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대의 인간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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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대의 인간 관계
  • 2019.09.04 16:35
스마트폰은 어느새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품이 되었다. 스마트폰 시대를 사는 우리의 사회적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자.

달라진 삶의 양식

스마트폰은 10여 년 전 도입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빠르고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s Association, GSMA가 내놓은 ‘2019년 모바일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5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약 60%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현저히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을 자랑한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2018년 27개국에서 총 3만 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에 응한 모든 한국인이 휴대전화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 중 95%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어 스마트폰 사용 비율에서 한국인이 27개국 중 1위를 기록했다(Taylor & Silver, 2019). 50대 이상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비율도 90%가 넘어, 스마트폰의 인기는 세대를 뛰어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통계 수치로 확인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어느 곳을 가나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하는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어느 곳에서나 자신이 원하는 대부분의 일을 처리할 수 있다. 스마트폰은 전화, 영상 통화, 메신저, 이메일 확인 및 전송, 소셜 네트워킹 등의 소통 기능은 기본이다.  뉴스 검색, 일기 예보, 웹서핑, 내비게이션으로 길 찾기 등의 정보 기능, 사진, 영상 촬영, 음악 듣기, 독서하기, 게임하기 등의 오락 기능까지 생활의 모든 영역을 망라한다.

데이비드 호크니 David Hockney ‘비오는 밤의 브리들링턴 산책로’, 2008, 아이폰 드로잉. (데이비드 호크니의 아이폰 드로잉이 실린 책의 한페이지를 스마트폰으로 찍다.)
데이비드 호크니 David Hockney ‘비오는 밤의 브리들링턴 산책로’, 2008, 아이폰 드로잉. (데이비드 호크니의 아이폰 드로잉이 실린 책의 한페이지를 스마트폰으로 찍다.)

사회적 대가는 무엇인가

스마트폰이 없었던 시절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우리의 삶은 스마트폰으로 인해 편리해졌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너무나 긍정적인 자극을 내 손 안의 스마트폰에서 끊임없이 제공받는 나머지, 시험공부나 원고 마감과 같은 다른 중요한 일들을 미루게 되고, 이는 성적이나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지게 될 확률이 높다. 심지어 보행 중이거나 자동차 운전 중일 때에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사례를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산성 하락이나 안전사고 외에도, Kostadin Kushlev와 같은 연구자들은 스마트폰 사용이 두 가지 방식으로 우리의 인간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첫번째는 스마트폰이 주의를 산만하게 하여 우리가 다른 사람과 교류하며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상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친구나 가족과 함께 있으면서도 스마트폰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대화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던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을 대화 중에 사용해도 괜찮은 걸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연구자들은 동네 카페에서 304명의 참가자들이 친구나 가족과 외식을 하는 현장 연구를 진행했다Dwyer, Kushlev, & Dunn, 2018. 스마트폰 사용 정도를 다르게 하기 위해 한 집단의 참가자들에게는 설문을 문자로 보낼 테니 식사를 하는 도중에도 스마트폰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계속 확인해보라고 요청했다. 다른 집단의 참가자들에게는 설문지에 설문을 하도록 부탁을 했으며, 스마트폰을 테이블 위의 바구니 안에 넣어 식사 도중 확인할 수 없도록 했다. 식사를 마친 후 모든 참가자들은 지인들과의 식사 경험에 대한 설문에 응답했다. 연구자들의 가설대로 식사 도중 스마트폰을 사용했던 참가자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었던 참가자들에 비해 더 주의가 산만해졌으며, 그로 인해 지인들과의 대화를 덜 즐겼다고 느꼈다.

두번째는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편리한 기능으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할 필요가 없게 되면서, 일상에서 다른 사람과 우연히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가보는 곳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길을 묻는 대신에 스마트폰에 설치한 지도앱을 사용하거나, 커피를 주문하기 위해 점원에게 이야기하는 대신에 스마트폰 앱에서 결제를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좀 덜 한다고 내 삶이 얼마나 달라질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한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캠퍼스 내에 낯선 건물을 찾아보라고 요청했다 Kushlev, Proulx, & Dunn, 2017. 건물을 찾으러 갈 때 한 조건의 참가자들은 스마트폰을 연구실에 두고 가게 했고, 다른 조건의 참가자들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가게 했다. 스마트폰을 두고 간 참가자들은 건물을 찾는 데 평균 4분 정도 더 오래 걸렸으며, 스마트폰을 가지고 간 참가자들에 비해 과제가 더 어렵다고 평가했다. 스마트폰을 미소지한 참가자들은 건물을 찾기 위해 2-3명의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지만, 스마트폰을 소지한 참가자들은 아무에게도 말을 걸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스마트폰을 미소지한 참가자들이 스마트폰을 소지한 참가자들에 비해 다른 사람들을 더 가깝고 우호적이라고 느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낯선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사소한 일인 것처럼 보이지만, 내가 타인과 얼마나 가까운지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

물론 스마트폰이 인간관계에 악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다. Kushlev와 동료들은 주변에 친한 사람들이나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낯선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 스마트폰에 집중하게 될 때를 상정하고 연구를 진행했다. 만약 다른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이거나 주변에 교류를 맺고 싶지 않은 사람들 일색인 경우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함께 영화를 본다든지, 포켓몬고와 같은 게임을 함께 하는 등 스마트폰을 다른 사람과의 상호 작용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도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의 실보다 득이 클 수 있을 것이다. Kushlev 등의 연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그것이 가져다주는 이득과 함께 간과하기 쉬운 손실 역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mind

<참고문헌>

Dwyer, R., Kushlev, K., & Dunn, E. (2018). Smartphone use undermines enjoyment of face-to-face social interactions.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78, 233–239.

Kushlev, K., Dwyer, R., & Dunn, E. W. (2019). The social price of constant connectivity: Smartphones impose subtle costs on well-being.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28, 138–144.

Kushlev, K., Proulx, J., & Dunn, E. W. (2017). Digitally connected, socially disconnected: The effects of relying on technology rather than other people. Computers in Human Behavior, 76, 68–74.

Taylor, K., & Silver, L. (2019, February, 5). Smartphone ownership is growing rapidly around the world, but not always equally. Retrieved from Pew Research Center website: https://www.pewresearch.org/global/2019/02/05/smartphone-ownership-is-growing-rapidly-around-the-world-but-not-always-equally/

최혜원 University of Virginia 사회심리학 Ph.D.
연세대 심리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 버지니아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화 및 사회생태학적 변인과 행복의 관계, 대인 판단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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