분석했습니다Meier et al., 2016. 36개의 연구들 가운데 94%가 '죽어가는 과정이 편안해야' 좋은 죽음이라고 보고했습니다.

또한 81%는 '고통이 없는' 상태를, 64%는 '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황을 좋은 죽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외에도 인생을 정리하고 회고하는 것, 치료에 대해 선택하는 것,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것, 가족들의 지지도 좋은 죽음에 필요한 요소임을 확인했습니다.

사람마다 달라요

특이하게도 죽음을 맞이한 환자 본인과 가족, 그리고 의료진들마다 좋은 죽음을 정의한 내용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가족들은 환자와 의료진에 비해 삶의 질을 유지하고 가족의 지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반면, 환자와 의료진은 종교와 영성을 가족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논문은 기존의 연구들을 집대성한 리뷰논문이라는 점에서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좋은 죽음이 무엇인지 정의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입니다. 이에 따라 Vanderveken은 Meier의 연구를 확장하고 환자, 가족, 의료진들에게 각각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직접 물어봤습니다. 그 결과 Meier의 연구와 매우 유사하게 연구참여자들은 '고통이 없는' 상태를 가장 중요하게 보았으며, 가족 지지, 존엄성, 완화치료 및 연명치료중단 등을 좋은 죽음의 중요 요소라고 뽑았습니다Vanderveken, 2019.

주변에 피해주지 않아야

우리나라 중노년 10명 중 6명 이상은 좋은 죽음에 이르기 위해 스스로의 삶이 다하는 시점을 사전에 준비하되, 이 과정에서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보고된 바 있습니다이선희&정경희, 2019. 실제로 죽기 전에 삶을 돌아보고 인사를 나누는 사전장례식 혹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여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방식 등 각자의 방법대로 좋은 죽음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호스피스 병동에서 봉사를 하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며,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이 좋은 죽음을 위한 자세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좋은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시간을 통해 좋은 죽음에 대해 자신만의 정의를 내려 보고 혹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조금씩 미리 준비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감수: 김기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mind

 

<참고 문헌>

  • 이선희 & 정경희. (2019). 중노년층의 좋은 죽음에 대한 인식. 한국노년학, 39, 305-323.
  • Meier, E. A., Gallegos, J. V., Thomas, L. P. M., Depp, C. A., Irwin, S. A., & Jeste, D. V. (2016). Defining a good death (successful dying): literature review and a call for research and public dialogue. The American Journal of Geriatric Psychiatry, 24(4), 261-271.
  • Vanderveken, L., Schoenmakers, B., & De Lepeleire, J. (2019). A better understanding of the concept “a good death”: How do healthcare providers define a good death? The American Journal of Geriatric Psychiatry, 27(5), 463-471.

 

최명진 중앙대 심리학과 노년심리 석사과정
노인 심리, 노인 상담, 노인 복지를 중점으로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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