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찾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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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찾는 법
  • 2019.09.06 18:00
많은 명사들이 청년들에게 '가슴 뛰는 일'을 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에게 아직 '가슴 뛰는 일'이 없다면?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면? 심리학은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정서예측의 고질적인 실수

오늘 밤 김치찌개를 먹을 지 치킨을 시켜 먹을지와 같은 사소한 결정에서부터 어떤 과에 진학을 할 지, 이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혹은 이직을 정말 해야 할 지와 같이 인생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일까지,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나의 선택으로 인해 미래의 내가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그리고 그 영향은 얼마나 강하고 오래 갈 것인가를 가늠해 본 후 이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린다. 날씨를 예측하듯 자신의 감정을 예측해 본다는 의미에서 이러한 과정을 심리학에서는 정서예측Affective forecasting이라 부른다. 문제는 우리가 정서예측을 할 때 저지르는 고질적인 실수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 모두가 예상했던 것과 달리 좋았거나, 혹은 나빴던 경험을 한 번쯤은 해보았으리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꿈꿔 왔던 유럽여행이 여행 내내 비가 오고 꾸물거리는 날씨, 같이 간 친구와의 싸움, 낡고 청결하지 못한 숙소, 길 가다 마주친 인종차별주의자의 기분 나쁜 인사말, 설상가상으로 소매치기를 당하는 사건이 더해져 추억하고 싶지 않은 경험으로 기억에 남을 수도 있다. 여행을 계획하면서는 예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더해져 이와 같이 안타까운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사람들은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상할 때, 그 일에 수반될 법한 디테일들을 예상하지 못하고 추상적이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마치 카메라 앵글을 눈에 띄는 한 부분에만 초점을 맞춘 듯, 어떤 일의 한 단면 외의 나머지 부분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 발생하는 오류라 해서 이를 초점 착각focusing illusion이라 부른다.

특히 시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사람들의 '착각'은 강해지는데, 이럴 때에는 예상이 빗나갈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초점착각으로 인해 우리는 미래에 겪게 될 일을 정확히 예상하지 못하고, 이어서 정서 예측에도 실패하게 된다. 문제는 실제 정서 경험은 우리가 놓쳤던 그 수 많은 디테일에 의해 좌우되기 쉽다는 점에 있다.

경험자의 의견에 따라야 할 때

이러한 심리적 맹점을 극복하기 위해 콜롬비아대학교 던 교수와 동료들은 소비를 할 때 '자신의 생각을 따르지 말고 사람들의 의견을 따르라'고 말한다Dunn et al., 2010. 특히 물건을 직접 볼 수 없고 사진이나 설명만을 통해 판단을 내려야 할 때, 아무리 방에 앉아 열심히 생각해 판단을 내리려 해보아도 그 물건을 직접 경험해 본 사람들의 후기나 상품평만큼 예측이 정확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 길버트와 동료들 또한 같은 말을 한다Gilbert  et al., 2009. 소비가 아닌 어떠한 경험이든, 그 일이 미래의 나에게 안겨줄 정서적인 경험을 가장 정확하게 예측하는 방법은 이미 그 길을 가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라고 말이다. 길버트 교수는 학생들로 하여금 5분 길이의 짧은 스피드 데이팅에 자신이 정서적으로 어떻게 반응을 할 지 예측하게 하였는데, 이때 다른 학생들의 반응을 먼저 보았던 사람들이 '미래의 나'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어떤 경험에 있어서든 마찬가지이다. 진로탐색의 과정에 있어서도 그렇다. 어떤 전공이나 직업, 직장을 택하기 위해 우리가 하는 정서예측은 필연적으로 정확하기 어렵다. 내가 즐기며 할 수 있는 일이나 일터를 찾기 위해서는 생각하는 전공이나 일, 회사 등의 면면을 알고 이를 계산에 포함시켜야 하지만, 그런 디테일은 몸소 부딪혀 보지 않은 이상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직접 경험해 보거나,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그 길을 미리 가 본 사람들의 경험담에 귀 기울이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예뻐 보이는 옷의 사이즈를 고민할 때와는 달리, 좋아할만한 일을 찾을 때에는 개인마다 성격과 흥미, 적성 등이 매우 다르다는 점이 작용한다. 이를 감안하면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된다.  

잘 나가는 증권중계인이었던 폴 고갱은 취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11년간 중권일을 뒤로 하고 전문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것인 그의 나이 34살 때인 1882년 이였다. 화가로서의 운명은 꽤 늦게 열린 셈이다. 이 그림은  취미로 그림을 그리던 시절의 작품으로 인상주의 기법에 숙달했음을 알 수 있다. 폴 고생Paul Gauguin (1848–1903), '보지라르의 채소밭', 1879, 캔버스에 오일,  66  * 100.3 cm,  미국 Smith College Museum of Art 소장.
잘 나가는 증권중계인이었던 폴 고갱은 취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11년간 중권일을 뒤로 하고 전문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것인 그의 나이 34살 때인 1882년 이였다. 화가로서의 운명은 꽤 늦게 열린 셈이다. 이 그림은 취미로 그림을 그리던 시절의 작품으로 인상주의 기법에 숙달했음을 알 수 있다.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 '보지라르의 채소밭', 1879, 캔버스에 오일, 66 * 100.3 cm, 미국 Smith College Museum of Art 소장.

이것 저것 탐색해보자

몸으로 부딪혀 보는 과정은 내가 어느 면에서라도 즐길 수 있는 일을 찾는 과정에 필수적이다. 우리는 많은 경우, 자기성찰을 통해 관심분야를 알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찰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내린 결론은 아무리 깊이 생각해 본다 할지라도 허공에 떠다니듯 현실과 동떨어져 있을 확률이 높다. 특히 경험이 많지 않은 아이들이나 학생들에게는 따라서 세상 밖으로 나가 뭐든 탐색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설령 도전해 본 일이 자신과는 전혀 맞지 않다는 판명이 난다고 할지라도, 몸소 체험한 경험으로부터는 반드시 깨닫고 느끼는 점이 있기 마련이다. 재미있는 점은, 끈기와 집념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명성을 쌓은 많은 사람들의 시작 또한 이것저것을 탐색해 보는 일이었다는 점이다. 

펜실베니아대학교 심리학과의 덕워스Duckworth 교수는 자신의 책 『그릿: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 Grit』에서 탐색의 힘을 강조하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수영선수 로디 게인스의 사례를 소개한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어렸을 때 운동을 좋아했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로는 미식축구, 야구, 농구, 골프, 테니스를 거쳐 수영팀에 들어갔죠. 이 팀 저 팀을 계속 기웃거렸습니다. 푹 빠질 수 있는 종목을 찾을 때까지 여기저기 기웃거렸던 것 같아요.

만약 로디 게인스가 운동을 직업으로 삼기 위해 여러 영역을 탐색해볼 수 없는 환경에서 자랐다면? 만약 그의 부모님이 로디 게인스는 무조건 공부를 잘 해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면? 수영에 대한 그의 흥미와 재능은 발견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덕워스 교수는 말한다:“내가 면담한 그릿의 전형 대부분이 여러 관심사를 탐색하며 수년을 보냈고, 처음에는 평생의 운명이 될 줄 몰랐던 일이 결국 깨어 있는 매 순간과 종종 잠들었을 때까지 차지하는 일이 됐다고 했다.” 그릿, 141

재직하였던 민족사관고등학교 제자 한 명을 얼마 전 만난 바 있다. 이제는 졸업을 하고 대학을 다니다 이년 째 휴학 중인 그 친구는 자신이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고 싶은 지 이제야 알 것 같다며 말했다.

제가 민사고에 입학할 때 장래희망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했었거든요. 그 때 경제학자가 되어서 세상을 리드하겠다고 말했는데, 이게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어요. 뭐라도 하고 싶다고 해야 하니 지어냈던 말이었거든요. 대학에 들어와서 휴학을 한 후 이것저것 해 본 지 이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제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 지, 어떻게 그 꿈에 다가갈 지가 명확해진 것 같아요. 전에 한 친구가 저한테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자기도 휴학을 하고 싶다고. 그래서 해보라고 말해 주었더니 그 친구는 휴학을 하고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겠고, 그래서 휴학을 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사실은 휴학을 하고 해야 하는 일에 정답은 없잖아요. 관심 가는 것들을 아무거나 다 해 보면 되는 거죠. 그런데 어떤 길이 명확해 보이지 않는 이상, 아이들은 몇 달 간이라도 혼자서 알차게 생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아님 말고'의 정신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는 유일한 방법은 뭐든 관심 가는 일이라면 해보는 것이다. ‘아님 말고’라는 생각으로, 처음부터 완벽하거나 확실한 길을 찾는다는 생각을 조금 내려놓고, 맞지 않으면 방향을 수정해 가면서 한 걸음씩 가다보면 어느새 즐길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mind

    <참고문헌>

  • 앤젤라 더크워스 저 김미경 역(2016). 그릿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인 끈기의 힘, Grit.  비즈니스북스
  • Dunn, E. W., Gilbert, D. T., & Wilson, T. D. (2010) If money doesn’t make you happy then you probably aren’t spending it right. Journal of Consumer Psychology, 21(2), p.115-12
  • Glibert D. T., Killingsworth, M. A., Eyre, R. N., & Wilson, T. D. (2009). The surprising power of neighborly advice. Science 323(20), 1617-1619.
김여람 ‘민사고 행복 수업’ 저자 사회 및 성격심리학 MA
민족사관고등학교에서 지난 4년간 심리학 교사로 재직하였다. 행복을 주제로 하는 긍정심리학, AP심리학(심리학개론), 선택교과심리학, 사회심리세미나, 심리학논문작성 등의 수업을 진행하였으며 진학상담부 상담교사로서 아이들과 많은 고민을 나눴다. 저서로는 '민사고 행복 수업(2019)', '2015년 개정 교육과정 심리학 교과서(2020)' 등이 있다.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과 심리학을 이중전공한 후 동 대학원에서 사회 및 성격심리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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